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규격미달 석재, 납품 비리 의혹” 주장
군 “100% 검수 어려워, 발파석은 아니다” 반론

괴산군 청천면 밀재소하천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주민 여론이 분분하다. 사업의 필요성은 물론 다리 신축 설계 등을 놓고 다른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특히 하천 제방의 축대를 쌓는 과정에서 가공한 조경석 대신 발파석을 사용한 의혹이 제기됐다. 군에서 조달청을 통해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경석이 아닌 발파석이 사용됐다면 다단계의 비리과정을 의심할 수 있다. 공사가 진행중인 청천면 삼송리를 찾아가 본다.
 

괴산군 청천면 밀재소하천 정비사업 현장
괴산군 청천면 밀재소하천 정비사업 현장

 

괴산군은 재해예방사업으로 애미골천·밀재천·장척천·안민동천 등 4곳에 34억원을 들여 소하천 정비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청천면 삼송리에 위치한 밀재천은 올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제방 축대쌓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5월 중순 괴산군에 축대 공사와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하천정비사업에 일반적으로 쓰는 가공된 조경석이 아닌 거친 발파석을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공 조경석은 채취된 원석을 적절한 크기로 분할하고 적당한 양을 굴삭기나 가공기를 사용해 서로 굴려서 모서리를 포함한 표면을 예리하지 않게 만든 돌이다. 반면 발파석은 날 선 면과 모난 각 때문에 제방 축조시 공극이 커 유실 위험이 높고 색상 또한 일체감을 주지 않아 경관미가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지자체 하천공사에서는 대부분 조경석을 사용하고 있다.

괴산군도 밀재소하천 공사에 필요한 조경석 1만7000t(1차분)을 조달청을 통해 공개입찰로 구입했다. t당 단가는 2만2000~3000원으로 총 4억여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조경석의 경우 가공 정도에 따라 가격차가 있지만 괴산군이 요구한 곡률규격 R5~R15(R:곡률 반지름, R값이 클수록 자연석과 같이 표면과 모서리가 매끄럽다)의 경우 t당 시중가격이 2만5000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기 규격은 500·600·700mm로 제한해 너무 크거나 작은 돌은 배제시켰다.

민원을 제기한 마을 주민 A씨는 “축대를 쌓는 돌이 너무 크고 거칠어서 현장소장에게 ‘이게 조경석이 맞느냐? 설계도면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거부했다. 인접 하천공사와 너무 차이가 나서 괴산군에 민원을 제기했다.

 

밀재소하천 제방(위)과 인근 관편소하천 제방(아래) 비교 사진
밀재소하천 제방(위)과 인근 관편소하천 제방(아래) 비교 사진

 

감사팀 “일단 규격 제품 서류상 확인”

괴산군 감사팀에서 현장조사를 나왔을 때 공사직원이 ‘발파석’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특히 700mm이상 크기의 돌들이 수두룩한데 이게 어떻게 규격대로 납품됐다고 할 수 있는가? 규격도 안맞는 발파석이라면 상품성이 없어 애초 발주한 조경석과 가격차가 많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괴산군이 납품받은 충주지역의 한 석재업체에 구입문의한 결과 발파석의 경우 t당 2만2000원, 조경석은 2만6000원을 제시했다. 만약 크기 규격에 맞지않는 발파석을 구입한다면 t당 가격은 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민원을 접수한 괴산군 감사팀은 27일 공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작업을 벌였다. 군 감사팀장은 “일단 육안으로 밀재천 현장과 이미 완공된 관평소하천 현장을 확인했다. 밀재천은 공사중이다보니 관평천 축대보다 거칠고 엉성해 보이는 측면이 있었다. 일단 조달청에 요구한 규격과 업체에서 납품한 관급 자재 규격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고 육안으로 분간하긴 힘들었다. 납품업체측에서는 계측기를 통해 현장에서 규격 기준에 맞는 지 안맞는 지 확인시켜 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감사팀과 함께 현장확인에 참여한 민원인 A씨는 “그날 현장에서 사용된 돌이 '발파석'이라고 인정한 공사 직원도 있었다. 5월 중순에 내가 현장소장에게 발파석이라고 항의하자 3일뒤 새벽부터 온 돌은 크기 규격에 맞는 조경석이었다. 군에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덮으려 할 게 아니라 부실공사 현장을 확인했으니 우선 공사중단시키고 철저한 진상규명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진이 “현장에서 ‘발파석’이라고 인정한 직원이 있었느냐?”고 군 감사팀장에 묻자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실제로 다양한 공사현장의 관급자재를 담당 공무원이 일일이 현장 검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25t 트럭으로 석재를 운반할 경우 중량이나 규격을 모두 확인하고 하차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불량 자재를 납품해 사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업계 “사진상 양측 석재 차이 난다”

지난 2012년 춘천 만천천 생태하천 조경공사 현장에서 7억여원 어치의 조경석을 값싼 발파석으로 바꿔치기한 사실이 드러나 사법처리 되기도 했다. 당시 납품계약은 충주 소태면 석재업체로부터 조경석을 납품받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가까운 홍천군 채석장에서 돌을 실어나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 경기도 광주 곤지암천 공사현장에서는 한 석재업체가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 발파석 1만9000t을 조경석으로 둔갑시켜 사법처리됐다.

군 안전건설과 담당자는 “운송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검수하기는 힘들다. 현장방문시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돌의 가공정도, 균열상태를 확인한다. 물론 수만t의 석재를 100% 규격에 맞출 수는 없다. 극히 일부분은 현장에서 쌓으면서 가공해 쓰는 것이다. 밀재천의 경우 그렇게 시공하고 있고 나중에 완공되면 기존 하천처럼 정돈된 제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인과 괴산군 공무원의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취재진은 밀재천 공사현장 사진과 이미 완공된 인근 지역 공사현장 사진을 비교해 보기로 했다. 2장의 사진을 청주 모공사업체 Q대표에게 보여주자 “사진상으론 양측의 석재가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R5~R15 조경석으로 보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단언할 수 없다. 이미 시공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현장에 가면 즉시 확인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청도 조경석 표준규격 만들기 ‘고심’
2017년부터 R5~R30 사이 4가지 규격으로 확대

과거 조경석의 단체 표준규격은 가공된 조경석의 굴림도에 따라 하천제방하부용, 사면보호용으로 R5이상~R15미만과 하천제방상부용, 아파트 및 공원용으로 R15~R30미만 등 2개 규격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4월부터 R10이상~R15미만, R20이상~R30미만이라는 등급을 추가해 총 4가지로 구분된다.

표준규격 제정은 발파석에 대한 문제, 조달청에 부실납품, 직접 생산 확인 관련 문제, 채석장 외의 공사현장 등에서 불법으로 납품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포괄적인 2개 규격 구분은 그동안 업체들에게 조경석을 제품의 품질보다는 최저 가격 경쟁력만을 부추켜 4개로 확대시킨 것.

또한 석재업체에서는 조경석의 기능적 품질을 향상시키고 자연미를 높이기 위해 날카로운 발파석을 두루뭉술하게 자연석에 가깝게 만드는 장치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원통에 가공할 발파석을 넣고 원통을 회전시키면 돌과 돌이 부딪쳐 내부 균열이 생기지 않으면서 거친 면과 뾰족한 모서리 부분만 연마하는 방법이다.

하천 제방공사 시방서는 500∼700㎜의 규격으로 돌을 쌓고 빈 곳에는 잔돌로 채워 잘 고정시키도록 돼 있다. 장마철이 되면 급속한 유속 등에 대비 견고성을 최우선으로 시공해야 한다. 하지만 발파석을 사용할 경우 규격이 들쭉날쭉해 빈 공간에 잔돌 채우기가 쉽지 않다. 수량이 많을 경우 채워진 잔돌도 쉽게 빠져버려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 값싼 발파석과 조잡한 돌쌓기는 오히려 마을의 홍수 대비와 생태학적 미감을 모두 떨어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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