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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소여리 컨테이너 경로당을 할퀸 상처 '씁쓸한 사연'

음성군의 한 작은 시골마을이 주민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웃간의 따뜻했던 인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보인다.

어르신들이 경로당으로 사용하던 낡은 컨테이너 경로당도 현재 철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음성군에서 지원했던 에어컨도 토지 소유주가 막아서면서 설치가 무산됐다.

그나마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가 됐던 컨테이너의 딱한 사정을 듣고 에어컨을 설치해 주려 했다가 곤욕을 치른 음성군도 안타까운 심정은 마찬가지.

음성군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마을 주민 일부에서 에어컨 설치를 자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낡고 허름한 컨테이너 한 칸마저 이 마을 어르신들에는 사치로 여겨지는 듯... 마음 한 쪽이 허전하다.

현재 컨테이너 경로당 앞에는 거름덩어리가 놓여 있고, 마을 안쪽 주택으로 들어가는 도로도 큰 바위로 막혀 있어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토지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음성군 음성읍 소여1리 안골마을의 딱한 사연이다.

 

갈등의 씨앗 '토지 소유권 분쟁'

앞서 지난 4월 28일 음성타임즈의 취재에 응한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컨테이너 경로당 앞에 토지 소유주 A씨가 ‘마을회관 철거 요청서’를 내 걸었다.

요청서에는 “1995년부터 23년간 무료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으나 무료봉사를 끝내고 반환받고자 한다”면서 “2019년 1월 31일까지 철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명시됐다.

급기야 같은달 10일부터는 해당 토지에 설치된 도로와 컨테이너 앞이 거름덩어리와 큰 돌로 봉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토지 소유주 A씨는 당시 음성타임즈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불법적으로 마을에서 컨테이너와 시멘트 포장도로를 설치해 사용해 왔다”면서 “토지 소유자의 권리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무상으로 쓰게 해 준 것이지 기부한 것이 아닌데 주민들이 마을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포장된 도로, 컨테이너를 철거한 후 원상복구해야 한다. 내 땅을 찾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A씨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주민들은 “과거에 마을회관을 짓기 위해 이미 1평당 1만원에 매입했었다”면서 "단지 마을 명의로 등기를 할 수 없어 개인 명의로 등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A씨의 소유권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또한 “현재 하천공사를 하기 위해 차량들이 진입해야 하는데 도로가 봉쇄되면서 공사가 중지된 상태”라며 “그동안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 역할을 했던 컨테이너마저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마을회관 조성을 위해 마을 명의로 땅을 매입하고 분할 측량까지 했는데, 갑자기 해지됐다”면서 “수 십년전 서류들이 이를 증명한다. 반드시 마을명의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주민들은 A씨를 상대로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3일 검찰은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2건은 각하했지만 일반교통방해 건에 대해서는 구약식 처분했다.

 

싸늘한 냉기만 남아 있는 ‘정겹던 시골마을’

지난 14일 다급한 전화가 기자에게 걸려왔다.

한 주민이 “음성군에서 에어컨을 설치하는 도중에 소유주가 나타나 이를 막아 섰다”면서 “이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어르신 한 분이 다음날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고 전해 왔다.

현장을 재취재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주민들의 하소연이 기자의 발길을 재촉했다.

다시 찾은 현장은 싸늘한 냉기만이 돌고 있었다. 취재 도중 소유주의 모친이 호미를 들고 취재를 방해하며 기자를 위협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를 목격한 주민들의 신고로 음성경찰서 설성지구대 경찰관 2명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들을 상대로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주민 모씨는 “일반교통방해로 검찰이 구약식 처분했는데 왜 대집행을 하지 않느냐”며 “군에서도 치울 수 없다고 하고 경찰도 권한이 없다고 하면 법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충격을 받고 병원에 다녀 왔다는 한 어르신은 “병원에 가서 진정제 맞고 약을 지어 왔다. 겁이 나서 못살겠다.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주민간 반목을 해소할 수 있는 ‘화해의 장’ 절실

마을공동체를 온전히 파괴하는 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취재 결과, 현재로서는 어떠한 법적 제재도 행정적 조치도 불가능하다는 게 결론이다.

법률구조공단에 의하면 이 경우 “사유지라 하더라도 현황도로의 통행을 방해하는 시설물을 설치한다면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행방해에 대한 벌금 판결을 근거로 철거할 수는 없으나, 법원 판결 후에도 통행 방해시설물을 철거치 않으면 다시 고발할 수 있다"는 법조문을 소개했다.

소유주 A씨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A씨는 이날 본사와의 통화에서 "24년간 세금 등 모든 부담을 짊어져 왔다. 그동안 무료로 제공해 주었는데 이제와서 (일부 마을주민들이) 소유권 운운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에 관련된) 근거를 모두 갖고 있다. 앞으로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에어컨 설치는 물론 어떤 시설물도 설치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또한 "교통방해로 인한 벌칙금도 개의치 않겠다. 끝까지 막을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남겼다.

한 작은 마을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화해의 장'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 마을이 나서 그동안의 반목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작은 땅덩어리 한 쪽이 정겨웠던 마을을 할퀴고 있다.

따뜻한 인정이 넘치던 어느 시골마을의 상처를 지켜보는 기자의 마음이 바위처럼 무겁다.

 

고병택 기자  cbinews04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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