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 세종대왕 연계미흡…축제색깔 분명히 해야
총예산 중 60%이상…축제 대행한 언론사에 지급

제 13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에서 한범덕 시장 등 관계자가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제 13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에서 한범덕 시장 등 관계자가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사진 청주시제공)

 

5억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초정문화공원 일대에서 열린 ‘제 13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가 창의성과 기획력이 떨어지고 예산낭비성 사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주시 주최 청주문화원 주관, ‘세종, 행궁에 들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초정리’라는 지역성과 ‘세종대왕’이라는 컨텐츠를 제대로 결합시키지 못했고, 결국 이는 축제 컨셉의 부재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예산 사용 또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세종대왕도, 초정도 없다”

이번 축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6월 1일 두 차례 진행된 ‘세종대왕 어가행렬’이다. 세종대왕이 한양에서 초정을 방문하는 모습을 재연하는 것으로 행렬 앞뒤로는 농악대 길놀이팀이 배치됐다. 단기보조인력 등이 호위무사, 신하, 궁녀, 장군 등으로 분장해 출연했다.
어가행렬과 함께 국악공연, 마당극, 외줄타기 공연도 이어졌다. 
또 개막축하 무대로 권영기·설하윤·금잔디 등 트로트 가수의 공연을 선보였고 불꽃놀이, 고서묶기, 능화판 밀기, 훈민정음 판각·인출, 산초나무 젓가락 만들기, 대장간, 옥인장 만들기 등 30여개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여기에 물놀이장, 먹거리장터, 농특산물 판매장, 중소기업 홍보관을 마련했다.
청주시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초정약수와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연출해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가족단위 관람객의 체험과 즐거움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반향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충북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축제 이름이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임에도 세종대왕과 초정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이 초정에서 피부병을 고쳤다고 하면 축제의 컨셉을 치료로 잡든지, 아니면 초정의 이야기를 알려야 하는데 단순히 세종대왕이 초정에 왔다는 이야기만 있었다. 10년 이상 같은 이야기다. 축제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고 식상하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제의 색깔이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체험부스는 매년 동일한 것으로 서예, 캘리, 문자, 만들기 등 비슷한 것이 너무 많았다”며 “세종대왕, 초정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이 그저 옛스러운 것을 모두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5월 31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열린 품바공연에서는 원색적인 성적농담과 트롯음악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청주시가 가족단위 축제임을 표방했지만 공연자는 민망할 정도의 성적농담으로 흥미와 재미를 유도했다.
또 올해 말 완공될 초정행궁을 가상현실로 만나볼 수 있는 ‘초정행궁홍보관·미리 만나는 초정행궁 브이알 탐험’은 31일 오후 4시까지도 작동되지 않았다.
협소한 공간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1일 오후 4시 축제장을 방문한 결과 세 곳의 주차장이 있었지만 모두 만차였고 이미 갓길주차도 즐비한 상황이었다. 주차하는 데만 30여분이 소요됐고 축제장 공간이 협소해 어가행렬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었다. 축제장을 아이와 함께 찾은 한 관람객은 “너무 좁다. 관광객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간이 너무 좁아서 그런 느낌이 든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축제장 인근에 조성되고 있는 세종대왕 행궁조성 사업으로 관광객이 다닐 수 있는 통행로는 비좁았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인근 갓길에 차들이 주차돼 있다.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장 인근 갓길에 차들이 주차돼 있다.

 

축제 예산 60%이상 주관대행사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 축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효율적인 예산사용과 비민주성이다.
올해와 비슷한 규모와 내용으로 열렸던 지난해 축제 예산 사용내역을 살펴보면 총5억 8000만원 중 68%인 3억 9500만원이 축제 대행사 역할을 했던 지역방송사로 지급됐다.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청주시로부터 받은 ‘2018년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비목별 세부집행내역’에 따르면 각 부스별 지원금은 100~200만원, 축제운영자들이 축제 전 답사를 하면서 지출한 식사비는 200여만 원, 어가행렬 참가 연기자 인건비와 의상비, 조선유람 기획자 인건비는 모두 3000여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도 대동소이하다. 올해도 총예산 5억8000만원 중 3억5000만 원이 행사를 대행해준 지역방송사로 지급됐다. 

청주문화원은 제13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치르기 위해 지난 3월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에 따라 공개입찰을 통해 주관대행사를 선정한바 있다.

청주문화원 한 관계자는 “중앙무대를 설치하고 개막식 무대에 오를 공연가수를 초대, 섭외, 홍보하는 것은 문화원 자체적으로 하기 어렵다. 주관대행사가 이런 것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31일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공연장에서 품바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공연장에서 품바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문화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주관하는 축제인데도 사실 축제가 어떻게 진행되는건지 잘 모른다. 이러한 상황은 매년 반복된다. 왜 이렇게 된 건지 우리도 궁금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 축제 개최와 관련, 청주문화원에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추진위원회에 참여한 사람은 박상일 원장 한명과 사무국장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번 축제 추진위원회 회의가 열렸지만 이사 등 문화원 관계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진행하는 축제인데 주객이 전도됐다. 문화원 회원들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다. 시민들의 참여와 활동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청주문화원 측은 “문화원의 좋은 방향에 대한 의견은 언제든 들을 자세가 되어있다. 하지만 축제 같은 경우는 두 달 반이라는 시간동안 모든 문화원 관계자들의 의견을 다 듣고 반영하면서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예산낭비, 시민의 참여 부재 등 지자체가 주최하는 축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축제 주최를 지자체에서 민간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영동군은 2017년 '영동축제관광재단'을 설립 영동군 4개 축제를 민간중심으로 치른다고 밝혔었다. 
또한 서울 중구도 매년 봄, 가을에 치뤘던 ‘정동야행’을 민간 지역협의체가 주도해 진행한다고 밝힌바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