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교사, 입학사정관 만나 학생부기록방법 토의
교육부 주최 ‘제 3차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 열려

제3차 ‘우리 모두의 아이’로 공감하는 고교-대학 간 원탁토의‘가 대전시 ICC호텔에서 열렸다.

 

“수능이라는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언제 어떻게 다양한 수업을 시도하고, 30명이 넘는 학생들의 변화를 어떻게 일일이 다 기록합니까? 현실적으로 교과진도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현재 학교현장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해요. 학생부 기록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돕자는 취지는 좋지만 실제 현장에 있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죽으라는 얘기입니다.”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그동안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던 교사의 성토다. 교사는 또 이렇게 강조한다.

“인프라를 개선시킨 후 수업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기존의 환경은 그대로 둔 채 수업만 바꾸라고 하니 정말 답답한 노릇입니다.”

긴장감마저 흘렀다.

하지만 입학사정관도 질세라 바로 맞받아친다.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 학생들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보라는 것이 아닙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각각의 역할에서 학생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기록을 많이 쓰라는 것도 아닙니다.”

고교 교사,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각자의 입장을 얘기하느라 다소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으나 양측 모두 합의점을 찾느라 애쓰는 모습이다.

지난 30일 오후 2시 대전시 ICC호텔에서 열린 ‘우리 모두의 아이로 공감하는 고교·대학 원탁토의’ 현장 모습이다.

 

고교교사와 입학사정관 직접 만나 열띤 토론

 

학생 평가 자료를 만드는 고등학교 교사와 이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이 만났다.

30일 충청지역(대전, 세종, 충북, 충남) 고등학교 교사 75명과 대학 입학사정관 30명은 15개 조로 나눠 원탁에 둘러앉아 토론했다.

15개 원탁에 각각 교사 5명, 입학사정관 2명, 토론을 중재하는 퍼실리테이터 1명이 둘러앉아 △학생부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성장이란 무엇인지 △수업과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향후 대학과 고교의 협력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교사와 입학사정관이 평소 궁금한 점과 기대하는 점,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다.

 

 

 

충북에서도 고교교사 17명,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2명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회는 교육부가 지난해 국민참여숙려제를 통해 내놓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안착시키기 위한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당시 교육부는 학부모 정보와 대회 수상 경력을 삭제하는 등 생활기록부를 간소화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교사와 입학사정관의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만든 것이다. 4월 4일부터 5월 30일까지 전국 6개 권역을 돌며 개최하는 행사로 30일 열린 충청권 토론회는 경기, 서울·인천·강원에 이어 세 번째다.

 

"학생 성장과정,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써야"

 

토론회에서 교사들은 ‘내가 바라본 학생성장의 모습은?’이라는 질문에 △내적 호기심을 확장하는 것 △싹이 튼다 △미래를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것 △성장은 ing △자신의 내면과 진로를 심도 있게 고찰하는 것 △다양성 △자신다움 등이라고 답했다.

학생성장과 관련 교사와 입학사정관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다 수업 및 평가기록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한 교사는 “많을 경우에는 한 교사가 담당해야 하는 학생 수가 300명에 이를 때도 있다. 개인의 성장을 세세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교사들은 주로 대학의 학생부 평가방법과 기준이 무엇인지를 입학사정관에 물었다.

특히 학생이 성장했다고 판단하는 기준과 학생선발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게 무엇인지 질문했다.

 

 

대전권의 한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말이 있다. 성실한, 창의적인, 바람직한,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 쓰라는 얘기인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은 문장 행간의 의미를 해석하는 사람이다. 뻔한 이야기, A학생에게 썼던 문장을 B학생에게 똑같이 쓰지 말라는 얘기다. 과정을 구체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록의 양이 아니라 과정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알아보는 기록이 필요하다”며 “그 학생만의 구체적 기록, 진정성을 담은 학생부,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입학사정관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교사들의 평가를 전적으로 믿는다. 정성평가를 하기 때문에 평가자의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학생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들도 교사들에게 △학생 성장기록을 어떻게 남기는지 △학생 관찰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학생이 성장했음을 어떻게 반영하고 기록하는지 등을 질문했다. 또 △성적위주 학생부 관리 △천편일률적 기록 △행동발달 의견의 무성의한 작성 등은 아쉽다고 전했다.

대학과 고등학교간의 연계문제도 논의대상이 되었다.

한 입학사정관은 “대학에 와서 직접 보는 것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직접 대학에 와서 보고 들으면 일단 보는 눈이 달라진다. 교육청과 학교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회 이후에는 박백범 교육부 차관, 송경훈 김해분성고 교사, 이석록 한국외대 입학사정관, 이지형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충북도교육청의 김용백 장학사는 “그동안 입학사정관들과 학교현장간의 소통의 자리가 없었는데 대학의 입장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와 관련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원탁토의에 아이들과 부모는 초대받지 못했다.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실수요자 의견을 무시하려는 교육부의 술책”이라며 “밀실 회의를 즉각 중단하지 않을 거면 학부모들을 원탁회의에 포함하라”고 요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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