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생건 반도체 전자 산전에 이어 합작사까지?
청주를 둥지삼아 동반 성장해 온 LG기업들 ‘화제’

성급한 얘기지만 ‘LG-노텔네트웍스 합작사’ 설립이 확정, 그 거점으로 청주사업장이 결정 될 경우 LG와 청주와의 끈끈한 인연은 새삼 세간에 화제를 몰고 올 게 틀림없다. 청주에는 이미 LG화학을 위시해 LG생활건강, LG산전, LG전자, LG반도체(반도체 빅딜로 사라졌다)가 수십년째 기업활동을 영위하고 있고 오창에는 LG화학 정보전자 부문인 ‘오창테크노파크’ 공장이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LG-노텔네트웍스 합작회사의 ‘안방’마저 청주로 결정된다면 청주와 LG는 또 한번 소중한 인연의 매듭을 한 겹 더 맺는 셈이 된다. 물론 LG-청주의 오랜 인연의 흐름에 돌이킬 수 없는 ‘단절’의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반도체 빅딜로 LG반도체가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청주, 나아가 충북 경제는 LG반도체의 상실로 인한 충격과 후유증을 아직도 치르고 있다.

어쨌든 만약 LG-노텔네트웍스 합작법인이 청주에 설립된다면 이건 청주와 LG에게 보통 큰 상징적 의미가 아닐 수 없게 된다.

충청리뷰가 이미 보도했지만 LG전자 경영 수뇌부에서는 당초에 휴대폰 단말기 사업부문 역시 청주를 중심으로 통합하려 했다가 연구원들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이 대목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점은 “왜 LG는 항상 청주를 우선순위에 두는 갚하는 것이다.

LG측은 이런 의문에 “우선 청주는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깝다. 이제 청주국제공항도 기업에게는 주요한 SOC 기반이 되고 있다. 그리고 밖으로 대놓고 말할 성질의 내용은 아니지만 솔직히 청주가 울산 등 타 지역보다 산업평화가 비교적 더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고 말한다. 여기에 산업활동의 필수 전제인 공업용수가 대청댐 덕분으로 풍부한데다 인력수급도 비교적 원활한 점이 기업들에겐 보통 매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 두가지.
2001년 말 서울 LG화학 본사. 경영 수뇌부들이 모두 모였다. 정보전자 소재로서 향후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TFT-LCD용 편광판의 증설과 함께 차세대 2차 전지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수뇌부는 어디를 생산거점으로 할 것인가를 확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LG화학 실무진 내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보전자 소재 생산거점으로 청주 대신에 울산을 더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당시 내부의 판단은 ‘청주공장은 부지가 포화상태로 여유가 없는 반면 울산공장에는 5만평의 빈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진의 울산선호 분위기는 LG그룹 수뇌부 회의에서 급반전했다. “관련 시설을 청주와 울산으로 분산 배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전략적 관점이 제기됐다. 결국 부지가 비좁은 청주공장에 편광판 생산시설이 추가 증설되고 오창과학산업단지에 2차전지를 포함한 첨단 정보전자 소재 공장이 들어선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LG그룹 수뇌부가 5만평이나 되는 놀고 있는 땅을 내버려두고 청주(오창)를 선택한 이유는 관련시설의 집중화로 얻어질 통합효과만을 기대한 것 뿐 아니라 앞서 말한 청주의 ‘특별한 젼 때문이었다.

LG반도체 시절, 기상관측 자료까지 검토해 결정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LG반도체가 청주에 설립된 배경에도 LG화학 때와 같은 그룹 경영진의 똑같은 전략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LG 반도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기우라는 말은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는 경우를 빗댄 표현이지만 반도체산업은 기우를 현실적인 걱정거리로 삼는다. 극한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번에 수조원씩 하는 대규모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게 반도체 산업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근원적인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만에 하나 반도체 공장에 지진이 발생한다면?’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기업의 입지선정은 지도와 자만 갖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회사 측은 “1970년대 홍성에서 발생한 큰 지진은 반도체에겐 파멸적 재앙”이라며 “그래서 회사에선 기상청 지진과의 자료협조를 받아 수십년간 축적된 국내 지진발생현황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음성~청주~수원을 잇는 삼각지대, 일명 ‘트라이앵글 지역’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알고보면 청주가 LG반도체 입지로 선정된 데에는 그럴만한 필연적 연유가 숨어 있다.
수원에 삼성전자, 청주와 이천에 LG반도체와 현대반도체(이상 현재 하이닉스 반도체), 그리고 2000년 7월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회사인 동부전자가 음성에 공장을 건설한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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