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조례안, 내년 도의회에서 제정될 듯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식단을 제공하고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시름하는 농민들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학교급식조례안이 2005년 상반기에는 충북도의회를 통해 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는 지난 8월 30일 주민들의 발의로 만들어진 학교급식조례안을 결제하고 도의회의 부의를 거쳐 10월 30일, 2005년 안건으로 도의회에 접수시켰다. 이에 따라 빠르면 2006학년도부터는 아이들이 수입농산물에 비해 우수한 우리 농산물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학교급식조례안이 도의회에 상정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3년 5월 전교조, 여성민우회,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참교육학부모회는 공청회와 토론회를 통해 학교급식조례안 제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같은 해 9월 충북도교육위원회에 발의를 청원했다. 지방자치법에 의거, 교육관련 조례안은 교육위원회, 교육감, 도의회, 도지사에 의해서만 제정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학교급식 조례제정 충북운동본부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이러한 사정은 타 시·도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충북운동본부가 택한 방법은 주민발의였다. 충북도의 경우 선거권을 가진 1만8000명의 서명이 있어야 발의가 성립된다. 2003년 12월 충북운동본부는 성방환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대표 청구인으로 주민발의를 신청했다. 그리고 6개월간 서명운동을 한 결과 규정인원을 훌쩍 뛰어넘은 3만5000여명이 참가해 주민발의를 통한 조례제정 요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해서 7월에 운동본부는 충북도에 주민발의조례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전례가 없던 일이라 충북도에는 담당부서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충북도는 혁신지원담당관실 아래 교육지원계를 신설하고 2달이 지난 8월 30일에서야 결제를 했다. 이로써 학교급식조례안은 도의회의 의결을 통해 제정이 가능해졌지만 2004년 회기가 이미 끝나 2005년에 가서야 상정이 가능해졌다.

‘학교급식조례’가 WTO 협정위반?
충북도가 학교급식조례안 상정 과정에서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도는 도의회로 보내는 검토 의견서를 통해 교육자치단체와 일반자치단체간 소관 업무범위의 구분의 필요성과 WTO 협정관련 검토, 재정지원 대상 등 관련사항 검토 의견을 도의회에 전달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은 조례안에 명시된 ‘우리 농산물’ 사용에 따른 WTO 협정 위배여부다.

충북도는 “외교통상부, 행정자치부 등 중앙부처의 유권해석에 의하면 ‘지역과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사용’의 용어사용 또는 제도화는 WTO 협정의 ‘내국민대우원칙(GATT 제3조)’에 위배된다.” WTO 협정 위배여부와 관련해 전북, 경남, 경기 광역자치단체가 현재 대법원에 제소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충북운동본부와 국민운동본부는 “WTO의 부속협정인 조달협정과 부속협정 양허안을 근거로 우리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논란이 확산되자 국무조정실은 6월 29일 ‘학교급식조례 제정과정의 갈등 해소방안’을 내놓았다.

행자부나 충북도가 주장하는 WTO위반사항인 내국민대우원칙은 GATT에 의거한 것이다. 농산물의 경우 내국민대우원칙이란 국내산과 수입산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규정이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자료에 따르면 ‘다만, 정부조달행위를 규제하는 법령과 국내생산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또는 국내 상품에 대한 정부구매 행위는 예외’라는 조달협정 내용을 명시했다. 또한 같은 자료에 따르면 WTO 농업협정의 범위 내에서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는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협정에 따르면 정부는 2억 1400만원의 범위 내에서, 광역자치단체는 3억 2900만원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자국의 농업이 WTO 협정에 의해 피해를 입을 것으로 판단되면 농업 총생산의 10% 범위 내에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학교급식을 통한 정부의 지원은 WTO의 협정기준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 생산액은 33조원이며 보조금 한도액은 3조 3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WTO가 정한 협정간 상호관계에 따라 그 근거가 더욱 명확해진다. ‘마라케쉬협정 부속서1’에 의하면 GATT규정과 WTO개별협정이 상충될 경우 WTO 개별협정이 우선 적용된다. 또한 WTO 농업협정은 여타협정과 GATT규정보다 우선 적용된다(농업협정 21조). 국무조정실에 의하면 농업협정에서 인정된 범위내의 보조정책에 대해서는 ‘내국민대우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도의회 급식조례안 부결한 전례 없어
충북운동본부는 이러한 협정에 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학교급식조례안에 우리농산물 사용을 명시하는 것은 WTO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전라남도의 경우 이미 학교급식조례에 의해 급식이 이뤄지고 있고 인천, 제주 등도 시·도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해 2005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급식조례제정 충북운동본부 윤성희 집행위원장은 “충북도가 도민들의 열망이 담긴 학교급식조례제정을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를 넘기게 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충북도가 행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도의회의 학교급식조례 제정을 낙관했다. 실제로 주민발의를 통한 학교급식조례안을 시·도의회에서 부결한 예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편 학교급식조례안에는 우리 농산물 사용과 함께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전환하고 학교급식도 교육의 일환이라는 판단으로 무상급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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