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불황, ‘돈도 명예도 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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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불황, ‘돈도 명예도 다 싫다’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4.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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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변호사회, 한달 5건 이하 수임 1/3 ‘생존비상’
‘나홀로 소송’에 ‘부익부 빈익빈’ 겹쳐,

사법시험 합격자 1년 1000명 시대를 맞아 변호사 업계가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경기속에 ‘나홀로 소송’이 늘어난데다 해마다 개업 변호사 사무실이 크게 늘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청주지방변호사회의 경우 도내 72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청주에서 개업한 변호사만 48명에 달한다. 지난해초 청주지역 변호사가 43명이었고 1년 사이에 5명이 늘어난 셈이다.

지역 법률시장이 ‘무한경쟁’에 돌입하면서 오히려 사건 수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무리한 사건 수임 과정에서 법조윤리 문제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 전례없는 한파에 얼어붙은 청주 수곡동 법조타운의 겨울풍경을 돌아본다.

“변호사가 이제 ‘사’짜 축에나 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골프를 한번 치려고 해도 할인혜택이 없는 곳은 선뜻 가려고 하지 않는다. 옛날 같으면 이런저런 모임에 가능한 참여하는 것이 변호사인데 이제는 업무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양하는 풍조다. 지역의 법조시장이 포화상태의 과도기로 접어들면서 경영압박이 곧바로 심리적 위축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중견으로 인정받는 A변호사는 자조섞인 목소리로 쓴웃음을 지었다.

개인 법률사무소의 경우 여직원 1명과 사무직원 2명 등 최소한 3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청주지방변호사회 규정에는 기능직 3명(기사, 타자수 등)에 사무직 3명을 더해 총 6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청주에서 운전기사를 두고 활동하는 변호사는 한 사람도 없고 컴퓨터 만능시대에 타자수 개념도 사라졌다. 사무직원 3명의 급여와 사무실 임대료, 공과금 등을 포함하면 한달 운영비는 최소한 1000만원 이상 잡아야 한다.

사건 기본수임료를 건당 200~300만원으로 잡는다면 한달에 5건 이상을 해야만 변호사의 개인수익이 보장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청주지역 48명의 변호사 가운데 한달 수임건수가 5건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변호사사무실 3곳 가운데 1곳은 적자 내지는 변호사의 수익없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변호사는 더 이상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진’ 선택받은 직업이 아니다.

최근에는 개업에 자신이 없는 신참 변호사가 수곡동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의 고용변호사로 채용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고용 변호사의 급여수준은 400만원선으로 알려졌으며 송무업무를 맡아보면서 법조계의 실상을 파악한 뒤 개업을 준비하게 된다.

법무법인에 소속된 W변호사는 “법무법인도 사실상 소속 변호사사무실 별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공증 등기사무실만 공동운영해 사무실 임대료 정도 나누는 수준이다. 이런 혼란기가 지나면 기반이 취약한 개인 법률사무소들은 합종연횡의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지출을 줄이려면 직원을 감축하고 사무공간을 함께 쓰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 아닌가. 2007년 산남동으로 법원 검찰청사가 이전되면 법무법인과 변호사 합동사무소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법률시장의 불황은 변호사가 크게 늘어난 반면 사선 변호사 선임없이 스스로 재판에 임하는 ‘나홀로 소송’이 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200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나홀로 소송’은 132만 4,861건으로 전체소송의 85% 가량을 차지했다. 지난 2000년에는 92만 3,415건이었다. 지난 9월에 도입된 개인회생제도도 80%정도가 변호사에게 의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곡동 법조시장의 불황이 ‘부익부 빈인빈’이라는 이중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법원과 검찰의 전관예우 관행이 상당부분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변호사사무실로 형사사건이 몰리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업한 지 2년 미만의 변호사사무실에 형사사건이 한달 평균 10건이상 몰린다면 ‘이상징후’라고 할 수 있다. 일단은 경찰서와 잘 통하는 사건브로커를 ‘사냥견’으로 두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 하다.

“물론 브로커 고용없이 변호사 개인의 노력과 인맥으로 사건수임 실적이 뛰어난 사무실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연고도 없이 전관 출신도 아닌 변호사사무실에 사건이 집중될 경우 십중팔구 문제있는 인물을 변호사회에 등록도 시키지 않은채 간접고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A변호사가 말하는 ‘문제있는 인물’은 과거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거나, 무리한 사건수임으로 지방변호사회 집행부가 사무직원 등록을 기피하는 인물을 말한다.

실제로 R변호사는 자신의 사무실에 소속됐던 등기팀이 법무사사무실로 전환되면서 작년도에 변호사법 위반 전력이 있는 직원을 채용해 지방변호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T변호사는 지난해말 청주권 부동산이 들썩이면서 사무장이 의뢰인과 합작해 토지매매 계약을 증여방식으로 편법처리한 사실이 경찰조사에서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무장은 부동산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당해 스스로 사직했고 T변호사도 벌금 300만원을 물어야 했다. T변호사는 “사무장과 알고 지내는 의뢰인이 절세방법으로 증여가 가능하냐고 먼저 제안해서 둘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등기팀에서 변호사 인장을 사용하면서 나도 책임을 지는 처지가 됐지만 수긍하기 힘든 경우였다”고 항변했다.

T변호사의 경우처럼 개인 법률사무소의 등기팀 운영방식은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주에서는 2개 법무법인 이외에 20여개 개인 법률사무소에서 3명 내외의 직원을 두고 등기팀을 운영하고 있다. 서류상으로 변호사사무실 직원으로 등재됐지만 대부분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면서 건당 로얄티를 변호사에게 지급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사건 수임료 수입이 빠듯한 상황에서 정규직원을 쓰지않고 ‘별동대식’의 등기팀으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면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다. 하지만 T변호사의 경우처럼 등기팀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다보니 통제범위를 벗어날 경우 그 책임은 결국 변호사 자신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또한 기대했던 ‘로얄티 수입’이 미미해 등기팀을 도중 해체하는 사무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등기담당으로 변호사회에 등록된 직원이 사건 브로커로 활동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기존 법무사 사무실과 등기업무 서비스 경쟁을 하다보니 과거에는 의뢰인이 찾아와서 서류작업을 했는데, 이제는 직원들이 출장 서비스로 의뢰인을 직접 찾아가 업무처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등기직원들이 바깥 영업활동을 하다보니 소송사건도 물어오고 그에따른 코미션이 오가는 거래가 이뤄진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전문 브로커의 사건 알선소개 코미션이 선임료의 3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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