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화가 해법…문재인정부 약속지켜야

<캠페인 : 지역과 노동을 잇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충북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연대체로 충북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존중’ 등이 시대적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운동본부는 충북인뉴스와 지역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현실, 노동정책과 이슈 등을 통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집어보려고 합니다. 지역과 노동을 잇는 소식이 ‘노동이 존중되는 충북, 살 맛 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보탬이 되길 희망합니다. 충북인뉴스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모든 차별을 반대합니다. 비정규운동본부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활동가들이 기고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쓴이 :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약속했던 문재인정부가 취임한 지 2년째, 비정규노동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분노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분노는 거세다. 2018년 말까지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겠던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27일 발표된 <민간위탁 정책 추진방향(이하 2.27추진방향)>은 중앙정부의 방침이 부재한 채 지자체별로 알아서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이하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지난 5월 8일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회의실에서 ‘충북지역 민간위탁의 현황과 개선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민간위탁의 폐해

 

발제에 나선 충북비정규운동본부 선지현활동가는 “지난 20년 동안 지자체들은 비용절감과 공공서비스 질의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민간위탁을 확대했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저임금`불안정노동 구조를 심화시키고, 공공서비스 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됐다”며 정부의 민간위탁 확대정책을 비판했다.

실제 정부의 2.27추진방향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지적됐다. 이에 따르면 민간위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고, 근로조건도 열악한 상황이다. 또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됐던 민간위탁이 오히려 과도한 이윤 추구 대상이 되거나, 횡령 등 비리의혹을 발생시키는 문제가 있어 왔다. 선지현활동가는 “심지어 민간위탁으로 인해 비용이 오히려 증가됐다는 보고도 있어 민간위탁 정책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지현활동가는 노동실태에 대해서 “민간위탁 종사자들은 대부분 3~5년 단위 위`수탁 계약으로 고용불안을 겪고 있어 정규직이라는 게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자체 민간위탁 종사자들에 대한 고용승계 규정이 없는 비율이 68.7%에 달하고 있었다. “충북지역에서도 위`수탁 계약 때마다 고용 재계약으로 노동조건이 달라지거나 해고 위협을 받는 일이 반복돼서 발생했다. 업체 정규직이라는 게 의미가 없는 불안정 고용상태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복지센터 노동자들의 경우 지역 13곳 중 11곳이 민간위탁인데 3년마다 재계약을 해왔다. 이로 인해 고용불안이 반복해서 발생했다. 다른 수탁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동일한 업무임에도 무기계약직, 위탁, 용역 등 다양한 고용형태로 노동자들의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노동자들의 경우, 같은 지자체에서 일함에도 직영과 민간위탁으로 구분돼 있어 노동자들간의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며 청주시, 제천시, 충주시의 현황을 소개했다.

민간업체들의 비정규직 문제도 제기됐다. “충주지역의 경우 충주CCTV관제센터, 특수교통수단이동지원센터 등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청주시, 제천시와 비교할 때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충주시는 민간위탁 업체 비정규직 비율이 23.9%에 달했다. 낮은 단가 문제도 제기됐다. 자료에 따르면 충북지역의 경우 민간위탁 계약에서 최저낙찰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90곳에 달하고 있었다.

민간위탁으로 인한 만연한 불법`비리 문제도 지적됐다. 수년 째 용역비 과다청구, 임금 가로채기, 업체선정 비리, 관리감독 부실 등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 충북지역에서도 작년 제천시 임금 가로채기 사건을 비롯해 한 업체에서 무려 8건의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벌어진 일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청주시에서는 공무원과 위탁업체간의 유착문제가 불거져 지자체에 대한 불신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왔다.

선지현 활동가는 “감사원 연구조사에 따르면 민간위탁을 결정하는 조건이 ‘주민과의 마찰이 우려되는 정치적 민감성, 해당업무 관리의 용이성’이 우선 기준이 된다고 한다. 공공서비스 질 개선을 목적으로 추진되는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위탁 근거 조항이 없음에도 무분별하게 위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탁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민간위탁 장점이 ‘책임성 결여’?

 

토론에 나선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 서보람 조직국장은 “민간위탁과 용역의 경계가 모호하다.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은 환경부 고시안에 따라 업무 수행을 위한 인원과 인건비를 구체적으로 산출하고 있어, 정부가 발표한 용역노동자 기준에 포함되는 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민간위탁으로 분류해 1단계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제외됐다”고 비판했다.

민주연합노조 음성지부 김규원지부장은 민간위탁으로 인해 공공성이 파괴되는 사례들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2016년 공익제보로 정상적으로 정화처리 되지 않은 오폐수를 무단방류했던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민간위탁업체가 변경되고 관련자들이 처벌받았지만, 공무원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결국 지자체가 져야 할 책임을 민간에게 떠넘겨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규원 지부장은 “일부 공무원들은 민간위탁의 장점을 책임성 결여라고 이야기한다. 상황이 이런데 민간위탁으로 공공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겠냐”며 개탄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이성우사무처장은 “최근 충북도와 청주시는 미세먼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지역시민사회가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며 “소각장 문제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성우 사무처장은 “소각장 문제의 해법은 지자체 차원의 쓰레기 관리 정책이 마련될 때 실마리가 풀린다. 쓰레기 처리를 민간에 맡겨놓은 상황에서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 쓰레기를 과다 소각하는 등의 환경 파괴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며 민간위탁 공영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영화 원칙하에 민간위탁 폐해 없앨 해법 찾아야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몇 가지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무분별한 민간위탁은 선정과정에서부터 관리감독까지 불신행정의 근거가 되고 있고, 지자체가 나서서 저임금`불안정 구조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영화 원칙하에 운영구조를 혁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민간위탁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민간위탁 선정심의과정에서부터 사후감독까지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2.27민간위탁 추진방향>으로 인해 기존에 직접 운영되던 분야까지 민간위탁되거나, 용역을 민간위탁으로 돌리는 등 편법을 엄격하게 막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관련 조례들이 정비와 개편이 필요하다.

셋째,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논의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업체변경 또는 노동자들의 해고 위협 등의 행위가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1,2단계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계약기간을 이유로 해고를 하는 사태가 반복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넷째, 정부의 총액인건비제, 경영평가제도 등에 대한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공공의 책임이 명백한 업무임에도 위의 제도 때문에 위탁, 용역 등의 외주화 정책을 남용해왔다. 실제 이 제도가 본격화되는 시기였던 2001년에서 2007년 사이에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은 284건에서 2,800건으로 급증했고, 그 후에는 공공서비스 자체를 언제든 민간으로 위탁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2018년 현재 5,857개로 늘어났다. 이를 고려할 때 제도개선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약속 파기, 민간위탁 노동자들은 투쟁할 수밖에 없어

 

토론회에 참석한 한 민간위탁 노동자는 “민간 기업에 내맡겨진 공공서비스의 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법을 지키지 않는 업체들의 운영행태를 보면서도 노동자들은 해고당할까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도 직영보다 훨씬 많이 일어난다. 지자체는 문제가 터져도 업무 내용을 잘 알지 못해 사후 대응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민간위탁의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정부가 약속을 파기한다면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다. 민간위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비정규직 해법을 찾겠다는 것은 거짓”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지역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공동투쟁을 비롯해 예고된 7월초 비정규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이에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토론회를 시작으로 민간위탁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가면서 비정규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지방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해나갈 계획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