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청원광장 754명 답변기준 넘어
학부모, 대책위 꾸리고 학교지키기 본격화
도교육청, “학교 재배치는 불가피한 사안”

가경초등학교 전경(가경초 학부모 제공)
가경초등학교 전경(가경초 학부모 제공)

 

충북도교육청의 청주 가경초등학교 재배치 계획과 관련, 반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충북교육 청원광장’에 따르면 가경초 재배치 계획을 반대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는 것.

지난 13일 '가경초등학교 이전·재배치 계획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글을 시작으로 17일 현재까지 19개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13일 맨 처음 게재된 청원의 공감 수는 17일 오전 9시 현재 547명이고 이후 게재된 18건의 글도 207명의 공감을 얻어 가경초 재배치 반대 청원 공감 인원은 모두 754명이다.

지난해 10월 30일 개설된 충북교육 청원광장 답변기준은 30일 이내 공감 인원 500명 이상은 교육감이, 300∼500명 미만은 관련 부서장이 답하게 돼 있다.

13일 맨 처음 게재된 청원글에서 가경초 학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가경초등학교는 큰 역사는 아니지만 지역민들과 같이 호흡을 하며 자라왔다. 얼마 전 교육지원청으로부터 가경초가 이전, 재배치되어야 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신설되는 학교를 기준으로 반경 2km 내의 학교 중 소규모 학교를 지정한다고 하지만 이전, 재배치 개념 및 검토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부합되지 않는 일방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병우 충북교육감을 향해 “부디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시어 이전, 재배치 계획을 철회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우리의 바램은 3주전 평온했던 우리의 모습으로 되돌려 달라는 것입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충북도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충북교육 청원광장’에 가경초 학생 재배치 계획을 반대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충북교육 청원광장’에 가경초 학생 재배치 계획을 반대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학교신설위해 기존 학교 재배치 불가피

가경초등학교 재배치 계획은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 방침에서 비롯됐다.

교육부는 지난 2016년 7월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소규모 학교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구도심 및 농산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규모 학교 육성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즉 각 시·도교육청에서 학교신설을 신청하는 경우, 해당 교육청의 전체 학교 재배치 계획과 연계를 강화해 나간다는 얘기다.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가 들어선 신도시는 과밀학급으로 몸살을 앓고, 원도심의 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내놓은 해결방안이기도 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재배치는 신설대체이전과 동일한 개념으로 신도시가 생길 경우  학생들은 신설되는 학교로 이전. 또는  인근 학교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의 정책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 도교육청이나 시교육청의 판단이다"며 "학교재배치 및 통합은 교육감 권한"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최근 개발이 추진되는 서현지구에 (가칭)서현2초등학교를 신설하고 가경초 학생을 인근의 경산초등학교, 개신초등학교 등으로 재배치하는 계획을 세운바 있다.

가경초는 서현2초 설립부지 인근 반경 2km이내에 있는 학교 9개교 중 학생 수가 281명으로 9개교 중 가장 적다.

 

청주교육지원청이 작성한 '가경초등학교 재배치 학부모설명회' 자료에서 캡쳐.
청주교육지원청이 작성한 '가경초등학교 재배치 학부모설명회' 자료에서 캡쳐.

 

한편 서현2초는 지난 2016년, 인근 학교 분산배치와 설립수요 미비 등의 사유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솔밭2초, 단설 솔밭유치원, 용전고, 본성고, 청주 특수학교와 함께 부적정 처리됐었다.

 

도교육청, “학교재배치는 폐교 아냐”

가경초는 1992년 개교 당시에는 1348명, 1993년에는 2281명을 기록한바 있다. 그러나 매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 2008년에는 1000명 이하, 2018년에는 300명 이하로 감소했다. 청주교육지원청은 2024년에는 22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주교육지원청은 인구 증가 없이 신도심 지역 학교의 학생 수는 포화상태이나 구도심 내에 있는 기존학교의 학생 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개발지구 내 유입학생으로 인한 학교 신설요구는 증가하지만 인근 지역 학교공동화는 심화되고 있어 학교재배치 계획이 없는 학교신설은 교육부 중앙투자 심사시 채택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청주교육지원청은 지난 4일 가경초등학교 재배치 학부모 설명회 자료를 통해 “가경초가 재배치되면 교명을 계승하여 사용할 수 있고 기존 졸업생과 선후배 관계도 유지되며 학교폐지보다 지역적인 상실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연간 2억 원 한도 내에서 향후 30년간 60억 원의 인센티브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예산은 방과후학교,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교육활동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특히 재배치 이후에는 가경초 건물을 공동육아시설, 마을학교 등으로 이용, 지역의 구심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가경초 지키기위해 학부모들 본격 나서

하지만 가경초 학부모들은 이 계획이 사실상 가경초의 통폐합을 의미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경초 학부모 130여명은 지난 11일 ‘가경초지키기 학부모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19일 저녁 7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서명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가경초지키기 학부모대책위원회 김규진 (임시)추진위원장은 "이 문제에 보다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책위를 만들었다”며 “총회에서 위원장 등을 선출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사업의 정식명칭이 가경초 서현지구 이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신설학교를 위한 폐교라고 생각한다. 통학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2km가 넘는 거리를 아이들에게 매일 다니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고 특히 개신초나 경산초로 전학을 했을 경우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복대동은 구도심으로 젊은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젊은 사람이 없어지는데 공동육아시설이나 좋은 문화시설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며 “청주시민들은 신도심 아파트만을 쫒아서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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