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합, 조합원 분담금 발목잡혀 뒤늦게 문제 제기
재개발조합,조합운영·매몰비용 부담없어 언제든 NO

최근 한달새 청주 지역주택조합과 재건축조합에 대해 연거푸 취재하게 됐다. 주택조합은 자금집행의 의혹에 대한, 재건축조합은 사업 찬반에 대한 민원이었다. 양측 모두 공통점은 조합집행부에 대한 불신에서 갈등이 불붙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불신에 대한 대응방식은 영 달랐다. 이미 수천만원의 조합분담금으로 발목이 잡힌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심지어 본보의 비리 의혹 기사에 반감을 드러내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주택 또는 아파트를 담보로 진행되는 재건축사업의 경우 반대 조합원의 적극적인 의사표출로 정비구역 해제 수순을 밟는 곳이 2곳이나 생겼다. 지역주택조합과 재건축조합에 불거진 갈등의 속살을 들여다 본다.

청주시 청원구 우암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에 대해 사업 찬성 측인 정비사업조합(왼쪽)과 반대측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시스
청주시 청원구 우암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에 대해 사업 찬성 측인 정비사업조합(왼쪽)과 반대측인 비상대책위원회가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뉴시스

청주시가 도시·주거환경 정비사업으로 추진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이 막다른 벽에 가로 막혔다. 1일 시에 따르면 흥덕구 신봉동 운천주공 주택재건축사업 정비구역 해제 여부를 묻는 주민의견조사 결과 찬성이 반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개월간 개별 우편조사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반대자가 497명(53.7%)이고, 찬성자가 429명(46.3%)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재건축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은 청주시가 장기간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공급과잉 상태라서 일반분양 미달시 조합원 추가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암1구역 재개발사업도 정비구역 지정 고시 11년만에 해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토지등소유자 전체 1019명 중 458명(44.9%)이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해 시가 지난 6월 정비구역 해제 공람을 공고했다. 주민 공람 결과 5146명 중 3536명(68.7%)이 정비구역 해제에 찬성했고 1610명(31.3%)이 반대했다. 토지등소유자 40% 이상이 신청하면 시는 시의회 의견 청취와 도시계획위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 따라서 68% 찬성이면 압도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비구역 해제를 요구하는 재개발반대비상대책위는 “개발정비사업은 30%를 기부채납해야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개발정비사업보다 도시재생사업을 원한다”는 입장이다.

구역해제 매몰비용 7건 38억 지원

현재 청주시 관내 재건축·재개발사업 정비구역은 모두 16곳이다. 재건축이 봉명1·봉명2·율량사천·사창2공구B블록·운천주공 등 5곳이고 재개발은 우암1·탑동2·사모1·사모2·사직1·사직3·모충1·복대2·사직4구역 등 9곳이다. 모충2·영운구역 등 2곳은 주거환경개선사업이다. 총 16곳 중 건축물 철거나 주민 이주 등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하는 곳은 율량사천·탑동2·모충2·봉명1·복대2구역 정도다. 도시·주거환경 정비사업은 2014년 이후 탑동1구역만 준공했을 뿐 우암2·내덕5·사직2구역 등 11곳은 이미 해제되기도 했다. 장기간 표류하는 정비구역은 주민동의 절차를 거쳐 직권해제하자는 것이 청주시의 방침이다.

하지만 우암1구역의 경우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공공지원 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구역'으로 선정된 것이 변수다. 또한 청주시의 주민공람 의견수렴 과정에서 법정양식이 아닌 일괄서명의 임의양식으로 받은 사례가 있어 재개발조합 집행부가 반발하고 있다. 운천주공개건축사업은 찬반 격차가 7%(68명)에 불과해 논란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특히 각 조합이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소요된 용역비, 운영비가 만만치 않다. 우암1구역의 경우 38억원을 재개발조합 임원들의 연대보증으로 차용해 쓴 것으로 알려졌다. 운천주공재건축의 경우 53억원을 이미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청주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개정조례를 통해 자진해산하는 추진위원회는 매몰비용의 70%를 시가 지원하기로 했다. 2016년 8월 청주시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용 비용 검증위원회는 우암2구역과 석탑 구역 해제에 따라 제1호로 매몰 비용을 지원했다. 우암2구역은 11억2,900만원, 석탑구역은 15억7,400만원을 요청했으나 실제 지원받는 금액은 절반 정도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청주시는 7곳의 해제 구역에 대해 총 38억원의 매몰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암1구역, 운천주공개건축도 구역해제에 따른 청주시의 매물비용 부담도 상당액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대해 부동산개발사업 전문가 Q씨는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조합원 분담금이 없거나 미미하고 본인 재산권은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중도포기해도 잃을 게 별로없다. 이미 써버린 자금도 지자체가 매물비용으로 처리해주니 큰 고민없이 구역 해제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 입장에선 도시개발사업의 취지와 막대한 매몰비용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간 분규구역이 아니라면 찬반 의견을 봉합시키는 데 한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 보도 해명없이 조합원에 조합원 모집 SOS
서청주하우웰주택조합, 기부채납 사업 많아 추가분담금 우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이름만 조합일 뿐 지자체의 도시계획과는 무관한 민간 개발사업 성격이다. 공익적 책임이 담보되지 않다보니 지자체 지원도 기대할 게 없다. 조합추진위원회가 지자체에 조합원 모집신고를 하고 조합 규약에 따라 분담금을 모아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자기 주택과 땅을 갖고 시작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과 달리 조합원들은 계약금, 분담금 명목으로 자기 돈을 선투자해야 한다. 최근 본보가 보도한 서청주하우웰과 내수지역주택조합의 경우에도 이미 2000~5000만원의 분담금을 낸 상태였다.

지난 6월 분양대행사 ‘유령사무실'과 업무대행사 이사의 조합 대표 선임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서청주하우웰조합의 경우가 그렇다. 조합원 인터넷 카페에 문제의 의혹기사를 퍼 올렸지만 조합집행부를 비판하는 글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제보자를 운운하며 ‘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수백명 조합원을 곤경에 빠트렸다'고 공격하는 글이 많았다. 또한 조합추진위는 토지거래 내역과 자금집행 내역의 공개를 요구하는 조합원에게 “언론보도를 통해 공동이익을 저해하는 행위가 적발될 시 손해배상책임 질 수 있다”는 회신을 보내기도. 최근에는 추가 조합원 모집을 위해 1명당 500만원씩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주하우웰조합은 강서2지구 도시개발사업 지구지정을 전제로 아파트 건립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당초 사업부지(자연녹지지역)를 아파트 건립에 적합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시개발사업구역 지정을 위해서는 구역외 사업으로 기부채납하는 조건이 있다. 강서2지구의 경우 15m 도시계획도로와 어린이공원(아파트단지와 별도), 주차장, 완충녹지 등이 포함된다. 결국 구역외 사업에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8일 주민설명회에서는 사업지구 인근 참석 주민들이 시청 담당직원에게 조망권 침해와 장기간 토목건축공사로 인한 환경적 피해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주택조합 인터넷 카페는 조합집행부에 우호적인 운영진이나 적극 참여자들이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있다. 도시개발사업의 경우 구역외 사업에 대한 부담액을 미리 조합원에 공지해야 한다. 뒤늦게 추가분담금 사태가 벌어지면 조합원들은 아무런 대응 방법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청주하우웰 업무대행사 임원은 “구역외 사업의 비용도 감안해 사업계획을 짰고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예상 분양가에 포함된 것이다. 향후 조합원 추가 분담금 문제는 이 시점에서 단언하긴 힘들다. 시공과정에서 불가피한 사유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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