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탠퍼드대 폴 김 교수의 특강을 듣고…>

 

혁신(革新).

어원으로만 보자면 가죽을 벗겨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섬뜩함마저 느껴지는 이 말이 요즘처럼 많이 쓰였던 적이 또 있을까? 최근 혁신이라는 말은 정치, 교육,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요구된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혁신은 키워드다. 4차 산업 혁명시대로 대변되는 미래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혁신을 통한 교육환경의 변화뿐이라고 단언하는 이들도 많다.

뭔가 대단한 변화를 이뤄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드는 교육혁신.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선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지난 2일 폴 김(Paul Kim·한국명 김홍석) 교수는 청주대학교 청암홀에서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코칭의 힘’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교육 혁신의 첫 번째 단추는 ‘질문’

 

지난 2일 충북도교육문화원, 충북콘텐츠코리아랩, 충북대, 청주대 공동주최로 청주대학교 청암홀에서 열린 특강에서 폴 김(Paul Kim·한국명 김홍석) 교수는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코칭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의하며 교육혁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학장이자 최고기술혁신책임자(CTO)로 '괴짜 공학자', '교육혁명가'로 불린다.

스탠퍼드대학교 폴 김 교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폴 김 교수는 교육혁신을 위한 첫 단추는 ‘질문’이라고 답했다.

질문이 일어나는 교실, 자발성이 살아나는 학생, 다양성이 존중받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며 스탠퍼드대학교의 문화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폴 김 교수에 따르면 스탠퍼드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존중하며, 실패를 응원한다. 또 어떤 프로젝트이든 한 번에 성공한 학생보다 세 네 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학생을 더 우대하고 존중한다. 특히 스탠퍼드대에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성과 창의성, 독창성은 개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또한 스탠퍼드대 졸업생 중 상당수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폴 김 교수는 과연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은 어떤지 되물었다.

강의를 듣는 사람 중 그 누구도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폴 김 교수 또한 대한민국 교육현장은 ‘참담’하다고까지 평가했다.

질문을 싫어하는 교사, 질문하지 않는 학생, 교사들의 입만 바라보며 가르쳐주는 대로, 적혀있는 대로 열심히 외워 좋은 시험성적을 받으면 칭찬하는 사회.

그는 대한민국 교육현장을 똑같은 과자를 만들어내는 공장에 비유하며 이런 상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말했다.

 

“혁신은 똑똑한 천재들이 하는거 아닌가요?”

 

사실 이런 종류의 강의는 그동안 꽤 많이 들어 왔다.

외국 선진사례를 알아보고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성공했고, 이에 반해서 우리는 이러이러한 점이 부족하다는 얘기.

하지만 매번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라는 질문뿐이었다.

비관적인 우리 현실을 바꿀 방법은 그 어디에서도 말해주지 않은 채 무거움만을 주었다. 말해준다 해도 그 방법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폴 김 교수의 강의도 그런 종류라는 생각이 들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그는 이렇게 얘기했다.

혁신이란 대단히 똑똑한 몇몇의 천재, 리더십이 굉장히 뛰어난 소수의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부연설명도 한다.

“전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비행기를 내가 직접 조종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 물품을 보급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요. 머릿속에서만 있던 생각을 제가 요즘 하고 있어요. 물론 처음에는 떨리고 무서웠죠. 그런데 시작하니까 되더라고요. 혁신적이죠?”

물론 그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도 했다.

“혁신을 위한 과정은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선 초창기에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릅니다. 인간의 뇌는 변화를 싫어하고 안주하는 것을 좋아하도록 설계되어 있거든요. 변화한다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변화와 혁신을 시도했다 하더라도 혼란과 혼돈의 시간은 계속됩니다. 혁신은 혼돈의 시간이 지난 후에 비로소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또다른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혁신은 바로 ‘나’부터…

 

사실 그동안 교육의 혁신, 정치의 혁신, 문화의 혁신 등 거대한 담론 앞에서 주눅이 들어 있었다. ‘대한민국엔, 충북엔 왜 혁신과 변화를 이끄는 인물이 없을까?’ 남 탓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폴 김 교수의 강의를 들으니 그동안 ‘나의 혁신’은 생각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의 혁신만을 기대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한 말이지만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작은 발걸음의 연속’이라는 말이 바로 혁신의 과정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주체는 똑똑한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인 것이다.

고통과 혼돈, 그 자체인 교육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현재 충북교육의 이슈는 미래사회 인재 양성이다. 너도나도 미래인재를 이야기하며 교육방법론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혁신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은 현실에 안주한다. 누군가가 혁신해 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양성, 창의성, 질문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며 문제풀이를 강요하고, 학생들의 입을 막으며, 다양한 활동을 꺼린다.

교사 한명 한명의 혁신, 부모 한명 한명의 혁신이 중요한 시점이다.

혁신은 대단히 똑똑한 몇몇의 천재, 리더십이 굉장히 뛰어난 소수의 사람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부터 시작하는 변화의 합(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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