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시장 이전, 국ㆍ도비 삭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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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시장 이전, 국ㆍ도비 삭감 논란
  • 정홍철 기자
  • 승인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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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의회 고추시장 10억, 예술회관 20억 전액삭감

제천시의회(의장 유영화)는 제108회 제천시의회 정례회의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4차본회의에서 고추시장 통합이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3회 추경예산으로 상정한 10억3200만원(도비 7억)과 문화예술회관 건립비용 20억(국비 10억, 도비 5억, 시비 5억)을 전액 삭감ㆍ의결했다. 이에 고추시장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문예단체들은 대책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시의회와 집행부를 향한 시민들과 관련단체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책임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고추시장 통합이전을 둘러싼 예산삭감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짚어 본다.

국ㆍ도비가 반납됨에 따라 단일사업은 물론 유사사업에 대한 지원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의회는 10억 이상의 사업비가 소요될 경우 관련법령에 의거 투자ㆍ융자심의를 거쳐야 하나 제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예산은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집행부는 도비 7억이 확정된 후 제반절차를 밟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상인들의 의견은 의회와 집행부와는 차이가 있다. 시비는 차지하더라도 도비마저 전액 삭감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삭감 배경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제천시의 고추시장은 화산동의 제1고추시장과 중앙고추시장으로 양분화 되어 있다. 이에 상인들은 고추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2개 시장을 통합, 제천시 신월동 제천바이오밸리 인근으로 이전하기 위해 지난 2002년 7월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이완섭)를 구성하고 통합이전에 착수했다. 추진위는 2002년 8월 제천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이전에 대한 기본취지와 계획안을 설명하며 시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시는 상ㆍ하수도 등의 기반시설 정도의 지원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다는 시의 답변을 받은바 있다. 이전사업은 꾸준한 진척을 보여 지난 6월에는 12억6천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토지매입을 마치고 절토 및 정지사업에 착수해 9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 제천 고추시장 상인들은 시의회와 시청사를 찾아 예산삭감의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시비는 그렇더라도 국ㆍ도비는 살려야”

그러나 전체 100명의 상인 중 11명이 재산권 행사의 불이익 등을 이유로 통합이전에 반대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시의 지원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시는 지난 2003년 7월 2개 시장 앞으로 공문을 발송, 통합을 전제한 지원사업인 만큼 일부 상인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2개 시장이 통합하지 못하면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수차에 걸친 회의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분명히 전했다는 것이 집행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이재환)는 지난 16일부터 이틀간에 거쳐 2004년도 3회추경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을 집행부로부터 보고 받고 계수조정과 예비심사를 거쳐 고추시장이전과 관련한 지원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이어 예산결산위원회(위원장 김기상)는 산업건설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삭감안을 원안 통과시키고 20일 제4차 본회의에 상정, 도비 7억과 시비 3억3200만원의 사업비 전액이 삭감됐다.

본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19일 오후5시부터 상인 80여명은 제천시의회를 찾아와 지원예산 전액삭감에 반발하며 농성에 돌입했고 다음날 본회의가 열리는 아침부터 시의회에서 농성을 이었다. 10시에 개회된 본회의는 상인들의 반발로 1시간 동안 정회를 거쳐 관계자긴급대책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고 대안을 모색하려고 했으나 아무런 합의점을 도출치 못했다.

긴박했던 2시간… 지원예산 전액삭감

오전 11시 15분, 긴급대책회의에는 유영화 의장, 한문석 부시장과 시의원 4명, 집행부 과장 4명, 상인 8명(찬성 4명, 반대4명)이 참석했다. 유 의장은 이 자리에서 지원예산안은 법적인 하자가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유 의장은 “상임위와 예결특위에서 부결됐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도비 7억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법적하자가 많다. (예산안 심사는)의원들의 고유권한이다. 가ㆍ부결의 모든 책임은 집행부에 있다. 의회 책임은 없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에 이완섭 통합추진위원장은 “법을 떠나서 가결이든 부결이든 시의회 의원들은 모두 반대하고 있다. 아깝게 마련한 재정인 만큼 부결에 대한 잘잘못은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시간가량 본회의가 정회되면서 진행된 긴급대책회의는 각자의 입장만 내세웠을 뿐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치 못하고 의회로 자리를 옮겼다.

예결특위의 심사보고가 끝나고 질의순서에서 박종유 의원은 정회할 것을 신청했고 또 다시 10분간의 정회가 선포됐다. 의원실에서 박 의원은 “고추시장 이전지원사업비는 집행부가 잘못했다면 꾸짖어서라도 바로 잡아 성립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라며 동료의원들의 동조를 구했으나 상임위와 예결위를 통과한 원안을 뒤엎기에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예정된 속개시간이 되어 본회의장에는 유 의장을 포함 모두 6명의 의원만이 자리를 채워 성원이 되지 않아 속개는 연기되었고 7분이 경과되자 7명의 의원이 추가로 착석, 본회의가 속개됐지만 고추시장 이전지원사업비는 결국 ‘삭감’의 운명을 맞게 됐다.


상인들 시청사로 옮겨 농성

오전 11시 54분. 본회의를 끝으로 제108회 2차 정례회는 막을 내렸고 상인 80여명은 시청현관 앞에 집결, 예산삭감의 명확한 원인규명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었다. 이날 제천시의회는 집행부가 상정한 10억3200만원의 예산안이 지방재정법 30조에 따라 투·융자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이행치 못해 제반법령 위반에 의회가 공범(?)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삭감의 주원인이다. 고추시장 이전지원사업비와 함께 시가 계획하고 있는 문화예술회관 건립비 20억(국비 10억, 도비 5억, 시비 5억)도 맥을 같이 하며 삭감의 철퇴를 맞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와 집행부간의 원활한 시ㆍ의정추진을 위해 대규모 사업에 있어 투ㆍ융자심의를 거치지 않은 사업이 비일비재한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의회의 예산삭감의 또 다른 이유는 ‘집행부 길들이기’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행부는 이같은 분위기를 미연에 포착했다면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발휘했어야 하나 안이한 대응으로 삭감을 불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도비 7억에 시비 3억3200만원이 더해져 10억이 넘었다면 시비를 조정해서라도 관계법령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예산성립의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다. 추진위측은 “국ㆍ도비 삭감은 이해할 수 없다. 관계법령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시비는 삭감하더라도 도비만큼은 살렸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의회와 집행부 양쪽 모두에 비난의 화살을 퍼 부었다.

이와 관련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당초 시는 3억32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상ㆍ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도비 7억이 더해져 사업비의 규모가 커졌다. 투ㆍ융자 심의를 받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예산삭감으로 인해 고추시장 이전지원사업과 관련 뚜렷한 대안은 마련되고 있지 않지만 잠정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추진위측은 내년 8월 개장을 목표로 조속한 사업비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반 절차를 감안할 때 내년도 추경예산의 반영가부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는 내년 1회 추경예산을 통해 당초 지원 예정이었던 시비 3억3200만원을 지원하고, 연 의원은 “삭감된 도비를 부활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혀 이전 추진은 한동안 난항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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