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 확대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교육당국이 실질적으로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는 외면하면서 정책 기조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1년까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통학차량과 방과후 돌봄 등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국공립유치원의 신·증설 속도도 더뎌 정부의 목표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치원알리미 정보공시 지표에 따르면 국공립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통학차량은 지난해보다 9.3%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국공립유치원의 26%에 그치고 있다.

청주지역 국공립유치원 82곳(국립 1·단설 10·병설 71) 가운데 통학차량을 아예 운영하지 않는 곳은 51곳(62%)에 달했다.

농어촌 등 통학권역이 넓은 지역에 통학차량을 우선 배치하고, 비교적 통학권역이 좁은 곳은 수요조사를 통해 필요시 배치한다는 방침에 따른 결과다.

반면, 청주를 비롯한 충북지역 사립유치원 79곳은 모두 통학차량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매를 공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차량으로는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아이들이 걸어다니기에는 멀고 위험해서 어쩔 수 없이 직접 차를 몰고 등·하원을 시키고 있다"며 "차량이 지원되는 사립유치원으로 옮길까 고민도 했으나 최근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태 이후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체계적인 보육과 보육비용 절감 측면에서 많은 학부모들이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에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곳'이다. 하원시간이 일반 사립유치원에 비해 일러서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국공립유치원의 하원은 대부분 오후 4시~5시 정도에 이뤄지고 있다.

방과후 돌봄을 신청해 최대한 보육시간을 연장시켜도 오후 5시까지는 자녀를 데리러 가야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근본적으로 국공립유치원 신·증설 속도가 정부의 높은 목표치를 따라가기에 더딘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올해 전국 1천80개 학급 증설 등을 골자로 한 국공립유치원 확충 방안을 내놨다.

단설유치원(30여개) 신설 추진과 매입형·공영형 유치원 확대 등 다양한 이행계획도 함께 담겼다.

하지만 국공립유치원 증설에 필요한 예산과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탓에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올해 유아 2만여명이 추가로 국공립유치원에 다닌다고 가정해도 지난해 기준 25.4%였던 취원율은 3%p가량 높아지는 데 그치는 까닭이다.

국공립유치원 입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속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폐원하려는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과 운영비의 50%를 지원받는 대신 공공성을 높이는 공영형 사립유치원, 협동조합 유치원 등의 대안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단순히 통계를 통해 통학차량을 배치하기보다 개별 유치원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통학차량의 안전 문제까지 고려하는 등 전반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요구가 된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예산지원 등 강력한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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