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품 전환
쓰레기 배출량 70% 감소…연간 40~50톤 줄어들어
추가비용 늘지 않아…오히려 60~70만원 일회용품 비용 감소해
이용객도 만족 … 정식 그릇에 담아 접대 품격 높아져

지구가 플라스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공장과 가정 곳곳에서 배출되지만 장례식장도 주요 배출원의 하나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장례식장 한 곳당 연간 밥‧국그릇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는 72만개, 접시류는 144만개 사용된다.

이를 전국장례식장으로 환산하면 연간2억1600만개의 일회용 접시가 사용된다. 이는 전국 사용량의 20%에 해당한다.

장례식장 일회용품은 사용은 이미 문화가 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회사로고나 노동조합의 로고가 인쇄된 일회용품이 제공된다. 정부기관이나 자치단체 노조도 앞 다퉈 조합원에게 일회용품을 제공한다.

상조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엔 일회용품이 필수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편하다는 이유로, 상조회사나 회사에서 이미 지급됐다는 이유로, 때론 위생적(?)이라는 이유로 일회용품은 장례시장을 장악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 홍성의 한 장례식장이 수년째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해 주목을 끌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박종순 정책팀장과 함께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홍성추모공원 장례식장을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주)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해 쓰레기 발생을 70% 가량 줄인 충남 홍성군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해 쓰레기 발생을 70% 가량 줄인 충남 홍성군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해 쓰레기 발생을 70% 가량 줄인 충남 홍성군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 최성명 이사장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해 쓰레기 발생을 70% 가량 줄인 충남 홍성군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 최성명 이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품으로 전환했다”

장례식장 쓰레기 얼마나 나오길래?
상가 한곳당 100ℓ종량제봉투 12개에서 20개
무게로 환산하면 장례 한 곳당 325~600㎏ 쓰레기 배출해
다회용품 사용결과 발생량 70% 감소, 연간 20~50톤 줄어

충남 홍성군 금마면에 자리한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이하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곳은 ‘봉서추모공원장묘협동조합’(이사장 최성명)이다.

홍성군이 건립한 시설을 마을기업형태로 위탁운영하다 지난 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장례식장에는 5개의 빈소가 있다. 최성명 이사장에 따르면 한 달에 6~10건 정도의 장례가 치러진다.

29일 오후 4시 경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마침 장례가 없었다. 밭에서 일하던 농업노동자를 차에 태워 귀가시키는 일을 하다 말고 최 이사장이 장례식장으로 급히 돌아왔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다회용품으로 전환했습니다.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이 최 이사장에게 물었다.

최 이사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요. 상(장례)을 하나 치루면 ((조문객이 많은) 큰 상의 경우 100ℓ 짜리로 20개, 보통상가는 열 두서너 개가 나오거든요. 그게 너무 많이 나와서 줄여 보려고 실행하게 됐어요”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해 쓰레기 발생을 70% 가량 줄인 충남 홍성군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해 쓰레기 발생을 70% 가량 줄인 충남 홍성군 홍성추모공원장례식장

 

그렇다면 100ℓ 용량 20개에 담긴 쓰레기의 무게는 어느 정도 일까?

현재 100ℓ종량제봉투에 담을 수 있는 무게는 25㎏으로 제한돼 있다. 제한 무게인 25㎏을 기본으로 계산하면 500㎏이 된다.

용량 100ℓ 종량제 봉투의 경우 각 광역지자체 마다 판매가격은 상이하다. 2000원대부터 4000원대 중반까지 광역지자체간 편차가 크다.

100ℓ종량제봉투 20개면 5~9만원 정도 소요된다. 그렇다 보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한무게보다 더 담게된다.

청소노동자들에 따르면 30㎏, 때론 40㎏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장례 1회당 400~700㎏ 정도의 쓰레기가 배출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국‧밥 그릇, 접시, 컵, 수저‧숟가락 등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전환했을 경우 실제로 얼마나 줄었을까?

최성명 이사장은 70% 정도 쓰레기가 줄었다고 밝혔다. 홍성추모공원 장례시장에서 치러지는 장례를 연간 100건으로 환산하면 연간 최소 20톤에서 50톤 정도의 쓰레기를 줄인 셈이다.

 

일회용기가 더 위생적이라는 것은 편견

“남이 먹던 용기라 비위생적이라는 관념 있어”
1차 손세탁…2차 식기세척기 거쳐 세탁
정식 그릇에 담겨 있으면 음식 품격 높아져…이용 만족도 매우 높아
2012년 발암물질 중국산 일회용 젓가락 파동…하루 담가놨더니 어항 금붕어 죽어

 

박종순 팀장이 다회용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물었다. 최성명 이사장은 상주를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상주들이 보통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생적인 문제, 즉 다회용품은 설거지가 덜 돼서 지저분하고 오히려 일회용품이 더 깨끗한 것 아니냐. 그래서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장례식장이 많았거든요.”

박종순 팀장은 지난 10월 충북지역에서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질문했다.

최 이사장은 “위생적인 문제 가지고 상주 분들이 많이 말씀하시거든요. 설명을 하기가 참 어려워요. 사실은 이해를 잘 안 하시는 사람도 있고요. 저희는 설명을 어떻게 드리냐면 일회용품은 플라스틱이니까 안 좋지만 이거는 보시다 시피 뜨거운 물로 하니까, 접시가 뜨거우니까 조금 있으면 자동으로 접시가 말라요. 물기가 없어요. 이렇게 설명을 한다”고 했다.

장례식장의 설거지는 2중으로 진행된다. 우선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장례도우미 분들이 1차로 설거지를 진행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시 빈소에 마련된 식기세척기 세척과정을 거친 뒤 다회용기를 건조한다.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2012년 일부 일회용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회용품이 더 위생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2012년 일부 일회용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일회용품이 위생적일 것 같지만 공정과정에서 화학약품이 사용돼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2012년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제조하는 중국의 제조업체들이 표백을 위해 화학약품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었다.

심지어 일부 제품에는 발암물질이 사용되기도 했다. 2012년 당시 식약청은 일부 중국산 젓가락에서 포름알데히드 용출량이 기준치를 3배이상 초과 검출된 제품을 적발해 회수조치를 하기도 했다. 한 공중파 방송은 화학물질이 사용된 나무젓가락을 어항에 넣었더니 물고기가 12시간도 안돼 폐사하는 실험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음식과 접대의 품격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그는 “조문객이 오시면 일회용 용기에 담아 드리는 것 보다는 그래도 정식 접시에 담아서 드리는 것이 운치 있어 보이고 좋다. 일회용 접시에 해서 드리면 너무 값어치 없어 보이고 좀 그렇다는 얘기를 (상주분들게) 하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 드리면) 잘 이해하시더라고요. 저 부터도 식당가서 돈을 내고 먹는데 일회용에 주면 불쾌해요”라고 강조했다.

장례식장을 이용한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했다. 최 이사장은 “(이용하신 상주 분들이) ‘고맙다고’ 그런다. 잘 치르고 깨끗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며 “장례이후에도 삼우제를 지낼 때 (다시) 들렀다 가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신다”고 말했다.

 

“인건비가 더 들어 간다고요? 아닙니다”

상주에게 추가비용 일절 없어…오히려 일회용기 값 만큼 절감
상주가 부담하는 일회용기 값만 60~70만원, 많으면 100만원
추가 인력 없이 장례도우미가 설거지까지 수행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왼쪽)과 최성명 이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왼쪽)과 최성명 이사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0월 청주충북환경연합 등에서 진행한 충북도내 장례식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회용기를 사용 할 경우 설거지를 수행할 인건비가 추가로 들기 때문에 도입에 어렵다고 했다.

최성영 이사장은 인건비 추가 부담이나 상주에게 추가되는 비용은 일절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상주 한테도 비용절감이 훨씬 된다”며 “저희도 일회용품을 전에 팔았었어요. 보통 상 (장례) 하나에서 나오는 것이 60~70만원, 많이 쓰면 100만원 넘게 나온 적도 있었어요. 일회용품 값만큼 절감되는 거에요”라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장례식장 일회용품 물품을 대량으로 인쇄해 공급하는 업체의 가격을 검색해 본결과 100인용 기준으로 5~9만원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량으로 구입할 경우 가격이 올라가고 실제 사용량은 조문객 수보다 많은 것을 감안하면 최 이사장의 설명이 현실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홍성추모공원 장례식장은 설거지를 하기 위해 추가로 인력을 고용하지 않았다. 이곳에선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장례도우미가 설거지까지 한다.

최 이사장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음식을 내주고 치우는 도우미 분들이 계신다. 여기선 음식 내주시는 분들이 설거지를 하니까 추가로 들어가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회용기 사용하면 취약계층 일자리 만들 수 있다”

설거지 가능 하려면 빈소에 세척시설 설치해야…비용부담
수거에서 세척, 배달까지 … 공동시설로 해결가능
세척 전문 사회적기업 가능 …장애인 등 일자리 만들 수 있어

 

홍성추모공원 장례식장에는 빈소마다 세척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모든 시설이 이렇게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간이 부족하거나 세척시설과 장비를 구입‧설치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충북지역 장례식장 모니터링 결과) ‘시설이 들어올 공간이 없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빈소가 여러 개 있는데 빈소마다 다 세척시설을 둘 수 없잖아요. 또, 식기세척기를 구비하거나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시설로 전환할 때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면 어떻겠냐는 얘기도 있었거든요”

박종순 팀장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성명 이사장도 박 팀장의 말에 공감했다.

최 이사장은 “저도 다른 장례식장을 많이 가보거든요. 세척기를 놓을 수 있는 시설을 만들면 되겠지만 어려운 장소가 있더라구요. 오수를 빼고 그래야 하니까 공사가 크더라구요. 지금 식기세척기가 없는 곳은 놓기가 그래요”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한 다회용기를) 수거통에다 담아서 보내고, 다시 통에다 설거지 해서 가져오는 방식도 있어요. 그렇게 하면 장애인들 고용창출까지 되지 않겠나 싶어요. (충청남)도에서 세척실을 지어서 장애인의 (일자리를) 위해서 가꿀 수 있으면 하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어요”라고 했다.

 

장례식장 일회용품 줄이기!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충북한두레협동조합은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만들기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0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충북한두레협동조합은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만들기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일회용품은 소각용 종량제봉투에 담겨 그대로 소각장으로 향한다. 음식물이 묻은 종이나 플라스틱은 재활용되지 않는다. 소각장으로 향한 플라스틱이나 쓰레기는 다시 그대로 인간에게 돌아온다.

지난 28일 유럽의회는 찬성 429표, 반대 225표, 기권 19표로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로서 유럽은 지구에서 기후‧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한 첫 번째 대륙이 됐다.

쓰레기 배출량이 전국평균보다 30% 가량 많이 배출하는 청주시는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장례식장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대세로 굳어져 있다. 위생적이라는 관념, 비용이 절감된다는 관념, 상조회사와 직장에서 제공하니까 사용한다는 것등 여러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홍성추모공원은 이런 관념을 뒤집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비용도 절감하고 소각장으로 향하는 쓰레기를 70% 가량 절감했다.

홍성추모공원 장례식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 마을주민들이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농촌지역의 아주 작은 장례식장에 불과하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이곳의 사례처럼 모든 장례식장이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적어도 우리가 생각했던 관념을 깼다. 일회용품 없이도 장례를 치를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가야할 길을 제시해 준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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