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충북대 단톡방 성폭력 사건..포스트잇으로 전한 학내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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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충북대 단톡방 성폭력 사건..포스트잇으로 전한 학내 여론
  • 계희수 기자
  • 승인 2019.12.16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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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게시판에 포스트잇 붙여
'가해자 학내 포용 불가' 목소리 높여
가해자 중 1인 성폭력 전력 의혹 제기돼
16일 오후 충북대학교 여학생 기숙사 계영원 앞 게시판 ⓒ충북인뉴스
16일 오후 5시쯤, 학생들이 충북대학교 여학생 기숙사 계영원 앞 게시판을 보고 있다. ⓒ충북인뉴스 계희수 기자

충북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휴대전화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을 성적으로 희롱하고 모욕했다는 내용이 고발됐다. 13일 학내에 붙은 대자보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10여 명의 A학과 남학생들이 단체대화방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성희롱하고 모욕했다. 알파벳으로 처리된 A 학과는 농업생명환경대학에 속한 복수의 학과들로 전해진다. 피해학생들이 공개한 대화에는 ‘여학생을 기절시켜 00 하자’거나 ‘퇴폐업소 000 같다’는 등 극심한 성적 모욕감을 주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16일 오후 4시 40분쯤 ‘단톡방 성폭력 사건’이 번진 충북대학교를 찾았다. 여학생 기숙사 계영원 앞 게시판에 피해 학생들 명의로 된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이 자보 위를 가득 메운 모습이었다. 게시판 앞을 지나던 학생들은 걸음을 멈추고 대자보와 포스트잇 내용을 훑어봤다.

게시판 가득 ‘충북대는 성희롱 가해자를 포용하지 않는다’

게시판에 가장 많이 붙은 메시지는 “충북대학교는 성희롱 가해자를 포용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었다. 포스트잇에 쓰인 글씨가 학내 여론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가해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가 줄 이었다. 내용을 몇 개 옮긴다.

16일 오후 충북대학교 여학생 기숙사 계영원 앞 게시판 ⓒ충북인뉴스
16일 오후 충북대학교 여학생 기숙사 계영원 앞 게시판 ⓒ충북인뉴스 계희수 기자

 

용기낸 제보자와 피해자 분 힘드시겠지만 힘내세요
큰 죄라는 것을 스스로 반드시 깨닫기를 바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겠습니다
충북대 임에 처음으로 창피했습니다
너네도 엄마, 누나, 여동생 있잖아??
가해자가 정당한 벌을 받길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기자가 머물러 있던 40여 분 동안 수 십 명의 학생이 게시판 앞을 스쳐 지나갔다. 여학생과 남학생은 사건을 대하는 온도차가 달랐다. 남학생들은 대체로 게시판 앞에서 “미쳤네”, “얼굴 못 들고 다니겠네” 등을 한 마디씩 던지며 빠르게 자보를 훑고 걸음을 재촉했다. 남학생 한 무리는 “네가 저 학과 갔으면 너도 대자보에 걸렸다”라며 크게 웃기도 했다.

반면, 여학생들은 게시판 앞에 수 분간 머무르며 내용을 꼼꼼히 훑었다. 자보 내용을 살피는 여학생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대부분 “퇴학시켜야 돼”, “소름 돋는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고 포스트잇에 글을 적어 게시판 빈 공간에 붙이기도 했다. 여학생 두 명은 가해자들의 신상정보를 공유했고, 또 다른 두 명의 여학생은 “단톡방에서 누가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이 동조했겠지”라면서 온정적인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충북대학교 17학번이라고 밝힌 이윤성(가명) 씨가 게시판을 보고 있다. ⓒ충북인뉴스
충북대학교 17학번 이윤성(가명) 씨가 게시판을 보고 있다. ⓒ충북인뉴스 계희수 기자

충북대 17학번이라고 밝힌 여학생 이윤성(가명) 씨는 남 일이라고 생각했던 '정준영 단톡방 사건'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놀랐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자보가 붙기 전엔 이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그냥 수업만 들었는데 이렇게 성희롱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라고 전했다. 사건에 관해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느냐"라는 기자의 물음에 이 씨는 "가해자들과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 퇴학 처리 해야한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충북대학교 학생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게시판에 포스트잇을 많이 남겨 줄 것을 독려하고 있었다. 익명의 학생은 학내 게시판을 가리키며 “포스트잇이 안 놓여 있다 보니 아직 메시지가 별로 없다”면서 “포스트잇 가져다 두었으니 (메시지) 많이 남겨 달라”라는 내용의 글을 커뮤니티에 올렸다. 또 다른 익명의 학생은 “피해자분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받는 것과 상처 치유를 바란다”면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도울 의향이 있다”고 연대의 글을 남겼다.

“단톡방 성폭력 가해학생 A, 과거 전력 있다” 제보 글 올라와

한편, 단톡방 성희롱 가해학생 중 한 명이 과거에도 여학생을 성추행한 전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충북대학교 커뮤니티에는 “가해자 A는 고등학교 학창시절에도 다른 학교 여학생들을 상대로 신체를 평가하는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라는 내용의 제보 글이 올라왔다.
 

충북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독자 제공
충북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독자 제공

글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의 문제 제기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A 씨는 피해자에게 메일로 사과만 했을 뿐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 글을 올린 학생은 “고등학교 때 이와 같이 정당한 처벌을 내리지 못하고 넘어갔기에 이번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2차로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미진한 처벌로 인해 반복되는 성폭력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이번 '단톡방 성폭력' 사건에 관해 대학 총학생회는 “피해 학우의 신변 보호가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피해 단과대학 학장과의 면담 등 학생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충북대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성희롱 등이 확인되면 엄정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은 현재 대자보와 SNS를 통해 가해자에게는 '서면사과, 피해자들과의 대면 사과'를, 학교 측에는 가해자들에 대한 '교내 혜택 배제'와 '무기정학 이상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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