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를 한 A(52)씨가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모(57)씨의 체포 장소인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1988년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A씨는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20년 수감 생활을 마치고 가석방된 뒤 청주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소 후 일정기간 소득이 없어 국민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도 했다.

A씨는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에서 B(13)양의 집에 들어가 B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10월 1심 선고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A씨는 "경찰이 고문을 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항소했으나 2심과 3심 모두 A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항소이유서에서 "집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허위 자백을 했다"며 "1심 재판부는 다른 증거도 없이 신빙성이 없는 자백만을 근거로 유죄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급심 재판부는 "고문을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3심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A씨는 청주교도소에서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인터뷰를 할 생각이 없다. 당장 돌아가라"고 입을 닫았다.

반면, 당시 8차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고문 여부를 완강히 부인했다.

화성 8차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증거가 뚜렷했기에 고문할 필요가 없었다"며 "특정인이 범인이라는 심증은 있는데,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을 때 하는 게 (당시)고문이지 증거가 있는 경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주변에 떨어져 있던 음모를 발견했고, 수개월 수사에 전념해 그 주인을 찾아냈다"며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에서 일반인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티타늄이 나왔고, 범인 직업과 연관되면서 진범임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의 선상에 올려진 이들의 음모를 체취한 뒤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A씨를 검거했다"며 "음모는 명백한 증거다. 이씨 거짓 진술을 믿어선 안 된다"고 했다.

앞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8차 화성사건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이씨는 또 화성 일대에서 2건, 청주에서 2건의 추가 범행을 자백했다.이씨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씨에 의해 목숨을 잃은 여성은 15명으로 늘어난다.

경기도 화성 출신의 이씨는 1991년 4월 화성에서의 마지막 범행을 한 뒤 같은 해 7월 건설업체에 다니던 여성과 결혼했다. 이때를 전후해 아내 고향인 청주와 화성을 오가며 굴착기 기사로 일하던 이씨는 1993년 4월 청주로 거처를 옮겼다.

충북 경찰은 이씨가 지난 1일 추가 범행을 자백함에 따라 가경동·복대동 피살사건을 포함해 총 5건의 미제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넘겼다.

이 가운데 1991년 가경동 10대 방직공장 여직원 피살사건이 이씨의 유력한 범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1월27일 청주시 가경동 택지개발공사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C(17)양은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혀져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과 동일한 범행 수법이었다.

당시 경찰은 3개월 수사 끝에 D(19)군을 범인으로 지목해 법정에 세웠으나 증거 부족 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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