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폐기물 수거운반 업무는 각 지자체가 직접 수행해야

<캠페인 : 지역과 노동을 잇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충북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연대체로 충북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존중’ 등이 시대적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운동본부는 충북인뉴스와 지역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현실, 노동정책과 이슈 등을 통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집어보려고 합니다. 지역과 노동을 잇는 소식이 ‘노동이 존중되는 충북, 살 맛 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보탬이 되길 희망합니다. 충북인뉴스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모든 차별을 반대합니다. 비정규운동본부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활동가들이 기고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글쓴이 :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한건희

 

1만99. 민간위탁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가 아니다. 공공부문이 민간에 위탁한 사무가 1만99가지이다. 올해 2월에 발표된 정부의 실태조사 자료는 공공부문 민간위탁 사무의 가지수를 1만99가지, 공공부문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수를 19만5736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공부문 민간위탁사무에 투입되는 재정은 약 8억원으로, 35조원 가량 되는 전체 공무원 인건비의 20%를 초과한다. 우리 나라가 공공부문에 민간위탁 노동자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통계들이다. 생활폐기물 수거운반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충청북도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생활폐기물의 수거·운반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민간위탁의 본질

 

민간위탁의 본질은 무엇인가. 공공부문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임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기관들은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감독한다.

폐기물 수거 방식, 목표치 등 업무 내용도 사실상 각 기관이 정한다. 폐기물 수거운반 노동자를 몇 명 고용해야 하는지, 차량은 몇 대나 운용해야 하는지,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도 모두 기관에서 정한다.

폐기물 수거운반은 사회가 원활하게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 공공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폐기물을 수거하고 운반하는 노동자들의 소속만은 민간업체이다. 기형적인 형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사람은 공공부문 서비스를 민간에 위탁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러한가. 전체 예산의 10%가 넘어가는 민간업체 이윤과 일반관리비를 챙기느라 오히려 예산이 낭비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이윤과 관리비로 만족하지 못한 민간업체들이 예산을 횡령하거나 비리를 저지르는 사례도 수없이 많다. 실제로는 출근하지 않는 노동자를 명단에 올려 두고 인건비만 받아서 빼돌리기, 수거운반 차량의 감가상각비를 부풀리기, 4대보험을 초과 공제한 후 차액을 빼돌리기 등등 수법도 가지각색이다. 이쯤 되면 폐기물 수거운반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이유가 궁금해질 지경이다.

 

민간위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Cui Bono(누가 이익을 보는가)?”라는 표현이 있다. 미궁에 빠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는지를 먼저 따져보라는 뜻이다.

이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체계가 왜 유지되는지를 알기 위해서 폐기물 수거운반 업무에서 누가 이익을 보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노무관리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떠오른다. 가만히 앉아 이윤을 챙길 수 있는 민간위탁업체 사장들도 민간위탁 수거운반 체계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랄 것이다.

반면, 현장에서 일하는 민간위탁 수거운반 노동자들은 민간위탁 체계 내에서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렸다. 직접고용 노동자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훨씬 적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삭신이 끊어지는 듯한 힘든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최저임금을 받기도 했다. 2~3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재입찰 기간이면 재계약과 관련된 위탁업체 사장들의 공갈 협박에 시달리는 등 가장 기본적인 고용안정조차도 보장받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구역을 잘게 나눠 여러 업체에 입찰을 주는 통에 몇 년에 한 번씩 새로운 구역에 적응하느라 고생을 하는 것도 모두 수거운반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노동안전이 제대로 고려될 리가 없다. 넘어지고, 떨어지고, 끼이고, 베이고, 부딪히고, 교통사고를 당하고, 떨어지는 물체에 맞고...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직영, 민간위탁을 통틀어 2015~2017년 3년 동안 산업재해를 당한 환경미화노동자는 1천 822명에 달한다. 이 중 사망자만 해도 18명이다.

사망자 중 민간위탁 노동자가 16명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환경미화 업무 중 비교적 안전한 도로청소 등은 직영으로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폐기물 수거운반 업무는 위탁으로 운영하는, 소위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폐기물 수거운반 업무의 민간위탁을 끝장내자!

 

민간위탁 수거운반 체계는 노무관리의 편리성과 민간업체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저임금, 고용불안, 심지어는 생명이라는 대가를 치러 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정부는 민간위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민간위탁을 유지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보호하겠다는 소위 ‘정책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이루어져 왔던 ‘부당거래’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표였다.

폐기물 수거운반 노동자들은 이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가 책임저야 한다. 민간위탁 노동자들과 직접고용 노동자들의 차별은 사라져야 하고, 특히 민간위탁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의 노동안전은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 요구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민간위탁 수거운반 업무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수행해야 한다. 이 요구를 이루기 위한 투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직접고용 쟁취의 그날까지 이어질 공공부문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연대와 지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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