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Q사, 대표-감사측 사기·횡령 맞고소 벌어져
금감원, 주가조작 217억 부당이득 혐의 본격 수사

최근 대전지검에 전례없는 희한한(?) 자수서가 접수됐다. 자신의 법정 증언이 위증이었다며 검찰 수사를 자청하는 내용이었다. 제조사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유통점주들 가운데 일부가 1심 증언이 허위라며 항소심 재판부에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 대한 증인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1심 그대로 제조사 대표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다. 결국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무변론’ 상고기각을 당하자 위증을 자인했던 일부 고소인이 경찰에 위증죄로 처벌해 달하고 자수한 것. 고소 - 재판 - 자수 과정에 이르는 ‘희한한’ 사기 사건의 속사정을 알아본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말 1/4분기 주식 불공정거래 주요 제재사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예시된 불법사례로는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러시아 보물선 인양사업과 함께 비상장 회사의 장외 주식 주가 조작 건도 포함됐다. 장외 주식 주가 조작사건은 대전 소재 IT분야 벤처기업 Q사로 알려졌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Q사는 공시의무가 없어 회사 정보가 부족한 장외거래 비상장 주식의 특성을 악용해 주가를 부풀렸다는 것. 전환사채 청약실적이 저조하자 해외투자 유치계획, 수출계약 등 허위사실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해 217억원 어치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다. 또한 Q사 대표는 전환사채 전환권을 행사해 고가에 매도할 목적으로 역시 허위 실적을 추가 유포해 266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Q사의 사안을 ‘긴급조치(패스트트랙)’ 사건으로 분류해 자체 특별사법경찰이 수사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대전에 Q사를 설립한 A대표는 현재 사기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지난해 8월 대전고법 제1형사부가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고 올 1월 대법원이 상고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A대표측은 자신을 사기죄로 고소한 유통점주들은 Q사의 유통 자회사에서 일했던 B감사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에 적발된 주가조작 사건도 B감사를 비롯한 일부 임원들이 주식을 거래해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것. A대표측은 직접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이득을 얻은 게 없다는 주장이다.
 

 

장외주식 ‘복마전’ 청주서 제보

또한 유통점주들이 제기한 사기고소 사건과 관련해서도 B감사가 유통 자회사의 사실상 대표자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9년 B감사가 “판매 대리점 모집과 비상장 주식판매를 통해 100억원의 자본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권유했다는 것. 이에 따라 법인설립자금 5억원을 B감사에게 빌려주는 대신 담보로 자회사 지분 51%를 A대표 명의로 했다. 49% 지분을 가진 B감사는 “신용불량자라서 맡을 수 없다”며 친구를 대표이사로 세우고 자신은 감사직를 맡았다는 것.

이후 대전, 서울 등 대도시에서 투자사업설명회를 열고 유통점 및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유통점포가 개업했음에도 Q사 제품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42개 유통점 계약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약했고 이들은 피해금액을 Q사 주식과 현금 등으로 일부 변제받기도 했다. 리모컨 다기능 문자 입력기술 개발에 주력했던 Q사는 2015년 셋톱박스 기술을 보유한 ‘T’사의 지분을 인수하며 새로운 분야로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A대표와 B감사는 장외 주식 거래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Q사 장외주식을 B감사가 판매하면서 대금 일부를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B감사는 일부 유통점주들을 내세워 계약된 제품공급을 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A대표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2016년 A대표는 사기 혐의로 B감사는 횡령 혐의로 각각 기소돼 별도의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결국 A대표는 사기혐의로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중이며 B감사는 1심 재판에서 횡령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A대표 사기혐의 재판 결과를 보고 속행하겠다며 중단시켜 5월 중 속행될 예정이다. 결국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A대표측이 수세에 몰린 입장이다.

하지만 A대표의 재판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드러났다. 당초 고소인인 유통점주 가운데 일부가 1심 재판과정에서 위증했다며 2심 재판부에 진술번복 경위서를 제출한 것. 이들은 “(A대표에게 횡령 고소당한) B감사가 유통점주를 불러모아 ‘지금까지 피해를 본 것은 모두 A대표 때문이며 나도 속아 시키는 대로 했다. 사기죄로 고소해 구속시키면 그동안 피해금은 물론 A대표 어머니로 부터 더 받아낼 수 있다’고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B감사가 미리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날인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

청와대 국민청원도 의견 갈려

이들의 사실확인서 제출과 변호인의 증인신청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는 A대표에 대한 유죄판결을 유지했다. 지난해 8월 대전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관한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또한 Q사가 약속한 제품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개발능력도 의심스럽다는 취지로 사기혐의를 확정했다. 특히 유통자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B감사가 아닌 A대표라고 판단했다. 유통자회사와 계약한 유통점주에 대한 피해보상금을 A대표측에서 제공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이에 대해 A대표측은 “자회사 설립시 빌려준 5억원 중 일부를 돌려받은 근거도 있고 모든 의사 결정과 지출을 B감사측에서 했다. 나는 투자설명회에서 기술분야를 맡았고 유통점주들은 B감사측과 계약한 것이다. B감사가 제품 출시 지연으로 유통점주들이 본사로 찾아와 집단행동을 하려한다고 겁박해 피해보상을 하게 된 것이다. 회사 주식을 팔아 엄청난 차액을 얻은 사람은 B감사이고 우리가 주식거래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동안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그런 근거를 제시해 주식거래로 처벌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B감사는 “A대표 가족들과는 다단계 사업 회사에서 함께 일하며 알게 됐다. 이런 분야를 뻔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남에게 권한을 다 맡길 리가 있겠는가? 처음에 3~4천원하던 주식이 2016년에 3만5000원까지 뛰었고 그때 회사 매출은 수백만원에 불과했다. 히트상품이 하나도 없는 회사가 전환사채 217억원을 팔았고 현재는 ‘동전 주가(1000원 이하)’가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검찰 1인 시위도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양측의 입장을 내세운 글이 3건 올라가 있다. ‘대전지역 주가조작’으로 검색되는 해당 글에는 상대방에 대한 사법당국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청주지역에도 유통점 계약 및 주식 매입을 통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현재 A대표는 사기죄로 확정판결 받았지만 B감사에 대한 횡령죄 항소심 재판이 남아있다. B감사의 횡령 혐의가 확정되면 동일 사안에 대한 판결이 엇갈려 재심 청구 사안이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정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거래되는 특성을 노려 장외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들이 활개 치고 있다. 사설 장외주식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주식의 연간 규모가 6조~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Q사의 경우처럼 허위정보를 통한 비상장주식거래로 피해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감독기관과 사법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조사를 통해 피해 확산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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