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에서 보면 전교조와 동일하지만 투쟁방법은 달라
정치·연가투쟁보다 교육현장 교사들의 목소리 담을 것

<충북교사노조 준비위원장 한국호텔관광고 유윤식 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강경투쟁 노선을 비판하는 충북교사들이 새로운 노조설립을 준비하고 나섰다.

이른바 충북교사노동조합(충북교사노조)다.

‘교육재편모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충북교사노조는 정치·노동투쟁보다는 미시적이지만 실제 교사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안으로 교육청 및 교육부와 만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는 50여명 규모이지만 앞으로 충북교원 중 절반가량 조합원이 될 것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9월 말 창립총회를 거쳐 오는 10월1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충북교사노조의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윤식 교사를 지난 5일 단양 한국호텔관광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유 위원장으로부터 충북교사노조 설립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유윤식 충북교사노조 준비위원장
유윤식 충북교사노조 준비위원장

 

- 과거 전교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들었는데.

“전교조 초창기 때 함께 활동했다. 학생운동과 전교조 활동 때문에 감옥에도 갔었고 원천해직자라고 해서 동기들보다 12년 늦게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한국나이로는 56세지만 교육경력은 18년째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특별채용형태로 교직에 처음 발을 디뎠다. 지금은 40대 기분으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 전교조는 왜 떠났나.

“초창기 전교조는 당시 무소불위 권위주의적인 권력에 맞서 교육개혁과 사회변화를 일으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동안의 업적과 성과, 노력을 부정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민정부와 참여정부에 이어 촛불정국까지 왔는데 전교조는 변하지 않았다. 시대 흐름에 따라 성찰을 통해 조직과 방식의 변화를 시도했어야 함에도 여전히 이전의 조직과 투쟁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젊은 교사들로부터 공감받지 못하는 이유다. 교육현장을 지키면서 또 학생과 학부모의 지지기반을 굳건히 갖고 있는 상태에서 대정부투쟁도 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됐다. 전교조가 다루는 이슈들은 시대적으로 안 맞는다. 사회적인 이슈에 너무 많이 힘을 쏟는다. 지도부는 교육현장을 돌볼 여력이 없다. 이런 이유로 3년 전에 전교조를 탈퇴했다.”

 

- 충북교사노조 규모와 구성원, 현재 하고 있는 활동은.

“충북교사노조는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산하노조다. 9월 말 창립대회를 열고 오는 10월1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설립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조합원은 50여명 정도이지만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령층은 30대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노조 홍보에 주력하고 있고 의제도 발굴하고 있다. 충북의 의제는 30여개 정도를 모았고 조합원들과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큰 담론보다는 아이들과 교사들의 복지 등 미시적인 사안이 많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 전교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전교조 업적은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삭발투쟁, 단식투쟁, 연가투쟁은 이미 70~80년대 투쟁방식이다. 싸움이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연가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건강하게 풀어가야 한다. 촛불집회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촛불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덧붙여서 정책발굴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전교조가 탑다운방식이라면 교사노조는 아래에서 위로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을 발굴한다. 교과별로, 지역별로, 학년별로, 특수교사, 보건교사 등 다양한 모임에서 정책을 발굴하고 이것이 정책으로 연결된다. 연맹이라는 것은 여러개의 산별노조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지는 것이다. 충북도 여러개의 산별노조들이 그룹으로 묶어질 수 있다. 지역은 중앙조직의 하부조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조직이다. 교사들의 연구회를 통해 계속적으로 조직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나 노조를 만들 수 있고, 누구든 교육운동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다.”

 

- 충북교사노조가 추구하는 것은.

“교사노동조합연맹은 교육재편모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사노조연맹은 2017년 12월 출범했고 지난 7월 교육부와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치나 노동투쟁보다 실제 학교에서 교사들이 원하는 사안을 논의할 생각이다. 가장 시급한 것이 교권문제다. 단적인 예로 학교폭력이 일어나면 위중한 사안일 경우 일선 학교가 아니라 교육청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것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또 공기청정기 설치 문제도 그렇다. 충북교사노조가 추구하는 것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행복한 학교다. 노조를 통해 학교도 바꾸고 한국교육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노조의 새로운 모델 전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기간안에 전교조의 법외노조는 철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수노조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해서 같이 가고 싶다.”

 

- 어용노조가 될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노조의 건강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교사노조의 특징은 독자성과 자주성이다. 예산도 활동내용도 독자적이다. 중앙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르지는 않는다. 어떤 모형이나 롤모델을 미리 만들지는 않는다. 서로 조율하고 합의해가면서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수시로 집단 잡담회를 하고 있다. 지도부가 오만해서 독단적으로 할 때 제제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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