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화예술회관 건립 예산 전액삭감 배경은?

제천시의회(의장 유영화)가 지난 12월 20일 집행부로부터 제출된 문화예술회관 신축비용 20억 원(국비 10억 원, 도비 5억 원, 시비 5억 원) 전액에 대한 삭감을 의결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문화예술회관 건립비용과 함께 고추시장 통합 이전비 10억 3200만 원마저 전액 삭감당한 시 집행부는 뜻 밖의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시의회가 예상 밖의 초강수를 들고 나온 배경을 분석하며 향후 대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문화예술회관 건립에 기대감을 보였던 예술단체들도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집행부와 의회를 싸잡아 성토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개별 단체별로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조직화된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번 파문이 시 행정에 대한 불신은 물론, 시민 여론 분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의회는 문화예술회관 건립비용 전액 삭감이 시의 재정 상황이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 불가피한 조처였음을 강조하면서 시민의 냉정한 평가를 주문하는 등 사태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예산 삭감이 집행부와 시의회 사이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으로 비쳐지는 데 대해 곤혹감을 나타내면서 예결위에 참여했던 일부 의원들은 아예 의회 속기록 사본까지 들고 다니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등 ‘진실’ 알리기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먼저 경남 거제도나 양산시 등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을 진행 중인 타지역의 경우 각각 700억 원과 500억 원의 사업 예산이 소요되고, 제천시의 경우에도 부지 매입비와 건립비, 각종 시설비 등으로 집행부 추산 400억여 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가 도에 180억 원의 사업비를 신청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게 시의회의 판단이다.

관계법령 상 국비의 경우 200억 원 이상 사업에 대해, 도비는 200억 원 미만 사업에 대해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제천시가 사업의 타당성이나 소요 예산을 검토하지 않은 채 중앙 정부가 아닌 충청북도에 180억 원의 사업비를 신청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민경완 의원은 예산삭감에 앞서 열린 제108회 제천시의회 제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누가 봐도 400억 원 이상은 투입이 돼야 문화회관다운 쓸모 있는 문화회관을 지을 수 있다. (제천시가 사업비 신청을) 180억 원 가지고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을) 시작했다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20%의 보조금을) 받아봐야 36억 원인데 애초에 500억 원 가지고 시작했다면 (보조금) 100억원을 받을 수 있었지 않겠느냐”며 예산 전액 삭감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제천시의 재정자립도가 관내 공무원 급여 수준에 불과한 24%밖에 안돼 부족한 76%를 국도비 등 교부세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차피 국도비를 받아서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해야 한다면 도에 180억 원의 사업비를 신청할 게 아니라 문화관광부에 500억 원을 신청해서 100억 원을 지원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게 시의회의 계산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회의 예산 삭감 사유에 대해 집행부는 전혀 다른 셈법을 제시하고 있어 양측 간의 진실 공방은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주무 부서인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사업비를 도에 신청해도 투·융자 심의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 등을 고려해 지원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중앙정부에 사업비를 신청하는 것과 차이가 없고, 문화관광부에 신청을 한다고 해도 통상적으로 지원금은 20억 원을 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자체가 임의로 책정해 중앙정부에 신청한 사업비를 국가가 20%라는 일정한 비율대로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객관적으로 평가해 통상 20억 원 미만 수준의 금액만을 지원한다는 얘기다.

시 집행부는 이에 따라 180억 원의 관련 사업비를 충북도에 신청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에 20억 원의 내년도 사업 예산을 시의회에 심의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천시의회는 “문광부 지원금이 20억 원을 넘는 사례가 많이 있기 때문에 집행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집행부가 중앙부처에 실제 소요 사업비를 신청을 하지 않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편 제천시는 아직까지 문화예술회관 건립과 관련해 부지 선정을 비롯한 기초적인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시의회가 20억 원의 관련 예산을 ‘명시이월’ 항목으로 원안 통과시켜 국도비 등 지원금을 우선 확보한 뒤 사업의 연속성을 살려 미흡한 부분을 보완토록 협조해줄 것을 의회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20일 이를 전액 삭감함으로써 향후 수년 간은 관련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제천시의회는 “40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 지금까지 부지 선정을 비롯한 기초적인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20억 원을 이월해 달라고 하는 것은 국도비 15억 원을 살리기 위해 주민 혈세 수백억 원을 담보로 잡히겠다는 격”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현재 거론되고 있는 부지가 구 시청사와 동명초등학교 등 2곳으로 압축되고 있지만, 구 시청사는 병원 건립 부지 등으로 동시에 거론 중이고 동명초등학교의 경우 2001년도 교육청 감정 매매가만 154억 원이 넘어 180억 원의 사업비로는 부지도 매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 관련 예산 전액 삭감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게 시의회의 설명이다.

더욱이 제천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자연환경매립장에 소요되는 예산이 545억 원이어서 여기에다 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까지 본격화하면 두 가지 사업에만 1000억 원 이상의 세금을 쏟아부어야 해 자칫 급격한 시 재정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예산 삭감의 주된 이유였다는 게 시의회의 귀띔이다.

실제로 제천시의 경우 새해 예산에서 실과별 운영예산을 삭감하고 문화관광 홍보비도 긴축키로 하는 등 자연환경매립장 건립에 따른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허리띠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결국 이번 문화예술회관 건립비 전액 삭감은 제천시의 낮은 재정자립도에 따른 자체 사업 동력 부족과 각종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반복돼온 형식적 계획 수립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빚어진 예고된 충돌이라는 것이 지역 관가의 일치된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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