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평생 푼푼이 모은 2500만원 날릴 위기에 놓여
더 바라는 것은 없어…조합비 다시 돌려주길 소망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 피해자의 눈물>

우순분 씨.
우순분 씨.

“남은 여생 깨끗한 내 집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우순분 씨(67)가 지난 2016년 9월 청주시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에 25평 아파트 조합비 2500만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덜컥 입금한 이유다.

우순분 씨에게 2500만원은 60평생 남의 집 살이를 전전하며 푼푼이 모았던 적금에다 보험약관으로 대출받은 500만원까지 보탠, 그야말로 ‘피 같은 돈’이었다. 수십 년 동안 아들딸 삼남매 가장노릇을 하며 식당에서, 공장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

‘2~3년 후면 전망 좋고 깨끗한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겠지.’

용암동에서 본 가마지구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떠올리며 설레었던 시간이 얼마인가?

그랬던 우순분 씨는 요즘, 분통터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파트는커녕 아끼고, 아껴 모은 2500만원 마저 날릴 처지가 됐다. 이 순간에도 보험약관으로 대출받은 500만원에 대한 이자는 매달 꼬박꼬박 인출되고 있다.

“아! 정말 화가 치미는 걸 뭘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한마디로 미칠 지경이죠. 돈 많은 사람한테야 2500만원이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정말 목숨 같은 돈이에요. 잠이 다 안와요.”

 

수백 번, 수천 번 자책하고 후회했지만…….

눈물마저 보이고 마는 우순분 씨.

그녀는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 사건의 피해자 400여 명 중 한명이다. 400여 명 중에는 우순분 씨보다 더 절박하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수두룩하다. 어떤 자매는 같은 아파트에서 도란도란 살기를 꿈꾸다 자매가 똑같이 ‘날벼락’을 맞았고, 또 어떤 이는 근심걱정을 하다 새집에 한번 누워보지도 못하고 사망했다.

“그날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우순분 씨는 아직도 그날의 행동을 자책하고 있다.

‘새집, 내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델하우스의 문을 두드렸고, 마침 상담을 해준 박 모 차장은 유난히 친절했다고.

“나이도 많고 몸도 편찮으신데 이제는 새집에서 한번 살아 보셔야죠. 이번에 기회가 아주 좋아요. 저렴하게 집 장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청각장애에다 악성은 아니지만 뇌에 있는 물혹, 그리고 장애가 있는 아들까지. 내 집에 대한 욕구는 절박하기까지 했다. 그래서였을까? 우순분 씨는 바로 그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수백 번, 수천 번 자책하고 후회했지만 이제는 소용없는 일이 됐다.

청주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사기와 주택법 위반으로 기소된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관계자 3명에 대해 신속하고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청주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사기와 주택법 위반으로 기소된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관계자 3명에 대해 신속하고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사건 장기레이스 돌입

청주 미평자동차매매단지에 1000여 세대 규모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한지 벌써 4년이 됐다. 조합원들은 그동안 업무대행사와 분양대행사에 사업진행 보고와 간담회를 무수히 요구했다. 하지만 매번 돌아온 답변은 기다리라는 말 뿐.

그사이 조합원들은 사업부지 토지 매입이 완료됐다던 토지가 26명의 각자 지분인 공유토지였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매입 반대자가 있어 계약도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0억 원에 달하는 조합비는 토지대금과 업무대행사 등 수수료로 대부분 탕진했다는 소식은 조합원들을 경악케 했다.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부와 권력을 앞세워 법적책임을 회피하고 그럴듯한 거짓말로 피해자와 청주시민을 기망하고 있다. 계약서 위조까지 자행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가마지구 지역주택조합 사건은 ‘장기레이스’에 돌입하게 됐다. 조합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분양대행사 대표가 9월 사기 및 주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1월 27일 첫 공판이 열렸지만 사기혐의를 공모하거나 편취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담당 변호사는 “변호사 수임료가 입금되지 않아 혐의 부인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내년 1월에야 2차 공판이 열리게 됐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앞으로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순분 씨는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한다.

“바라는 것은 없어요. 이제는 그냥 아파트도 싫고 집도 다 싫고 그래요. 2500만원만 돌려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만약 그게 안 된다면 1000만 원 만이라도 주면 좋겠어요. 제발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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