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당 150명, 학교급식 조리실무사 배치기준 개선요구
학비연대, 3~5일 파업 돌입 … 공정임금제 등 주장
도교육청, TF팀 구성해 급식·돌봄 불편 최소화할 것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일부터 5일까지 총파업을 한다고 밝혔다.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일부터 5일까지 총파업을 한다고 밝혔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오는 3일부터 5일까지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한다.

충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학비연대)도 1일 기자회견을 통해 3일간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3일엔 서울에서, 4일과 5일에는 정부세종청사 및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각각 집회 및 파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학비연대에 따르면 충북에서는 3일동안 2400여명이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학비연대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가 소속돼 있다.

파업으로 인해 각 학교에서는 우선 학교급식과 돌봄교실 운영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충북도교육청은 TF팀을 구성하고 학교별로 급식제공 방안을 수립하되, 식단을 변경해 간편식을 제공하거나 빵과 우유, 조리과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 등으로 대체한다는 입장이다.

돌봄교실은 자체 인력을 투입해 최대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학부모 안내를 통해 이용 학생을 사전에 점검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가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개최한 ‘조리분과 결의대회’ 모습.
지난달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가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개최한 ‘조리분과 결의대회’ 모습.

 

2017년 이어 또 다시 반복되는 학비연대 파업.

이와 관련 학부모 및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이해한다’는 입장과 ‘이기적’이라는 입장이다. 청주시 개신동의 한 학부모는 “이해한다. 학교 급식실 환경이 열악하다고 들었다. 불편하지만 이해한다”고 밝힌 반면 또 다른 학부모는 “맞벌이 부부이고 아이가 아직 저학년인데 점심을 거를까봐 걱정된다.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어쨌든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하고 학교 급식 조리실무사를 비롯해 학비연대 조합원들은 2017년에 이어 또다시 파업을 결단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학비연대는 △공정임금제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단체교섭 제도개선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실제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고 있는 조리실무사들은 “공정임금제, 정규직화도 좋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환경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너무 힘들어서 일을 못하겠다는 얘기다. 많은 조리실무사들이 류마티스 관절염 등 질병에 노출돼 있음에도 병가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배치기준의 개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충북지부 우시분 지부장도 지난달 5일 ‘조리분과 결의대회’에서 “조리원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미친 듯이 일을 한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다. 내가 빠지면 옆 사람이 내 몫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배치기준의 개선을 주장했었다.

현재 충북지역 학교의 조리실무사 배치기준은 급식인원 149명까지는 1명, 150~299명까지는 2명, 300명~449명까지는 3명이다. 즉 조리실무사 한명이 150명의 아이들 급식을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또 결원이 생길 경우 대체인력은 충원되지 못한다.

학교급식 조리실무사 배치기준표(자료제공 충북도교육청)
학교급식 조리실무사 배치기준표(자료제공 충북도교육청)

 

그렇다면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들은 실제 그동안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었던 걸까?

초·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있는 조리실무사들을 직접 만나 파업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을 들어봤다.

 

"우리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여기는 총칼만 안 들었지 완전 전쟁터예요. 아마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를 걸요?”

청주지역 한 중학교 급식실의 13년차 조리실무사 A씨. 그녀는 급식실 환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얘기한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겠지.

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몇 년 전에 일을 하다 얼굴에 화상을 입었어요. 뜨거운 물을 홀딱 얼굴에 뒤집어 쓴 거죠. 얼굴 허물이 다 벗겨지고 진물이 나는데도 일을 마저 했어요. 병원엔 나 혼자 갔었구요. 다음날에도 바로 출근했죠. 단 하루도 쉴 수가 없어요. 내가 쉬면 내 몫의 일을 나머지 사람들이 해야 하거든요. 미안해서 못해요.”

이 학교는 540여명의 급식을 5명이 책임진다.

8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 퇴근할 때까지 꼬박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학교급식이라는 것이 집에서처럼 미리 반찬을 만들어놓고 쉴 수 있는 구조가 아니예요. 식중독 등 때문에 규정이 있어요. 나물은 요리한지 1시간 30분 안에, 부침 종류는 2시간 안에 배식을 끝내야 해요. 전이라도 부치는 날에는 정말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어요. 점심시간은 따로 없고 그냥 알아서 5분 안에 끝내기 일쑤죠.”

그녀는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걷기 힘든 상황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손과 발의 변형이 와서 매일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A씨는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발가락이 변형돼 휘어있다.
A씨 발가락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변형돼 휘어있다.

 

그렇다면 손과 발에 변형이 올 정도로 힘든 일을 1, 2년도 아니고 무려 13년째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고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니까요. 학교는 퇴근시간이 빠르잖아요. 이 일은 힘들지만 퇴근 후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고 저녁도 해줄 수 있어요. 그런 점은 일반 회사보다 훨씬 좋죠. 그 장점 때문에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만둔다 해도 50이 넘은 저를 이제 와서 누가 써주겠어요?”

그녀가 13년차 임금으로 받는 돈은 세금을 제하고 매달 195만 원 가량. 물론 방학 때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녀는 “사실 돈도 그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 제발 배치기준, 환경을 좀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8시간 동안 말없이 기계처럼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밥도 여유있게 한번 먹어봤으면 좋겠어요.”

 

근골격근 파열로 수술하기도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경력 6년차인 B씨. 그녀 또한 A씨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6월부터 방학 전까지는 특히 정말 힘들어요. 볼일 보러 화장실에 가면 팬티가 살에 붙어서 내려가질 않아요. 땀으로 범벅이 된거죠.”

지난 3월 말까지 그녀가 다녔던 학교는 신설학교로 아직 학교 인원이 확정되지 않았었다. 조리실무사 인원은 고정돼 있는 반면 학생 수는 매일 늘었다. 1100명의 급식을 8명이 책임졌던 것.

B씨는 지난 3월 초 어깨와 오른팔 부위의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병원 의사는 근골격 파열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팔꿈치는 염증이 심해 수술을 받았다. 현재는 병가를 낸 상태며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산재판정을 받았다.

근골격근 파열로 수술한 흉터
근골격근 파열로 수술한 흉터

 

“병가를 내기 전에는 정말 너무 아파서 울면서 했어요. 저라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왜 안했겠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사람 구할 때까지는 참아달라고 해요. 3월 한 달은 정말 간신히 일했던 것 같아요.”

그녀 또한 제일 바라는 것은 배치기준의 조정이라고 강조한다.

“누구든지 돈이야 많이 주면 좋겠지만 큰 욕심 부리지 않아요. 1인당 100명 미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렇게 힘든데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인가요?”

혹자는 이야기한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게 불만이면 공무원 시험보고 들어오지 그랬냐고. 시험보고 들어온 사람이랑 같은 대우를 해달라니 도둑놈 심보 아니냐고.

하지만 이에 대해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어려운 시험보고 들어온 공무원하고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게 아니예요. 제발 편하게 밥 먹고, 아프면 병가내서 병원도 가고, 힘들면 옆 사람이랑 얘기도 좀 하면서 즐겁게 일하고 싶은 거예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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