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평윤씨 종중땅 소유권 갈등이 방화사건으로 번져 종친 1명이 숨지고, 11명이 화상을 입는 참극이 빚어졌다.

7일 충북지방경찰청과 파평윤씨 동지공(수민20세)문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9분께 진천군 초평면 은암리 파평 윤씨 문중 선산에서 A(80) 씨가 시제를 지내던 종중원 11명에게 시너로 추정되는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사건으로 B(85) 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C(79)씨 등 5명이 몸에 2~3도의 화상을 입어 청주의 한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D(79)씨 등 6명도 경미한 화상을 입었다.  

문중회는 매년 음력 10월 11일(11월7일) 선조들 선영이 있는 진천군 선산에서 시제를 지내고 있다.

파평윤씨 종중소유 부동산은 보은 회인, 진천 은암, 괴산지역 임야와 밭 등 수십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시제를 지낸 곳 주변 임야(4만9289㎡)와 밭(5400여㎡)도 문중 구성원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 부동산은 1970년 문중 17명이 공동명의로 신탁받아 1975년 11월 20일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이들이 사망하자 현재 후손들이 다시 명의를 넘겨받아 관리하고 있다. 후손들은 132명에 달한다.

문중회는 2017년 11월28일 총회를 열어 정관을 바꾸고, 윤모 씨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17명에게 공동명의(회인, 괴산)로 신탁한 '위토(묘에서 지내는 제사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작하던 토지)'와 선산 등 문중 재산에 대해 명의신탁 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종중원들이 순순히 명의를 넘겨주지 않자 문중회는 지난해 7월 27일 후손 132명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2009년 9월 종중 땅 1만여㎡를 매도해 1억2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업무상 횡령)로 기소돼 2016년 12월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8월까지 수감생활을 했다.

출소 후 종중 땅 소유권이전 문제 등을 놓고 문중회 구성원들과 고소·고발 등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문중회 감사와 종무위원으로 활동하며 종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통한다.  

2009년 종중땅 주변 은암산업단지가 개발될 당시 땅 수용 문제로 산단 개발업자들과 마찰을 빚어 공사 현장에서 인화물질을 들고 분신 소동을 벌인 일화도 있다.   

이날 인화성물질을 미리 구매한 A씨는 시제를 지내던 문중 구성원 20여 명을 상대로 홧김에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음독한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문중회 한 관계자는 "A씨가 종중재산을 횡령하고 땅을 임의로 팔아 처벌을 받았다"며 "종중 땅과 관련한 여러 건의 문제로 종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펌프차 10대 등을 동원해 20여 분만에 불을 껐다.

경찰은 인화성 물질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A씨가 건강을 회복하는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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