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언론탄압·직권남용 의혹도 법정에 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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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언론탄압·직권남용 의혹도 법정에 서야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9.11.2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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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구본영 전 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현직 박탈
단독보도한 ‘충청타임즈’ 보복적 4가지 제재 2년째 강행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구본영(67) 천안시장이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로 시장직을 잃었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구 시장의 상고심에서 벌금 800만원, 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되며 피선거권을 잃은 선출직 공무원은 직을 상실하게 된다. 구 시장은 20145월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일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 시장의 금품수수 사실은 충청타임즈 천안주재 이재경 기자가 단독보도했고 이후 검경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천안시는 충청타임즈의 구 시장 비리의혹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201711신문구독 중단 취재협조 거부 보도자료 제공 중지 광고 중단 조치를 내렸다. 기소돼 법정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충청타임즈에 대한 이같은 제재조치를 2년째 계속해 왔다. 단체장 독직혐의를 탐사보도한 특종 언론사가 오히려 해당 자치단체로부터 장기간 보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구 시장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에 따라 우리나라 언론사에 유례가 없는 천안시의 언론탄압 실태를 재정리해 본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시장직을 상실한 구본영 전 천안시장이 14일 이임사를 하고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시장직을 상실한 구본영 전 천안시장이 14일 이임사를 하고 있다.

충청타임즈는 20176월 구본영 전 시장이 천안시체육회 채용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단독 보도했다. 구 전 시장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박모씨 등을 채용하라고 지시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해 연속적으로 보도했다. 천안아산경실련 등 시민단체와 천안시의회 한국당 의원들이 진상 규명 요구와 함께 채용비리 조사특위 구성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구 전 시장이 소속된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특위 구성이 무산됐고 경찰에서도 인지 수사를 외면했다. 결국 같은 해 9월 민주당 당원 안모씨가 충청타임즈 보도 기사를 증거자료로 첨부해 구 시장을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고발하게 된다.

고발 직후 천안시는 채용 비리 의혹을 보도한 충청타임즈를 겨냥해 직접적인 제재수단을 동원했다. 천안시는 917일자로 충청타임즈에 대한 광고 중단’ ‘취재 거부’ ‘구독 중지’ ‘보도자료 제공 중단4가지 제재 내용이 담긴 시장 명의의 공문을 충청타임즈 대표 앞으로 송부했다. 제재 조치 배경과 관련해서는 천안시공무원노조가 충청타임즈 보도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표명했다는 점을 적시했다. 체육회 채용 비리 의혹기사가 연속보도되자 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불만을 제기했고 공무원노조 차원의 성명을 발표한 것. 또한 천안시는 노조의 입장을 방패로 삼아 특정 언론사에 대한 전면적인 고사작업을 벌이게 된 셈이다.

충남 언론 외면속, 끈질긴 단독보도

​구 전 시장은 공문날인에도 불구하고 “제재조치를 지시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구 전 시장은 공문날인에도 불구하고 “제재조치를 지시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제재조치 통보이후 천안시 홍보부서 간부는 충청타임즈측에 비보도를 조건으로 한 타협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재경 기자의 후속취재는 계속됐고 검경의 수사와 함께 충청타임즈의 단독보도가 이어졌다. 마침내 20183월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부회장의 기자회견으로 수사는 급진전을 보게 됐다. 김 전 부회장이 구 시장이 직원 채용비리를 지시했고, 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고 폭로한 것. 결국 한달뒤인 4월 구 전 시장은 직권남용 및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2014년 지방선거 후보 시절, 김 전 부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정치자금법 위반), 이어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임명하고(수뢰 후 부정처사), 특정인을 체육회 직원으로 채용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하지만 서울 대형로펌에서 13명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구 전 시장은 구속적부심을 통해 3일만에 풀려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기소로 비리 혐의가 드러난 구 전 시장을 6.13 지방선거 천안시장 후보로 공천했다. 일반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해 형사기소되면 직위해제가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워 후보로 공천했고 야당과 천안아산경실련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했다.

천안시는 구 전 시장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충청타임즈에 대한 4가지 제재를 그대로 강행했다. 또한 지자체의 비판 언론사에 대한 보복적 탄압조치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자협회는 끝까지 침묵했다. 한국기자협회 회원사인 충청타임즈는 천안시에 대한 협회 차원의 반박성명 발표와 구 시장에 대한 직권남용 고발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간만 끌던 한국기협은 지난해 12충북기협이 먼저 성명발표하면 곧바로 지지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충북기협이 올 2월 천안시에 대한 비판성명을 발표했으나 역시 한국기협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이에 대해 본보 취재진이 지난해 5월 한국기협 본부장과 통화한 결과 솔직히 이 문제는 한국기협 중앙회를 떠났다. 충남기협에서 성명발표를 반대하는 데 우리도 어쩔 수 없다. 회원사간 분란을 일으킬 수는 없지 않느냐. 충남기협에 문의해 보라고 답했다.

다시 충남기협 회장에게 연락을 취하자 우리가 반대한 게 맞다. 회원사들이 취재보도의 객관성에 문제 제기를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검경에서 장기간 수사를 통해 정식 기소했는데 객관적인 보도가 아니라는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재질문하자 기소됐다고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무죄추정의 원칙도 있고 재판이 남아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기협, 충남기협 모두 어떠한 입장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언론탄압 방관 단체 사과없어

충청타임즈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린 천안시와 제재를 요청한 공무원노조도 대법원 판결 이후 입장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천안시의 부당한 언론탄압에 대해 천안아산경실련은 지난해 8월 구 전 시장과 홍보담당관 P, 천안시공무원노조위원장 K씨 등을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홍보담당관 P씨는 천안시청 공무원 사내 전산망을 통해 충청타임즈에 대한 신문 구독 중단 및 취재협조 거부 등의 조치는 계속되고 있는 사안으로 업무추진에 참고하여 주기 바란다고 공지하는 등 실무적으로 주도했다.

특히 구 전 시장은 검찰의 서면조사에서 충청타임즈 제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홍보담당관 P씨에게 책임을 넘긴 것인데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3명의 피고발인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예산권을 악용해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자치단체장의 부당한 시도를 사법기관이 용인해 준 셈이다. 천안아산경실련은 대전지검에 항고했고 기각되자 현재 대검찰청에 재항고한 상태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대검찰청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지역 언론인 H씨는 이번 충청타임즈 사태에 대해 비판매체가 오히려 탄압을 받고있는 현 상황은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단체장의 비위사실은 쉬쉬하고 조합원 보호에만 급급한 공무원노조, 조직 갈등을 내세워 본연의 역할을 저버린 한국기협, 지역 헤게모니 때문에 타 지역 언론사를 부당하게 배척하는 충남기협, 지역언론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언론시민단체, 언론저널리즘의 한계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같은 허술한 사회구조가 구 전 시장이 반문명적인 언론탄압 행위를 2년간 자행할 수 있는 토양이 된 셈이다. 구 전 시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법원 판결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만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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