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주지, ‘세습’ -‘사유화’ 의혹 맞고소
사찰명으로 등기 ‘공유고찰’ 신도들 뜻 존중해야

청주시 우암산 S사찰에 이어 B사찰도 새 주지 임명을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태고종에 등록된 사설사암(개인 사찰)인 B사찰은 종단에서 해임당한 현 주지가 물러나지 않고 법적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우암산 S사찰은 사설사암을 조계종에 등록시킨 뒤 신도회가 둘로 나뉘어 각각 다른 스님을 법주사에 임명 요청했다. 결국 종단의 낙점을 받은 주지 스님이 취임하자 다른 스님은 사찰내 별도 공간에서 ‘한지붕 두가족’으로 지내고 있다.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우암산 사찰 주지임명 갈등의 속사정을 알아본다.
 

청주시 우암산 청주대학교 뒷편에 위치한 B사찰

우암산 청주대학교 캠퍼스 뒤에 자리잡은 B사찰은 1950년 혜득스님이 창건한 사설사암이다. 1973년 혜득스님은 사찰을 태고종에 등록시켜 법원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자는 ‘대한불교태고종 OO사’로 표시됐다. 창건주인 혜득스님이 1989년 열반하자 상좌였던 A스님이 2대 주지로 임명돼 사찰을 운영했다. 하지만 A주지스님은 창건주가 연로해 이미 70년대말부터 B사찰의 살림을 맡아왔다는 것.

A주지스님은 재임기간 동안 B사찰 신도수가 2000명을 넘어서자 충북도에 전통사찰로 등록시켰다. 또한 태고종 중앙종회 의장직을 맡아 불사도 많이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칠순의 나이가 되자 지난 2012년 제자인 C스님에게 주지직을 물려주고 큰스님으로 함께 기거했다. 당시 두 스님간에는 주지직 인계인수에 따른 서약서(약정서)를 작성하게 된다. 주요 내용은 첫째, 사찰운영을 C스님에게 전권 위임하고 관여치 않으며 C스님은 사찰 회주인 A스님을 평생 시봉하며 그 예우를 다한다. 둘째, A스님의 생활에 필요한 재정으로 인등접수금(연 2500만원)을 사용하도록 한다. 셋째, 사찰 부설 어린이집 운영에 관하여 C스님은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후임주지 낙점 3년만에 갈등

지난 23일 태고종 스님들이 B사찰을 방문, 법원 가처분 결정을 근거로 주지스님의 퇴거를 요구했다.

도지사까지 초청해 대대적인 주지 이취임식을 가졌지만 두 스님의 관계는 2015년 3년차에 접어들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회주인 A스님측에서는 “은사스님을 뒤에서는 ‘노인네’라고 칭하는 등 불경하게 대했고 예우는 커녕 방치했다. 불화가 생기면서 서약한 생활비까지 지급하지 않아 태고종 종무원에 청원해 해임 징계를 받게 된 것이다. 사자상승(師資相承:스승의 학문과 뜻을 이어 감)의 대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세속에서 말하는 대역죄를 저지른 셈이다. 하지만 각종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며 사태를 더 악화시켜 2017년 1월 종단 호법원에서 멸빈(승적 박탈)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주지인 C스님측은 “주지 임기가 1년가량 남았는데 A스님이 이런저런 시비를 거시면서 ‘나갈 준비를 하라’는 식의 말씀을 하셨다. 그때 A스님의 손자가 군 법사(軍僧)로 근무중인데 아마도 그 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창건주께서 신도 전체 명의로 등기한 공찰을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니다 싶어서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속가로 내려 가셔서 종단에 청원을 냈고 사찰 재정도 어려워졌지만 3년간 생활비 지원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C스님측은 사찰 부설 어린이집(청원구 소재) 원장을 A스님 아들이 맡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아들과 손자에게 사찰을 영구히 ‘세습’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스님측은 “군 법사로 근무하는 손자는 조계종 승적을 가졌기 때문에 대처승이 중심이 된 태고종 사찰에 굳이 오겠는가? 부설 어린이집도 정부가 종교단체에 설립을 권장하던 90년대말에 A스님 아들이 사비 3억여원을 들여 설립한 것이다. 실제로 설립당시 B사찰에서 투입한 재정은 800여만원이고 부속시설이라지만 현금지원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보니 주지임명 서약 당시 어린이집 운영에 관여치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이다. 그런데 C스님은 사찰 건물은 물론 어린이집까지 대표자 등기 명의를 자신으로 뒤바꿨고 종단도 임의대로 법륜종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등기명의 이전에 대해 C스님측은 “태고종에서 주지스님을 해임하고 멸빈까지 시키는 상황에서 신도들이 반발한 것이다. 작년 10월 사찰 정회원 35명 중에 31명이 정기총회를 통해 태고종 탈종과 법륜종 등록을 결의했고 이에따라 등기 명의변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찰 토지주 ‘신도에 증여 맞다’

반면 A스님측은 사찰 부지 소유주와 C스님이 손을 잡고 자신들을 밀어내고 사찰을 사유화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B사찰의 경우 건물은 ‘대한불교태고종 OO사’ 소유로 등기됐지만 토지는 개인 Q씨 소유로 등기된 상태다. Q씨는 창건주 혜득스님의 조카로 생전에 이모인 혜득스님의 요청에 따라 토지를 매입했다는 것. 현재 Q씨는 태고종을 상대로 토지인도청구소송 중이며 부인이 신도회장을 맡아 현 주지인 C스님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지주 Q씨는 “어릴 적 나를 키워준 이모님이 삯바느질로 연명하시며 불심 하나로 B사찰을 창건하셨다. 스님의 뜻에 따라 1988년 신도들의 수행도량으로 영원히 사용토록 개인이 아닌 ‘OO사’이름으로 등기하셨다. 태고종에 재산 증여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등록된 사설사암이 맞다. 나는 그동안 어떤 권리도 주장한 바 없었고 A스님이 공시지가로 부지를 사겠다고 했을 때도 ‘신도들의 공찰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A스님이 툭하면 참선스님들을 내보내고 자신이 임명한 주지스님과도 3년만에 불화를 겪는 걸 보면서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세습’과 ‘사유화’ 의혹을 내세워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법원도 상이한 판단을 내려 혼란스럽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7월 C스님이 제기한 ‘해임통보 무효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해임 징계는 인정하지만 B사찰은 종단 공찰이 아닌 ‘사설 사암’이라고 판단했다. 공찰이 아니라면 태고종단에서 새로 임명한 주지도 법적권한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태고종 종법으로 C스님을 멸빈시키고 새 주지를 임명했지만 실정법에서는 새 주지의 권한행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마침내 태고종 충북교구는 청주지법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근거로 지난 23일 B사찰을 방문해 C스님의 퇴거를 요청했다. 양측의 실랑이가 벌어져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현재 건물 명도이전 본안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태고종측의 진입을 막아섰다. 결국 강제집행 여부는 건물명도 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B사찰 사태에 대해 조계종 포교사인 김모씨는 “우암산 S사찰, B사찰의 주지임명 갈등의 공통점은 사설사암을 종단으로 등록하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설사암이라면 창건주나 주지의 뜻에 따라 승계되지만 종단이 개입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S사찰은 결국 숫적으로 우세한 신도회가 조계종 임명 주지를 지지하면서 더 이상의 충돌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B사찰의 경우에도 창건주가 입적한 상황에서 신도들의 뜻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찰명의로 등기된 공유고찰(개인이 창건하여 재산을 사찰에 증여하고 사찰명으로 등기한 사찰)은 주지스님도 관리자일 뿐이고 모두가 주인이란 전제아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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