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선정 자체보다 ‘어떻게 만드냐’가 더 중요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관건…성과위주 방식 벗어나야

지난 8월 31일 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청주 기록×도시' 포럼 장면
지난 8월 31일 예술의전당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청주 기록×도시' 포럼 장면

올 연말 문체부의 문화도시 선정을 앞두고 문화도시 관련 사업이 여전히 관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시 및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청주문화재단)이 ‘기록문화도시 청주’라는 비전을 가지고 문화도시 선정을 위한 특화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문화도시를 위해 시민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지자체는 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문화도시 선정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화도시 선정위해 "청주시는 고군분투"

지난해 말 청주시는 문체부로부터 문화도시 지정 예비도시로 승인받고 올 연말 문화도시 심사를 앞두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체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지정된 청주시, 대구시, 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충남 천안시, 전북 남원시, 경북 포항시, 경남 김해시, 제주 서귀포시, 부산 영도구 중에서 5~6개가 올 연말 문화도시로 선정될 전망이다.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청주시는 ‘기록’을 테마로 잡았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도시 지정 예비도시 컨설팅과정에서 청주의 정체성이 부정확하다는 평을 들었다. 청주시는 전문예술가와의 논의를 통해 직지와 인쇄문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록문화도시’로 주제를 선정했다.

기록전문가 손동유 박사를 선두로 TF팀도 꾸렸다. TF팀에는 현재 청주시청 직원 4명과 청주문화재단 직원 6명 등 총 11명이 문화도시 선정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청주시민재단은 ‘시민이 함께 만드는 기록문화도시’를 위해 시민의 일상생활이 담겨있는 기록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기록인식확산 사업’을 비롯해 7개의 문화예술단체를 선정, 시민이 기록문화를 만들어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 사업에는 △유자차스튜디오 △사단법인 충북영상산업연구소 △충북여성살림연대 △청주YWCA △퀸덤도서관 △청년문화예술인연합 △청년나침반 등이 참여한다. 팀당 1500만원~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고 기록의 가치를 발굴하고 기록문화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문화10만인클럽’ 운영, 청년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 ‘느티’의 문을 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느티' 개소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느티' 개소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22일, 8월 23일, 8월 31일에는 기록문화의 가치를 공유하고 시민들과 함께 문화도시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 지자체 적극지원이 관건

문화도시 선정의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문화에 대한 열정이다.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활동이 지역주민 삶을 얼마나 향상시켰는가, 또는 앞으로 향상될 것인가가 관건이다.

‘문화컨설팅 바라’의 권순석 대표는 지난 8월 23일에 있었던 녹색청주 특별포럼에서 “문화도시의 상은 아직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도시를 놓고 문화예술계가 담론을 형성해가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중앙주도 사업이 아니라 지역에서 시민이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문화도시 사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청주시 문화도시 사업은 여전히 관주도, 공론화 과정 부재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문화기획자는 “문화도시를 한다고, 같이 의견을 나누자고 했을 때 정말 반갑고 기뻤다. 청주에도 드디어 공론화 과정이 마련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실망감이 든다. 기록이라는 테마를 잡을 때도 지역의 문화예술가들과 공론화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름 하나를 정할 때도 공무원 윗분들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화도시를 만드는 과정보다 문화도시 선정자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단은 성과위주의 사업을 하는 같다. 재단에서 정한 틀에 맞춰야 한다.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심지어 문화도시로 선정될 때까지만 참아달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저 또한 문화도시로 선정되길 매우 바라고 있지만 문화도시는 선정됐다는 결과보다도 과정이 더 중요한 것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방식이라면 문화도시로 지정된 이후에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청주문화재단 사업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

문화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재단은 직접사업을 너무 많이 한다. 예술단체나 문화단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축제를 열고, 직접 기획을 한다. 사업을 통해 성과로 연결시키려고 한다. 그렇다보니 함께하는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는 용역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청주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청주시가 사업계획서를 내는 단계라 민간단체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민간에 사업을 다 맡길 수는 없다. 내년부터는 어떻게 민간주도로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할 때는 민간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문화도시로 무슨 혜택을 받을지가 아니라 나는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참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화도시는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정착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화도시…결국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문체부에서 진행하는 문화도시는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 제 15조 제 1항(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문화예술, 문화사업, 관광, 전통, 역사, 영상 등 분야별로 문화도시를 지정할 수 있다)을 근거로 한다. 이 사업은 그동안 진행됐던 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즉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 ‘부산영상문화도시’ 등 그동안 추진됐던 여러 문화도시 사업이 ‘지나치게 하드웨어 중심’이라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되는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 예산이 무려 5조원에 달하지만 “문화도시가 돼서 과연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행복해졌고 문화생활을 즐겼느냐?”라는 질문에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고유의 문화가치 증진을 통해 균형발전을 꾀하며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전략으로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문체부가 지난 3월 발표한 ‘문화도시 추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문화도시에 지정되면 지정 후 5년 동안 최대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 돈으로 지자체는 △문화생태계 구축 △도시 브랜드 창출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는 관점 하에 지역의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살린다는 목표도 실현할 수 있다.

문화도시는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서 30여개가 지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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