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남녀 공학 중학교들이 학급 편성을 하면서 남녀 합반과 분반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주 산남중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합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학교 교장은 지난 4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2020학년도부터 합반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 분반으로 운영해 온 이 학교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설문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관리자가 합반 추진을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학교 관리자들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반이 장점이 많으니 추진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분반으로 운영돼 산남중을 선택한 학부모나 학생들도 있을텐데 구성원들의 의견은 무시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학교 교감은 “인권위나 정부 지침에서도 양성평등 차원에서 남녀 합반을 권고하고 있고, 생활지도 측면에서도 합반이 긍정적 효과가 높을 것 같아 내년부터 합반 운영을 생각하고 있다”며 “충분한 홍보를 하고 의견수렴을 해야 정확히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해 합반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방학기간 가정통신문을 통해 공지한 뒤 올해 2학기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합반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주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옛 청원군 지역을 제외한 청주시 도심 중학교 35곳 가운데 남녀 공학 학교는 26곳이다.

이들 가운데 21곳이 남녀 분반을 하고 있다. 전 학년 합반을 운영하는 학교는 청주 수곡중, 성화중, 청운중 등 3곳이다. 각리중과 용성중은 1학년은 합반을, 2~3학년은 분반을 각각 혼용 운영하고 있다.

청주용성중학교는 지난해부터 1학년은 합반을, 2~3학년은 분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교사들과 논의를 거쳐 내년부터 합반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생활지도나 수업분위기를 보면 남녀 합반 운영이 효과적이지만 수행평가에서 남학생들이 불리해 반대하는 학부모들도 있다”며 “합반 운영을 위해 1학년 교실에 탈의실을 배치해 놓았다”고 말했다.

청주원봉중학교는 지난해 합반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여학생 탈의실 공간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남녀 합반과 분반 중 어느 것이 더 장점이 많고 단점이 많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며 “학교 상황과 학생 성비 등 여러 조건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학급 운영 방식을 변경하려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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