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충북도청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태

도내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시설이 공개된 가운데(9월25일보도) 청주시청과 충북도청 등 일부 공공기관의 휴게실도 공개됐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 곳 도 있었다.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밑에 마련된 휴게실.
지하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밑에 마련된 휴게실.

계단 아래 창문 없는 휴게실

청주시청 별관 지하 1층 계단 밑 작은 공간. 안내판 하나 없는 문을 여니 지하실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청사 외부를 청소하는 남성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하는 휴게공간이다.

창문은 없었고 대신 작은 환풍기가 실내 환기를 해주고 있었다. 공간은 협소했지만 에어컨과 난방시설은 갖춰져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한 냉난방 시설 및 환기시설을 마련’, ‘ 소파 또는 등받이가 있는 의자, 탁자 등을 설치’, ‘휴게시설 표지 부착’ 등을 준수하라고 명시돼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청사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휴게실을 만들 공간이 충분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만하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

청주시청 밖 쓰레기분리수거장.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이곳에서 3m가량 떨어진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청주시의회 관용차 주차장 옆 쓰레기분리수거장 인근에 마련된 휴게실.
청주시의회 관용차 주차장 옆 쓰레기분리수거장 인근에 마련된 휴게실.

쓰레기장 인근이라 벌레와 모기떼가 들끓었지만 널찍한 창문에 창고까지 있어 남성 청소노동자 휴게실보다 상황은 나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은 창고로 쓰는 1평짜리 공간이 휴게시설의 전부였다.

과거 청주시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했던 휴게실. 현재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 청주시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사용했던 휴게실. 현재는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한 청소노동자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쓰레기장 옆에 있어 모기는 많지만 이만하면 아주 좋다”며 “휴식공간이 좋아지니 일도 힘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좋아지기를"

충북도청사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휴게실.
충북도청사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휴게실.

대학교나 다른 관공서에서 일하는 동료 미화원들도 좋은 시설에서 쉬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충북도청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말이다.

타 기관과는 달리 도청은 청사 1층에 휴게실을 마련했다. 에어컨과 난방시설은 물론 정수기까지 설치됐고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충북도청 내에 마련된 남성 청소노동자 휴게실.
충북도청 내에 마련된 남성 청소노동자 휴게실.

남성과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 분리됐고 최근 소파와 탁자 등 일부 집기를 새것으로 들여놨다. 다만,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청소노동자는 “이곳에서 부족한 것은 없다. 최근에 집기도 바꿔줘서 잘 쓰고 있다”며 “다른 청소 미화원들은 열악하게 생활한다고 하는데 우리처럼 쾌적한 곳에서 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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