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상 충북인뉴스 대표

   
세계태권도공원 충북 유치 실패의 후유증으로 연말이 뒤숭숭하다. 충격을 받은 진천군수는 요양을 이유로 ‘싸고 눕다가' 급기야 자민련 탈당을 선언했다. 아예 1차 후보지에 이름조차 오르지 못한 보은군도 맥이 풀린 모습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진천군은 국가대표 제2 선수촌 유치를 놓고 음성군과 이웃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종률의원이 양측의 과열경쟁을 자제하자며 공동 기자회견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김경회 군수는 칭병을 이유로 불참했고, 박수광 군수는 혼자 참석하기 어색해 중간에 되돌아갔다는 것. 결국 기자회견은 김의원 혼자 “양 지역 군수가 심사가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선수촌 선정 결과에 승복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선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지역구 현안 조정기증을 잃은 국회의원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같은 날 충북도의회 장주식 의원은 태권도공원 유치사업이 무산된 데 대해 충북도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장의원은 “타 도에서는 복수 희망지를 단일화시켜 광역자치단체에서 총력적인 로비작업을 벌였는데 충북은 보은 진천으로 나뉘는 바람에 모두가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설마 충북도가, 이원종 지사가 단일화를 위해 사전조율을 시도하지 않았겠는가? 시도했지만 도의 조정기능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렇다면 조정기능을 발휘해야할 지역구 국회의원과 도지사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적으로 오늘의 지방자치가 행정자치 보다는 단체장의 정치자치로 흐르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정신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밝힐, 지역 전체를 밝힐 빛을 찾지 않고 선출직 표밭만 관리하면 그만인 것이다.

김경회 군수는 문화관광부의 1차심사결과가 발표된 14일 오후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권력과 돈에 진천이 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권력인지, 무슨 돈인지 구체적인 설명은 한 줄도 없었다. 과연 대통령이 글을 읽고 어떤 조치를 내리라는 것인지, 주민들이 보고 ‘권력과 돈’에 휘둘린 ‘가련한’ 군수를 이해해 달라는 것인지 애매했다.

글을 올리고 병원에 입원한 김 군수는 며칠 고민끝에 자민련 탈당을 선언했다. 끝까지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으로 비춰져 안타까울 뿐이다. 심리적 박탈감에 휩싸인 군민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군수가 병원에 누워있을 때인가? 군민들에게 유치실패 과정을 상세히 보고하고 책임을 느끼는 부분은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아닌가. 군의회가 삭감한 내년도 태권도화랑문화축제에 대해서도 집행부의 장으로써 의견을 내놓은 것이 도리일 것이다.

민선단체장의 대체적인 고정관념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이다. 가시적 성과의 모델이 곧바로 재선에 직결되기 때문에 임기내에 ‘끝장’을 보는 사업에 매달리게 된다. 이런 강박증은 우리 유권자들의 정치의식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구태한 모습이다. 주민과 함께 설정한 목표를 향해 또박또박 자기 길을 가는 단체장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진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사업유치에 환호하고, 당선에 환호하는 모습의 단체장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만,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어깨동무하는 단체장의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특히 내년도에는 쌀, 고추, 사과 등을 홍보한다는 이유로 민선단체장들이 직접 언론광고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기대한다. 단체장 여러분이 할 일은 최상의 모델을 찾는 것이지, 모델로 나서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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