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2019전국생태환경교육포럼’에서 칸노한나 양 발표

<후쿠시마에서 온 소녀 이야기>

칸노한나 양이  6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19전국생태환경교육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칸노한나 양이 6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19전국생태환경교육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2004년생, 앳된 일본인 소녀가 질문한다.

“어른들은 핵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핵발전소를 없애지 못하나요?”, “방사능이 누출될 경우 어떤 대비책이 있나요?”, “방사능이 누출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청중들에게 꽤나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소녀. 지난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피난민, 칸노한나(16) 양이다. 당시 9살 어린 나이에 진도 7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를 겪었다. 코피가 나고 머리카락이 빠졌다. 지진이 난지 8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고향 후쿠시마엔 돌아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교토로, 교토에서 다시 낯선 대한민국으로 옮겨 다니며 8년째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전북 무주군에 있는 대안학교 푸른꿈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칸노한나 양이 6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19전국생태환경교육포럼’에 발표자로 참가했다. ‘미래세대가 말하는 환경교육’이라는 주제로 감물초등학교, 미호중학교 학생들에 이어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섰다. 조금은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지만 그녀는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6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2019전국생태환경교육포럼’이 열렸다.
6일 한국교원대학교에서 ‘2019전국생태환경교육포럼’이 열렸다.

 

“그날은 학교에서 엄마와 선생님이 상담을 하는 날이었어요. 아버지는 회사에 있었고 어머니와 저, 언니는 학교에 있었어요. 다음날이 제 생일이라 저는 엄마를 기다리며 생일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 지진이 일어난 거예요. 천장이 무너지고 책상, 의자도 넘어졌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때 공포는 지금도 너무 생생하고 무서워요. 하지만 정작 정말 무서운 일은 그다음부터 벌어졌지요. 지진의 충격으로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의 방사능이 누출된 거예요. 물론 지진 당시에는 몰랐어요. 저희 집은 핵발전소와 60㎞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부모님은 그 정도면 안전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부에서는 계속 괜찮다는 안내방송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코피를 계속 흘렸고 언니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어요. 결국 우리 가족은 지진이 난지 6개월 만에 후쿠시마를 떠났어요.”

 

칸노한나 양
칸노한나 양

 

‘괜찮겠지’하는 생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괜찮을까’로 바뀌었고 한나 양의 부모는 방사능을 피해 도망치듯 교토를 찾았다. 한나 양 부모는 6개월이나 지난 후에 후쿠시마를 벗어난 것을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낯선 집, 낯선 학교, 낯선 친구. 한나 양의 교토 생활은 후쿠시마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후쿠시마로 돌아가라’며 반 아이들은 한나 양을 놀렸고 급기야는 때리기까지 했다. 활발하고 뛰어놀기 좋아하던 한나 양은 의기소침해지고 외로움을 느끼게 됐다.

 

“한번은 한 남자애가 저를 발로 찼어요. 화가 나서 저도 때렸고요. 근데 선생님은 둘 다 때렸으니 똑같이 잘못한 거라고 했어요. 학교에서 제 편은 아무도 없었어요. 선생님도 친구도 아무도 없었어요. 학교에 가기 싫었고 그래서 며칠씩 가지 않은 적도 있었어요.”

 

이때부터 한나 양의 고민은 시작됐다.

‘후쿠시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거기에서는 모든 게 다 좋았었는데 여기는 너무 힘들어. 내가 왜 지진이랑 방사능 때문에 이렇게 피해를 받아야 하는 거지? 핵발전소가 없었다면, 지진이 없었다면, 계속 후쿠시마에 살았다면, 이렇게 힘든 일은 없었을 텐데…….’

이런 생각은 방사능과 핵발전소에 대해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의문이 계속 들었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어른들은 왜 핵발전소를 계속 유지하는 거지?’, ‘방사능이 누출됐을 때 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거지?’

마침내 한나 양은 이 모든 것이 돈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급기야는 이런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때마침 전북 무주군에 있는 푸른꿈고등학교 교사의 입학권유를 받게 되었고 많은 고민 끝에 한나 양은 한국행을 선택하게 된다. 현재는 부모와 떨어져 무주군 푸른꿈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환경공부도 하고 졸업 후에는 통역사가 되기 위해 준비도 하고 있다.

 

20여 분 동안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한나 양은 마지막으로 청중들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지금도 후쿠시마에는 제 친구들이 살고 있습니다. 방사능에서 도망가고 싶은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거기에 계속 살고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한국에도 24개의 핵발전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방사능이 누출되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여러분들의 친구가 방사능을 피해 도망가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처지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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