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중앙탑초 윤학준 교사, 14년 동안 70여 편 작곡
요즘 트렌드에 맞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 만들어
충북에서도 동요 대중화될 수 있는 통로 만들어져야

윤학준 교사가 교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윤학준 교사가 교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시간보다 더 빠른 세상에서/친구보다 앞서라는 세상에서/누구보다 천천히 걸어가는/한걸음 느린 아이/꽃향기 맡아보고 밤하늘의 별 쳐다보고/친구 얘기 들어주고/가끔씩 뒤도 돌아보는/조금 느리게 가는 아이/마음은 커다란 아이/저 길 끝에 보이는 꿈 따라가면/느린 걸음걸음마다/반짝반짝 환하게 빛이 난다. - ‘조금 느린 아이’

 

어린아이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 느리지만 지루하지 않은 멜로디,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마음속에서 뭉클하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바로 2015년에 만들어진 동요, ‘조금 느린 아이’ 얘기다. 동요지만 어른이 들어도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특히 이 노래는 오는 8월 7일부터 9일까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리는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 개막식 곡으로 선정, 7일 개막식 무대에서 국원초등학교 김만형 군이 노래할 예정이다.

“가사 너무 좋죠? 가사는 아는 분이 지으셨는데 글귀가 너무 좋아서 곡을 붙였어요. 요즘 교육 트렌드에 딱 맞아 더 좋아요. 아이들도 동요 같지 않다면서 곧잘 따라 불러요.”

충주 중앙탑초등학교의 윤학준 교사다.

‘조금 느린 아이’를 작곡한 장본인이다. 자신이 만든 노래 중 특히 아끼는 ‘조금 느린 아이’가 교육자치 콘퍼런스 개막식 곡으로 선보인다니 무한한 영광이란다.

장애아를 둔 부모에게, 또 1등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위안과 편안함을 준다.

윤학준 교사
윤학준 교사

 

윤학준 씨는 동요를 만드는 교사다.

'노래가 만든 세상’, ‘미운 오리의 날개’, ‘꿈꾸는 고래’, ‘나뭇잎 신호등’, ‘꼭 안아줄래요’, ‘우포늪의 아침’ 등 음악교육학을 전공한 그가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만든 동요는 70여 편에 이른다. 그중 ‘조금 느린 아이’는 동아출판사 중1 음악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동요뿐 아니다.

교가도 지었는데 현재 중앙탑중학교, 국원초, 청원초, 창리초의 교가를 그가 작곡했다.

“교가하면 보통 산 나오고, 정기 나오고 하잖아요.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교가도 동요처럼, 동요도 가요처럼,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동요의 매력

14년째 이어져 오는 윤학준 교사의 동요 만들기.

“동요는 왜 만드시는 거예요?”

물론 윤 교사도 학창시절부터 동요를 좋아하고 작곡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 사실 대학시절엔 동요에 큰 관심조차 없었다고.

하지만 교사로 첫 발령을 받고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당시 아이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1, 2학년들이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 우울하고 힘들다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단다.

“첫 발령을 받았는데 1, 2학년들이 당시 인기가 많았던 아이돌 노래를 막 부르고 있었어요. 가사 뜻도 모르고 빠른 멜로디만을 쫓아 춤을 추고 주문처럼 노래하는 모습이 놀라움을 넘어 안쓰럽더라고요. 그래서 동요를 부르자고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부르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부를 노래가 없는 거예요. 생각나는 게 없고 대부분의 동요가 너무 옛날노래이거나 유아용 노래뿐이더라고요. 아이들은 재미없다고 하고 시시하다고 말했어요. 동요를 작곡한 것은 아이들과 같이 부르려고 만들었습니다.”

작곡가에게 왜 노래를 만드냐고 묻다니…. 우문현답이었다.

“동요가 아이들 정서에 좋다는 설명을 굳이 학술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동요가 왜 좋은지는 느껴봐야 해요. 동요를 재미없고 시시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동요를 알아가다 보면 동요만의 매력이 있어요.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동요는 왜 가요보다 인기가 없을까?

동요가 아이들에게 좋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동요를 얼마나 알고, 또 얼마나 부르고 있을까?

아쉽게도 아이들은 동요보다 가요를 더 많이 부르고, 더 많이 좋아한다. 동요라고 하면 여전히 유치원 때 배웠던 동요만을 떠올리기 일쑤다.

윤 교사는 “동요가 전파되는 유일한 통로는 MBC나 KBS에서 주최하는 창작동요제 뿐입니다. 그것도 서울이나 수도권에 한정돼 있어요. 충북에도 창작동요제나 동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으니, 좋은 노래를 만들어도 돈이 안 되고, 돈이 안 되니 만드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돼 동요 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그나마 꾸준히 동요가 만들어지는 것은 윤 교사와 같은 마니아 층이 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통로가 없다고 해서 안할 수는 없고, 우선 교사들이 알면 아이들도 알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만들어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고 있습니다. 일단 교사들이 알아야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가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문화예술 교육전문직으로 자리를 옮겨 충북의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본격적으로 일해 볼 생각이란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여전히 낯선 ‘동요의 세계’.

윤학준 교사와 인터뷰를 하고 나니, 나도 한번 동요의 감흥 속으로 빠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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