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시종 지사가 직접수여
제천시는 ‘반야월 친일행적 단죄문 철거하라’ 공문

지난 2012년 2월 2일 충북도는 도청을 방문한 반야월씨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했다.
지난 2012년 2월 2일 충북도는 도청을 방문한 반야월씨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했다.

 

광주시가 지난 8일 전국광역지자체 중 최초로 친일잔재물에 대해 단죄문 건립에 나선 가운데 충북의 자치단체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가 ‘일억총진군가’등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을 찬양하고 참전을 독려한 반야월(본명 박창오)에 대해 명예도민증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천시의 경우 봉양읍 박달재 고개에 설치된 ‘가수 반야월의 일제하 협력행위’ 안내판에 대한 철거 입장은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나 광주시와 대조를 보였다.

지난 2012년 2월 2일 충북도는 도청을 방문한 반야월씨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했다.

당시 충북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작사가 반야월 선생은 작곡가 박시춘, 가수 이난영과 함께 ‘가요계의 삼보(三寶)’로 불리고 있다”며 “그 간의 ‘충북사랑’의 뜻에 보답하고 제천을 비롯해 충북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한 공적에 대해 도민의 뜻을 모아 충청북도 명예도민증서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시종 지사도 반야월씨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지사는 “반야월 선생께서 충북도민이 되신 것은 우리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반야월씨의 충북도청방문은 이 지사의 초정에 의해 이뤄졌다. 충북도는 보도자료에서 “방문은 반야월 선생의 충북도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당부하고, 도민들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이시종 도지사의 초청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충북도는 반야월씨의 방문을 계기로 총 42억원을 들여 박달재에 반야월을 기념하는 전시관 건립을 추진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단죄문 철거하라’ 외면하는 제천시

2017년 제천시가 의병유족회와 민족문제연구소제천단양지회에 보낸 공문. 시는 공문을 통해 박달재에 세워진 반야월친일협력행위 안내판을 자진철거하라고 요구했다.
2017년 제천시가 의병유족회와 민족문제연구소제천단양지회에 보낸 공문. 시는 공문을 통해 박달재에 세워진 반야월친일협력행위 안내판을 자진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박달재에 설치된 반야월친일협력행위 안내판
박달재에 설치된 반야월친일협력행위 안내판

 

지난 2016년 3월 19일, 제천의병유족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제천단양지회는 박달재에 설치된 반야월의 노래비옆에 그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제천시는 지금까지 2차례 공문을 통해 철거를 요청했다.

지난 2017년 6월 23일 제천시는 제천의병유족회 등에 공문을 통해 친일행적안내판은 제천시의 허가를 받지않고 무단으로 설치된 시설물로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에 따라 자진철거를 하라고 요청했다.

3개월 뒤인 9월 18일에도 다시 공문을 보내 자진철거를 종용했다. 또 시는 공문에서 행정대집행을 언급하고 이 경우 그 비용을 징수 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제천시의 이런 입장은 현재까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시청에서 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는 “업무를 맡은 지 오래되지 않아 친일행적 안내판 처리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팀장 혹은 전임 담당공무원에게 확인해 봐야 하는데 휴가중이어서 확인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진우 민족문제연구소 제천단양지회 사무국장은 “제천시가 2차례 공문을 통해 자진철거를 요청했고 현재까지 다른 입장을 전해온 적이 없다”며고 했다.

반야월에 수여된 충북명예도민증 문제에 대해서 김 국장은 “충북도뿐만 아니라 제천시에서도 명예시민증을 수여한 것으로 안다”며 “(친일행적이 밝혀진 인사에 대해) 국가기관인 충북도와 제천시가 할 적절한 행위는 아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라도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충북도관계자는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여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리 문제에 대해 내부에서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충남 홍성군 군립관현악단 창단 기념행사에서 김석환 홍성군수가 반야월이 작사한 ‘울고넘는박달재’를 불러 논란이 일었다.

 

반야월은 누구?

 

“올려라 일장기. 빛나는 국기... 앞장잡이다.” 반야월(1917~2012/본명:박정오)이 작사하고 친일노래 ‘일억 총진군’의 가사만 보아도 그가 한때 어떤 일을 했는지 분명하다. 자신의 표현대로 누군가의 ‘앞장잡이’다.

작곡가 박시춘과 가수 이난영과 함께 한국가요계의 ‘3대 보물’로 평가받는 이가 만들고 불렀다고 믿기엔 너무 노골적이다.

1942년 반야월은 ‘일억총진군’외에도 일제의 군국가요인 ‘결전태평양’을 작사했다. 뿐만 아니라 진남방이란 예명으로 ‘조국의 아들-지원병의 노래’와 ‘일억 총진군’을 직접 불렀다. 1943년에는 ‘고원의 십오야’를 노래했다.

다음은 반야월이 작사하고 직접 부른 일억총진군의 가사다.

 

일억총진군(一億 總進軍)

작사 : 반야월 / 노래 진남방 (반야월의 예명)

 

나아가자 결전이다 일어나거라 / 간닌부쿠로(堪忍袋)의 줄은 터졌다

민족의 진군이다 총력전이다 / 피 뛰는 일억일심(一億一心) 함성을 쳐라

(간닌부쿠로 : 인내를 담은 주머니 / 더 이상 참을수 없는 상태를 나타내는 일본식 표현)

 

싸움터 먼저 나간 황군(皇軍) 장병아 / 총후(銃後)는 튼튼하다 걱정 마시오

한 사람 한 집안이 모다 결사대 / 아카이타스키(赤い)에 피가 끓는다

(아카이타스키 : 소집영장을 받고 입대하는 사람이 두르는 붉은 어깨띠)

 

올려라 히노마루(日の丸) 빛나는 국기 / 우리는 신의 나라 자손이란다

임금께 일사보국(一死報國) 바치는 목숨 / 무엇이 두려우랴 거리끼겠소

(히노마루 : 일장기)

 

대동아(大東亞) 재건이다 앞장잡이다 /역사는 아름답고 평화는 온다

민족의 대진군아 발을 맞추자 / 승리다 대일본은 만세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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