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 전 충북도의회 도의원 기고

청주시는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고 도시공원 민간개발을 위한 행정절차 첫 단계인 사업 참가 의향서를 기업들로부터 받기로 했다. 오늘이 제출일이다. 구룡공원대책위는 사업 참가 의향서 제출현장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청주시와 대책위의 절차는 정해졌고 각자 밀어붙이면 될 일이다. 대책위는 이미 두꺼비살리기 때에도, 인조잔디반대운동 때에도 포크레인에 몸을 던지며 천막농성으로 맞선 적이 있다. 결국 청주시가 원하는 것은 일부의 반대가 있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여 민간개발을 이루어야한다는 것인가? 그 일부가 사실은 대부분의 청주사람 인지도 모른다. 성화동은 금요일에 산남동은 토요일에 시민촛불문화제를 시작했다. 이제 말다툼의 현장에서 물리적 대척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민선의 시대, 도시숲을 저당 잡혀 쌓아가는 바벨탑의 무모함을 현실에 구현코자 하는 것인가? 그 과정의 물리적 대결점이 저기에 보이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광희 전 충북도의원
이광희 전 충북도의원

지역사회는 중재하지 못했고 언론은 양쪽의 입장을 중계하거나 침묵하기 바빳다. 아니 개발을 부축인 사람들도 일부 있다. 민주주의의 토대인 대화를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했고, 민관거버넌스는 민관개발에 무너졌다. 도시숲을 20년 동안 폭탄돌리기로 전전했던 무능한 행정은 개발 못해 안달 난 것처럼 굶주린 시장이라는 정글의 이익에 일찌감치 넘겨버렸다. 책임지는 사람 없고 그것이 잘못이었음을 자각하는 책임자도 없다. 타 도시들이 대비하던 도시숲 보존을 위한 준비를 청주에서는 포기도 아니고 오히려 개발의 기회로 판단하고 말았다.

의회는 존재하는가? 도시의 첨예한 대결의 현장에 의회적 대화와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충돌하고야 만다면 의회는 왜 존재하는가? 시민들이 가장 아파하는 지점에 서 있어주지 못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수호자들이 왜 당신이어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야당지도자의 목숨건 단식으로 지방자치가 부활했고 20여년이 넘게 지속되는 동안에도 도시공원일몰제는 그 시간을 동행했다. 그러나 의회적 대안마련과 미래세대를 위해 최소한의 도시숲은 남겨둬야 한다는 공감의 여론은 만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뻔히 보이는 충돌이라도 중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시 복기해보자. 청주시는 1조8천억이 든다고 했다. 천문학적액수라서 대책마련이 어렵다면서 토지의 3할을 팔아 아파트를 짓고 7을 보존하자면서 민간개발만이 대안이라고 했다.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심청이라는 공양물이 필요하다는 거다. 여기에 어떤 시의원이 계산이 잘못되었다면서 국공유지를 빼니 1조. 여기에 보전적성토지, 즉 일몰해제가 되더라도 경사가 급하거나 문화제지정지는 개발하지 못하므로 제외하고, 개발적성만 계산하면 불과 3~4천억밖에 안든다고 했다. 청주시의 대상지 68곳 모두를 포함해서. 그렇다면 그동안 1조8천억이 든다는 논리를 통해 개발만이 살길이라며 도시공원 60개는 포기하고 돈이 될 것 같은 8곳만 아파트건설을 부추기던 청주시는 도대체 누구의 편에서 일해 온 것인가? 국토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충북도는 도지사의 발언을 통해 도시공원을 지키는 방안으로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지자체가 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왜 청주시는 오로지 민간개발방식으로만 밀어붙이는 것인가?

청주시의 민간개발꼼수는 계산방식의 적정성에서 논리 토대가 무너졌다. 시민들은 더 이상 도시공원을 깍아내고 아파트를 더 짓자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수의 개발 이익자를 위해 다수의 도시숲이 사라지는 모습을 강 건너 불구경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물리적 충돌이 이루어 질것이라면 시민적 중재를 해야 했던 언론도 시민사회도 의회도 각자 주장하는 쪽의 편이 되어 함께 충돌할 것이다. 아니면 침묵으로 충돌을 방관하거나. 우리 지역사회가 의존해왔던 시민적 거버넌스와 민주적 대화와 타협, 대의 민주주의적 절차와 형식들은 모두 기만이었거나 자기이익만을 위한 도구였음을 실토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청주는 다시 충돌의 시대를 선택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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