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드라마테마파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상당구 수암로에 1억여 원을 들여 세운 조형물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시의 기대와는 달리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은커녕 심미성조차 심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생뚱맞은 위치에 설치돼 방문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조형물이 세워진 경사로는 주말이면 차량 행렬로 붐비는 곳인데다 교차로 중심부여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수정(33·청주시 청원구)씨는 "탁 트인 청주 전망을 즐기기 위해 가족들과 수암골을 찾았는데 도로 중간에 난해한 콘셉트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의아했다"며 "자칫 사고가 나진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 타당성 조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된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가 지난 2015년부터 추진 중인 한류명품 드라마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9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조형물은 청주대학교 중문에서부터 수암골, 시장 관사로 이어지는 1.35㎞ 구간의 '드라마 거리'에 상징성을 부여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콘셉트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드라마 거리와도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게다가 조형물에는 작품명이나 작가명 등 간단한 정보조차 안내돼 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분수대 위에 대리석 조형물이 합쳐진 형태의 조형 분수대로, 조형물 뒷편에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작가의 서명만이 표기돼 있을 뿐이다.

조형물 작업에는 충주지역 작가 A씨와 시설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가 선정은 상인회 등 일부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카페 거리이자 드라마 거리인 수암골을 찾는 많은 분들은 남녀노소 막론하고 어떤 이는 추억을, 어떤 이는 사랑을 꿈꿀 것"이라며 "아테네 신전 느낌의 기둥 모양은 사랑에 대한 징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을 가볍게 표현하기보다 신적인 요소를 접목시켜 고귀함을 표현하기 위해 신전 형태의 작품을 고안한 것으로 종교적인 개념은 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형물 위치 논란에 대해선 "당초에는 사찰(寺刹) 옆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문화재관리단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재검토된 것으로 안다"며 "현재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었지만 여건상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의 단순한 발상과 미숙한 창의성이 낳은 결과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수암골은 이미 한 차례 유명 배우 동상 설치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적이 있어 조형물 설치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역 문화계 인사는 "공공에 노출되는 조형물은 다수가 공감하는 보편적 가치를 반영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면서 "공공조형물 설치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놔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구미당기는 아이템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의 조형물 설치를 막으려면 지방의회의 견제가 필요하고, 주민 의견 수렴이나 타당성 조사 등도 의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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