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농업기술원, ‘나홀로’ 원장 식사당번제 운영
퇴근시간 이후 회의, 주말 근무 등 일부 직원 반발

도농업기술원 7개과가 분담한 식사당번표
도농업기술원 7개과가 분담한 식사당번표

충북도농업기술원이 부서별로 돌아가며 원장 식사 당번제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공공 기관장 갑질논란에 휘말렸다. 또한 일과시간 이후 간부회의, 주말 출근 등에 대해 일부 직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아울러 원장의 권위적인 업무지시와 도지사 보고자료 집착으로 해당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다른 직원들은 “식사당번제는 부서장간에 자발적으로 정한 것이며 신임 원장의 완벽주의 업무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직원의 불만”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충북도농업기술원 S원장(57)은 지난해 9월 도청내 농업직 고위공무원이 없어 외부 영입 케이스로 임명됐다. 청주농고를 졸업한 서울대 농대 출신으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30여년간 농촌진흥사업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S원장은 관사가 제공되지 않아 청주시내 소형 아파트로 주소이전해 혼자 지내고 있다.

‘나홀로' 기관장인 S원장은 부임초 야근이 잦았고 행정지원과 총무팀에서 외부 저녁식사 담당을 맡게 됐다. 하지만 2개월간 총무팀만 동원되다보니 부하가 걸렸고 결국 원내 7개과에서 돌아가며 식사당번을 맡는 것으로 바뀌었다. 행정지원과는 지난해 11월 부서별 식사당번표를 만들어 7개 과로 발송했다. 월별로 작성된 점심·저녁 식사 당번표에는 주말을 제외한 월~금요일까지 7개과가 순차적으로 적혀있다.

내부 제보자 Q씨는 “작년 11월경부터 행정지원과에서 부서별 식사당번표를 작성해 각 과로 보냈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먹는 경우가 많았지만 퇴근도 하지 못하고 과장·팀장들이 저녁시간에 원장님을 모시는 일은 고역이다. ‘오늘은 저희가 식사당번입니다’하면 아무 말 없이 같이 나가서 저녁을 먹고 계산은 직원들이 했다. 공휴일 전날밤 개인적 약속이 있어도 식사당번을 끝내고 퇴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서별 식사당번제는 올 5월까지 무려 7개월간 지속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3만원 이상의 식사접대를 받았다면 ‘부정청탁 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사당번제를 제안했던 행정지원과측은 “우리 총무팀에서 저녁식사를 챙기다가 과별로 담당하는 식사당번제로 바꾼 건 사실이다. 1주일에 평일 5일간 당번을 정했지만 실제로는 1주일에 한번정도 직원들과 외부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식사도 개인당 3만원이 넘지않는 수준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에 해당될 여지는 없다. 지난 5월에 원장님의 지시에 따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행정지원과 주도로 시작한 식사당번제가 원장의 지시로 중단됐다는 주장에 대해 S원장은 “우리 원에 그런 당번제가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5월경에 도본청에 회의하러 갔는데 실국장들 사이에 산하 과별로 저녁담당하던 관행을 노조에서 지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돌아와서 총무팀에 확인해보니 당번제가 있다고 하길래, 즉시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저녁은 바로 옆에 직원들 단골 백반집이 있어서 그곳에 주로 갔고 내가 업무추진비 카드로 계산도 하고 직원들이 내기도 했다. 야근 부서가 있으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자장면을 시켜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공무원노조 이병민 위원장은 “지난 8월 일과 가정의 행복을 양립하기 위한 조합원 워라밸(Work & Life Balance)회복실천운동을 선언했다. 야근문화 개선점 중에 상사에 대한 식사대접 관행을 근절하자는 내용도 포함됐고 지난 5월부터 간부진에게 전달했다. 아마 S원장도 그때 전해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S원장의 퇴근시간 이후 회의 소집, 주말 업무 지시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지난 6월 과수화상병 발병시에는 심야시간인 10시30분에 간부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는 것. 월요일 도본청 간부회의 보고서 작성 때문에 담당직원들의 주말 근무도 잦다는 것. 어찌보면 ‘일벌레’ 상사를 모셔야하는 부하직원들의 푸념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S원장은 “늦은 시간 회의나 업무지시는 화상병 발생 같은 긴급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있었던 일이다. 월요일 회의자료를 직접 검토하기 위해 일요일 3시쯤에 집무실로 나오는데 해당 직원을 부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의심스런 내용이 있으면 전화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S원장의 권위적인 업무스타일 때문에 정년을 맞은 국장이 퇴임식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퇴임한 모국장은 퇴임식을 사양했고 S원장이 주선한 오찬송별회에도 불참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일부 직원들은 “모국장이 퇴임식을 하지 않은 것은 최근 정년직원들의 경향이기도 하다. 기관장과 갈등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청공무원노조, 간부-직원 ‘워라밸 실천서약식’ 예정
간부진 찬성 불구 이시종 지사 재검토 지시 11월로 순연돼

 

충북도공무원노조가 조합원에게 배포한 워라밸서약식 행사 자료
충북도공무원노조가 조합원에게 배포한 워라밸서약식 행사 자료

충북도공무원노조(위원장 이병민)는 오는 11월 도 간부공무원들과 직원들이 함께하는 ‘워라밸 실천서약식’을 가질 예정이다. 본부 차원에서 지난 8월 워라밸회복실천운동을 선언했고 10월 1일 집행부와 노조간에 서약식을 추진했었다. 강제조항이 없는 선언적 의미라서 부지사까지 동의했지만 막판에 이시종 지사가 제동을 걸어 11월로 순연됐다는 것.

도청 공무원들의 워라밸 서약 서안은 5급 이상 간부와 6급 이하 평직원으로 나눠 작성됐다. 5급 이상인 경우 핵심내용을 간추려 보면 ‘자유로운 연가, 유연근무제, 출산휴가, 육아휴직 적극 장려’ ‘회의와 보고 간소화로 일하는 방식 혁신하여 업무 효율성 제고’ ‘긴급 사안이 아닌 경우 근무시간 이후 업무연락 자제’ 등이다.

6급 이하 평직원은 ‘오래 일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경직된 의식을 타파하고 업무시간내 집중하여 효율적으로 일해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직장 분위기 조성’ ‘정시 퇴근, 후배나 육아휴직 동료 직장내 눈치보지 않게 근무환경 만들기’ ‘가족의 날, 정시 출퇴근데이 날, 휴일에는 불필요한 초과근무 하지 않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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