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육, 마을공동체 보다 프로그램에 매몰돼
마을교사·활동가, 사업 바라보는 시각 천차만별
“교육? 그거 우리일 아냐”…지자체 무관심 여전

지난 6월 21일 한국교통대학교 충주캠퍼스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교육자치 콘퍼런스 마을교육공동체 사전포럼' 모습.
지난 6월 21일 한국교통대학교 충주캠퍼스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교육자치 콘퍼런스 마을교육공동체 사전포럼' 모습.

행복교육지구사업 도입 3년째.

‘마을은 아이를 품고 아이가 자라면 마을을 품는다’는 슬로건으로 전국최초로 충북 11개 시·군에서는 행복교육지구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행복교육지구는 교육청, 지자체, 지역사회가 서로 협력하여 지역 특색에 맞는 교육을 통해 지역 전체의 교육력을 높이고 정주여건을 강화하는 사업을 말한다.

각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이 각각 예산을 투입, 지역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공동체 인프라를 형성, 결과적으로 마을공동체를 조성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에 따라 교육지원청 및 지자체에서는 마을교사양성과 마을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도입기를 지나 이제는 정착기를 앞두고 있는 행복교육지구사업. 현재 각 지역에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행복교육지구사업 3년을 맞아 다양한 평가 속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몸집 커진 행복교육지구사업

각 지역의 행복교육지구사업은 일단 외형 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충북의 마을학교는 193곳, 이곳에서 활동했던 학생 수는 무려 1만 4771명에 달한다. 또한 충북의 지역 체험처는 355곳, 2만 4282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우선 예산규모가 가장 큰 청주에서는 24억 원(청주교육지원청 12억, 청주시 12억)으로 다른 시·군에 비해 월등히 많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생태계 조성 △교육공동체 사업 △행복한 청주시민 육성이라는 주제아래 청주교육지원청 행복교육지원센터는 19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주의 마을학교는 47곳에 이른다.

민·관·학 거버넌스인 ‘청주행복교육공동체지원협의회(협의회)’도 조직, 시청공무원과 주민대표, 교육청 관계자가 매월 정기적인 만남을 갖고 정보도 공유한다.

특히 청주시청 소속의 주무관 2명이 청주교육지원청 행복교육지원센터에 파견, 교육청과 시청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마을활동가들이 스스로 분과를 구성하고 직접 대표를 선출, 조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충주지역은 최근 2차 추경에서 충주시와 충주교육지원청이 각각 예산을 1억원씩 증액, 기존 4억에서 2억 원이 증액된, 총 6억 원으로 올 하반기 사업을 진행한다. 초등학생에 국한됐던 사업을 중학생 대상 프로그램까지 확장한다.

행복교육지구사업 시작 이전부터 이미 마을공동체 활동이 활발했던 괴산지역은 행복교육지구사업을 계기로 더욱 탄력을 받았다는 평가다.

자치활동이 활발했던 옥천지역도 옥천교육지원청과 옥천군이 공동 기획한 교육부 컨소시엄 사업예산을 확보, 타 지역보다 여유있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천지역 또한 최근 읍면동 단위에서 민관학 거버넌스를 구성, 실제 마을 구성원들이 만남을 갖고 향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덕산·수산·한수면 지역 주민들이 민·관·학 거버넌스를 꾸린 것을 시작으로 8월까지 8개 권역에서 132개 단체가 거버넌스를 조직할 계획이다.

단양·음성·영동·증평·보은·진천군도 지난해에 비해 많은 마을구성원들이 이 사업에 관심과 참여를 보이고 있다.

각 지역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마을교육공동체 숫자가 증가했으며 주민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몸집 커졌지만 내실은?…“글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분명 행복교육지구사업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이들은 늘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 형성에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민은 민대로, 관은 관대로, 학은 학대로 곳곳에서 고민과 불협화음, 갈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 사업의 핵심주축인 민, 즉 마을교육활동가들은 ‘이 사업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여전히 하고 있다.

마을활동가 A씨는 “마을에서 정말 아이들을 키우고 돌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 지금 드는 생각은 사실 회의적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진행하는데 매몰되는 경향이 강하다. 종종 목표는 상실한 채 사업만 남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동체라는 것이 마을주민이 중심돼 운영되어야 함에도 여전히 관 중심으로 진행되고, 성과 또한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는 공동체형성보다는 당장 1년 단위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하는 빡빡한 일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정말 마을공동체를 전제로 행복한 아이, 행복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또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보다 마을에서, 지역에서 필요한 것을 우선 해야한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실패해도 괜찮은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수인 공간은 대부분의 운영자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모이고 싶어도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공간부족을 토로하면 교육청과 지자체는 모두 본인의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고 관계자들은 토로했다.

 

활동가들, 공동체 인식수준 천차만별

행복교육지구사업은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사업이다보니 당연히 지역 환경과 주민들의 인식도, 분위기, 운영자 마인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공동육아부터 마을자치 등 적극적인 형태의 마을공동체가 있는가하면 학교와 마을을 연계한 수업, 심지어 방과후 수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다.

현재 마을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은 마을활동가, 마을교사, 마을선생님 등 다양한 단어로 불린다. 한 관계자는 “정립되지 않는 용어만큼이나 행복교육지구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 행복교육지구사업을 저렴한 동네 학원쯤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며 “마을에서 행복교육이 왜 필요한지 관계자들의 역량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지역마다 인식 정도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환경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사업을 확장시키다보면 이후에 정리가 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자체 저조한 관심은 여전

지자체와 교육청의 불협화음, 마을공동체에 관심(?)없는 지자체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교육지원청과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적극적인 지자체도 일부 있지만 많은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예산전달과 정산만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한 지자체에서는 정산서류와 행정처리 미비 등으로 마을활동가 및 교육지원청과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했다. 지자체 예산 2억 원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이자반납 등과 관련,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계자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기본적인 취지에 공감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행복교육사업은 궁극적으로 지자체가 진행해야 할 사업이다. 지자체는 예산배분과 정산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행정자치부의 ‘지방교육경비 지원관련 규정준수’ 방침은 행복교육지구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교육경비 지원관련 규정준수’란 지자체 자체수입으로 지역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 못하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교육경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충북에서는 보은, 옥천, 영동, 괴산, 증평, 단양지역이 해당된다.

이 규정으로 인해 지자체와 교육지원청간의 원활한 공유와 사업의 공동운영이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행복교육지구사업이라는 기치아래 사업내용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주로 성인대상·강좌중심의 평생학습관을, 교육지원청은 마을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끔 만나 서로 사업을 공유하고 있지만 함께 사업을 운영할 수는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알만하면 가 버리는 장학사”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의 잦은 인사이동도 문제로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충주, 진천, 괴산증평, 음성, 단양교육지원청의 행복교육지구사업 담당 장학사는 6개월 단위로 바뀌었다.

마을활동가 B씨는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얼굴을 익히고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면 담당자가 바뀐다. 새로운 일을 할 수가 없다. 사업이 퇴보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청 인사이동은 승진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A, B, C, D장학사가 있을 경우 B장학사가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을 하면 또 다른 E가 B장학사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C가 B로, D가 C의 업무를 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자주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앞으로는 교육지원청의 행복교육지구사업 담당자는 최소 1년6개월에서 2년 정도는 변동없이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11개 시·군 마을활동가들의 모임 ‘충북행복교육공동체네트워크 가치’의 관계자들은 매월 모임을 갖고 각 지역의 현안과 고민을 공유한다. 한 관계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발생하는 문제를 보면 비슷한 것도 많다. 이 사업의 취지와 목표가 좋다는 것은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방법상에 있어서 개선돼야 할 점은 아직 상당하다. 목표가 아무리 좋아도 개선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냐.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