이장섭 정무부지사 연말 퇴임, 내년 총선 흥덕구 출마
노영민 보좌관 16년 정치적 ‘적자’, 도종환 의원은 ‘승계자’

지난 11월 취임 2주년을 맞았던 이장섭 정무부지사(56)가 연말 퇴임한다. 국회의원(노영민),국회의장(정세균),도지사(이시종) 보좌역으로 ‘참모’ 인생을 살아온 그가 본격적인 자기 정치를 예고하고 있다. 의원 보좌관으로 국회에 발을 디딘 지 16년만에 국회의원으로 재입성에 도전한다. 정치학습 기간으로는 충분했지만 타고난 신중함 때문에 첫 도전은 늦어진 셈이다. 일요일인 15일 오후 청주시내 한 커피숍에서 공직 퇴임에 따른 소감과 내년 총선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이장섭 부지사
이장섭 부지사

이장섭 부지사는 제천이 고향이다. 제천고를 졸업하고 충북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37년째 청주에서 살고 있다. 국회의원실 상주 보좌관을 했기 때문에 서울 진출 유혹을 느꼈음직 한데 청주의 둥지를 옮겨본 적이 없다. 80년대 운동권 대학생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김형근 전 도의장, 유행렬 전 청와대 행정관, 이광희 전 도의원 등이 그때 그시절 충북대의 선후배 동지였다.

대학 졸업후 청주민주운동청년연합 사무국장, 충북민주화운동협의회 상임위원 등을 맡으며 사회민주화 운동을 이어갔다. 마침내 1995년 평생 동지이자 ‘정치적 스승’인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인연을 맺게 된다. 노 실장을 중심으로 김형근 전 도의장, 연철흠 도의원, 유수남 도교육청 감사관 등과 함께 민주개혁국민연합 충북연대란 진보적 민간단체를 창립하게 된 것.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민주개혁국민연합 충북연대 그룹은 제도권 정치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그 신호탄으로 2000년 16대 총선에 노 실장이 청주 흥덕구에 첫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윤경식 후보에게 고배를 마신다. 이후 외롭고 배고픈 원외 지구당 사무실에서 노 실장을 4년동안 보필했고 마침내 2004년 17대 국회 등용문에 오르게 된다. “첫 당선이고 한번 졌다가 역전승을 거둔 셈이기 때문이 기쁨과 감격이 두배였다. 충북에서 진보성향 국회의원 1호이다보니 재야와 시민운동 진영의 물밑 선거운동이 큰 힘이 됐다.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 청주 흥덕구는 지금까지 ‘돈안드는 선거구’로 인식되고 있다. 이후 3번의 총선을 치르면서 하늘에 맹세코 선거비 상한액을 넘겨본 적이 없다”

국회에서 가장 부러움 받은 보좌관

이 부지사는 의원 보좌관으로 여의도에 발을 들인 이후 2017년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발탁되기까지 국회를 떠나본 적이 없다. 노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자칫 정치 백수가 될 처지였지만 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국회의장실에서 비서관으로 발탁했다. 평소 민주당 의원 보좌진 가운데 업무능력과 인성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시 이 부지사는 국회 보좌관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보좌관으로 소문나기도 했다.

“다른 보좌관들이 볼때 저와 노 의원님의 케미(조화)가 잘 맞는다고 본 것 같다. 실제로 우리 사무실은 서류작업이 가장 적었다. 차량이동 중이나 차 한잔하는 시간에 구두상으로 보고하면 바로 결론을 내주셨다. 중요사항이 아닌 것은 선결정 후보고를 하도록 믿고 맡기셨다. 심지어 의원님께 사무실 회계보고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다른 의원 사무실이 보기에 의사결정 속도와 자율성이 부러웠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책임감이나 신중함이 내 몸에 밴 것 같다”

그렇게 궁합이 잘 맞던 두 사람은 2015년 ‘시집 강매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노 의원이 청주 출판기념회 이후 의원회관에서 카드단말기로 책값을 결제한 것에 대해 보수언론과 한국당이 집중포화를 날렸다. 노 의원은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검찰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고발사건은 무혐의로 종결처리됐다. “기관에서는 회계처리상 카드 결제를 원하다보니 각 의원실에서 관행처럼 단말기를 사용해 왔다. 하필 우리 사무실이 타깃이 된 셈인데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일부에서 사무실 자체 카드단말기를 사용한 것으로 오해하는데, 그게 아니고 출판사 카드결제기를 쓴 것이다. 어차피 출판제작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판매대금이 곧장 입금되도록 한 것이다. 일부 피감기관이 관련되다보니 국민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지금도 부끄럽게 생각한다”

 

지난 5월 청주 국가바이오산업비전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공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청주 국가바이오산업비전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공원을 방문하기도 했다.(사진 왼쪽 이장섭 부지사)

“흥덕구 경선가선 안된다는 생각”

노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비례대표 도종환 의원이 지역구를 넘겨받아 2016년 무혈입성하게 된다. 그리고 4년뒤 노 의원의 정치적 ‘적자’임을 내세우는 이 부지사가 흥덕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의 충북 1번지 지역구를 둘러싸고 노 의원의 ‘적자’와 ‘승계자'간에 신경전이 한창이다. 지역 언론에서 도종환 상당구 험지 출마설, 이장섭 청원구 변경설 등 정치권 ‘카더라 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충청리뷰>의 직접 취재 결과 양측의 흥덕구 출마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불거진 것이 도 의원의 ‘4년후 양보’ 약속설이다. 노 의원측이 도 의원에게 지역구 양도의사를 밝혔고 도 의원은 4년후 지역구를 되돌려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

당시 노 의원의 최측근이었던 이 부지사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그 건은 제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다. 도 의원님께 질문하는 게 적합하다고 본다. 그 분은 정확하게 알고 계시지 않겠나?” 긍정도 부정도 아닌 화법이지만 얼굴에 번진 ‘염화미소’의 속뜻이 짐작할 만도 하다. 한편 도 의원측 지방의원 모씨는 사전약속설에 대해 “설사 그런 말이 있었다 치더라도 그건 노 의원이 컴백할 때 다시 넘겨주겠다는 의미 아니겠나?”로 맞받았다.

장차 총선 1차 관문의 경쟁자가 될 도 의원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을 던졌다. “그 분이 시인이라는 점이 강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 사족이 의미심장하다. “경선까지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당에도 부담이 클 것이고, 두 사람의 지지자들에게도 너무 힘든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공직 신분이기 때문에 더 얘기하긴 그렇지만 조만간 자연인으로 돌아가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

필자의 판단으론 이 부지사는 이미 여의도행 급행열차를 한번 양보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제천단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그냥 지나쳤기 때문이다. 제천에서 고교까지 졸업한 학연에 민주당 시장이 재직중이라 수월한 선거운동이 예상됐다. 특히 한국당 권석창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도중하차한 상황이라서 민주당은 “말뚝만 박아도 당선”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당시 이후삼 지역위원장을 상대로 경선 도전을 권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결국 공천신청을 하지 않았다. "부지사 임명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부담스러웠다. 또한 이후삼 의원이 1차 도전에 실패했던 곳이라 당에서 재도전 기회를 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태어난 고향은 제천이지만 내가 더 잘알고 있는 고향은 청주라고 생각한다. 청주에서 내 정치를 시작하는 것이 명분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 부지사는 평소 술을 한방울도 하지 않는 정치권의 ‘인간문화재’다. 그렇지만 취재기자나 보좌관들 사이에서 그의 타고난 친화력은 소문났다. 서두르지 않고 과장하지 않는 화법이 거절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심정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3선 중진의원 보좌관이 감당할 각종 지역 민원을 감안하면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자칭 ‘들판에 부는 바람’이란 닉네임을 즐겨쓰고 스마트폰 컬러링으로 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를 듣는 것도 일맥상통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치판을 양육강생의 들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내 정체성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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