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 시절 반국가단체의 대통령 암살 시도를 찬양했다는 이유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가 43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70대 남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법 제13민사부(도형석 부장판사)는 전(前) 충청일보 기자 김금수(76)씨와 그 아내, 두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소속 단양경찰서 경찰관이 원고 김씨를 구금한 상태에서 조사한 행위는 구 대한민국헌법과 구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에 어긋나게 원고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위법행위로 수집된 증거에 기초해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아 구금됐다가 재심판결을 통해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이상 피고는 원고들이 그로 인해 입은 재산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지난 1월 형사보상금 명목으로 받은 보상액(2억2천여만원)은 전체 위자료에서 공제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19%로 제한했다.

지난 1970년 3월 충청일보 기자로 입사한 김씨는 단양주재로 근무하던 1975년 9월 10일 단양경찰서 정보과 직원들에 의해 임의동행 형식으로 검거됐다.

그 해 6월 초순 김씨가 자신의 아내와 두 아들이 있는 자리에서 재일 조총련 소속원 문세광의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해 "(고 육영수 여사를 지칭) 잘 죽었다. 본처를 쫓아내고 들어과 벌을 받아서 죽었다. 다음은 박 대통령이 죽을 차례다"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그 해 8월 15일에도 고 육영수 여사를 향해 비하발언을 했다.

그 해 10월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반국가단체인 북한괴뢰의 대통령 암살 미수 및 대통령 부인의 암살을 찬양 또는 동조해 북괴를 이롭게 했다"며 김씨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듬 해인 1976년 2월 김씨는 청주지법 제천지원에서 공소사실 모두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김씨의 반공법 위반 혐의 중 '1975년 6월 발언'에 대해서는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1975년 8월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원심이 확정됐다.

꼬박 736일을 복역한 김씨는 1977년 9월 27일 형기만료로 석방됐다.

이후 김씨는 2017년 10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2월 "당시 경찰관의 김씨에 대한 구금은 위법한 것으로 형법 124조의 불법 체포·감금죄에 해당된다"며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청주지법 제2형사부(윤성묵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김씨의 재심대상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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