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고 동문회 주관 토론회 열렸지만 의견 차이만 확인
“목도고 미래안 도출하자” 말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없어

 

목도중·고등학교 총동문회는 3일 괴산문화원에서 열린 ‘더 나은 목도고 개편방안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목도중·고등학교 총동문회는 3일 괴산문화원에서 ‘더 나은 목도고 개편방안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2022년 폐교를 앞두고 있는 괴산 목도고등학교를 살리자며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회까지 열었지만 앞으로 목도고를 어떻게 할지 생각의 차이가 심해 실제 해결책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충북도교육청, 괴산군·동문회, 학부모들은 모두 겉으로는 ‘목도고를 살리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각자 이면에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가 심해 사실상 ‘합의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6월 목도고 학부모 78.7%의 찬성을 얻어 목도고 폐교를 결정한바 있다. 적정규모 학교육성 정책을 근거로 목도고는 통폐합 대상 학교였고 학부모들의 찬성 60% 이상을 얻어 통폐합 학교로 결정된 것. 도교육청은 목도고 공간을 전환학교로 사용, 공교육 안에서 미래교육을 본격적으로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목도고등학교 총동문회는 지난 8월 괴산예술문화회관 광장에서 목도고 폐교 방침 철회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다.(사진 뉴시스)
목도고등학교 총동문회는 지난 8월 괴산예술문화회관 광장에서 목도고 폐교 방침 철회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다.(사진 뉴시스)

하지만 목도중·고동문회 측은 충북도교육청의 소통부재, 일방적인 행정처리를 지적하며 목도고 폐교결정 철회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수차례 도교육청에 통폐합 결정 철회를 요구했고 괴산군의원과 이차영 괴산군수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은 김병우 교육감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3일 목도중·고등학교 총동문회 주최로 괴산문화원에서 열린 ‘더 나은 목도고 개편방안을 위한 공개토론회’도 이의 일환이다. 목도고 미래에 대해 토론을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 보자는 취지다.

중원대학교 김창현 교수 사회로 열린 토론회에는 김도현 충북도교육청 혁신교육과 장학관, 김석규 전환학교 TF팀 팀장, 오성중학교 이용희 운영위원장 등 6명의 패널을 비롯해 지역주민 100여명이 참석, 목도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패널들은 각자 입장에서 2022년 이후 목도고 미래에 대해 계획을 제시했다.

 

"목도고를 미래학교로~”

김도현 충북도교육청 혁신교육과정팀 장학관.
김도현 충북도교육청 혁신교육과정팀 장학관.

우선 충북도교육청 김도현 장학관은 2022년 이후 목도고를 전환학교로 사용한다는 도교육청의 계획을 전했다.

김 장학관에 따르면 전환학교는 일명 ‘미래학교’로 고교 1학년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1년간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전과 모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덴마크 에프터스콜레를 본 딴 학교로 학생들은 다양한 활동과 지역과 연계한 프로젝트 수업으로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다. 한 학급당 12명으로 2개 학급이 개설되며 1년 후에는 소속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방식이다. 도교육청은 TF팀을 만들어 전환학교에 대한 고민을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석규 전환학교 TF팀 팀장은 “예전에는 학교만 잘 다니면 취직도 잘되고 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학생들도 진로를 알고 싶어하고 그런 기회가 있어야 한다. 전환학교를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살릴 수 있는 특성화고가 정답”

정용준 목도중·고재경동문회장.
정용준 목도중·고재경동문회장.

괴산군과 목도고 동문회에서는 전환학교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고 목도고가 없어지는 절차일 뿐 지역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환학교보다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특성화고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괴산군이 ‘유기농 메카’이고 괴산에 대제산업단지(32개 업체 입주)와 발효식품산업단지(12개 업체 입주)가 있으니 이와 관련된 특성화고를 만들면 지역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용준 목도중·고재경동문회장은 “괴산군에는 특성화고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지역 특색에 맞는 특성화고를 만들면 괴산의 중3 학생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괴산지역 중 3학생 중 다른 지역 특성화고 진학을 위해 괴산을 빠져나간 학생 수는 38명으로 이는 중3 전체 학생의 19.2%다.

정 회장은 “전환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1년이 지나면 원소속 학교로 떠나버린다. 이것은 지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특성화고 설립은 괴산 학생들이 괴산을 떠나지 않고 괴산에서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수의 충북 특성화고가 미달사태를 빚고 있고 학생 수에 비해 특성화고 수가 이미 많다는 것.

 

이제 와서 “왜?”

목도고 통폐합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목도고 학부모들은 충북도교육청, 동문회와는 또 다른 입장이다.

사실 그동안 목도고 학부모들의 정서에는 지역에서 목도고 학생들을 대했던 ‘차별’에 서운한 감정이 깊이 깔려 있다. 괴산고등학교 중심의 지원과 관심이 집중되다 이제 와서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목도고 학생들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은 차가웠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괴산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 중에 아이를 목도고에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마 한명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괴산고등학교 우선이다”라며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목도고 재학생 중 괴산지역 학생은 전교에서 3~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그동안 군이나 동문회에서 목도고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학부모들은 목도고를 좀 더 좋은 학교로 만들겠다는 충북도교육청 의견에 찬성했을 뿐이다. 충북도교육청 설명 자리에 동문회나 군 관계자들도 있었다. 이제 와서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목도고 통폐합안에 찬성한 학부모들을 죄인 아닌 죄인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유미 괴산학부모연합회 회장.
한유미 괴산학부모연합회 회장.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한유미 괴산학부모연합회 회장은 “이 자리에 목도고 학부모들이 아무도 안 오시게 된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토론회 방청객으로 참석한 한 주민은 “목도고 폐교 시점이 아직 2년 더 남았으니 지금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다시 논의했으면 좋겠다. 지역을 살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희 오성중학교 운영위원장도 "(토론회를 열었지만) 또 다시 평행선이다. 전환학교가 됐든 특성화고가 됐든 터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앞으로 집중적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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