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56)씨가 청주에서 저지른 추가 살인 2건에 대한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2일 이씨의 범행으로 의심할만한 살인 미제사건 5건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1991년 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청주권(옛 청원군 포함)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기간 발생한 살인 미제사건 중 이씨의 범행 수법과 유사한 사건이 있다"며 "현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 경찰은 이씨의 범행 기간인 1986년부터 1994년까지의 미제사건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가 이씨의 자백이 나온 뒤에야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충북지방경찰청 미제사건팀은 공소시효가 폐지된 뒤 2000년 8월 이후 미제사건만 관리하고 있었다.

이씨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처제(19)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아내의 가출에 앙심을 품은 이씨는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에 처제를 불러 성폭행한 뒤 둔기로 머리를 4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이후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수법인 스타킹과 끈, 속옷 등으로 숨진 처제의 몸을 묶어 집에서 880m 떨어진 곳에 유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청주서부경찰서(현 흥덕경찰서)는 증거 수집을 위해 이씨와 함께 화성을 방문했으나 화성 연쇄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화성 경찰도 혈액형과 신발 사이즈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씨를 용의선상에서 배제했다.

경기도 화성 출신의 이씨는 1991년 4월 화성에서의 마지막 범행을 한 뒤 같은 해 7월 건설업체에 다니던 여성과 결혼했다. 이씨는 아내의 고향인 청주를 자주 오가다가 1993년 4월 청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청주에서는 1992년 4월23일 강내면 학천교 경부고속도로 공사장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40㎝ 깊이의 땅 속에 묻인 시신은 양손에 스타킹이 묶여 있었다. 피해 여성이 숨진 지 3~4개월 뒤 발견된 이 사건은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았다.

같은 해 4월18일 청주시 봉명동과 6월24일 복대동에서 30대 술집 여종업원과 28세 가정주부가 잇따라 살해됐으나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앞선 1991년에도 2건의 살인 미제사건이 있었다.

그해 1월27일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공사장 콘크리트관에서 17세 여고생이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해 3월7일 남주동에서 29세 가정주부가 피살됐다. 두 여성 모두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입에 속옷이나 재갈이 물려 있었다.

가경동 여고생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검거된 남성은 법원에서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지난 1일 부산교도소에서 진행된 대면조사에서 청주에서 2건, 화성 일대에서 3건의 추가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씨의 진술이 모두 사실로 확인되면 이씨에 손에 숨진 피해자는 14명으로 늘어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사건 브리핑에서 "이씨가 자백한 추가 범행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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