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바둑대회 열며 ‘충북이 바둑의 메카’라 홍보
3개교 바둑 특성화학교로 지정했지만 유명무실

<사진출처 뉴시스>

 

바둑 특성화학교 활성화 등 ‘충북을 바둑의 메카로 만들겠다’던 충북도, 충북바둑협회, 충북도교육청의 선언이 공염불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뜨거웠던 시절, 이른바 ‘바둑열풍 붐’을 타고 청소년들의 두뇌계발과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홍보만 했을 뿐, 일관성 없는 정책이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붐’ 타고 일시적 선심?

 

충북도와 충북바둑협회는 지난 2011년 ‘한·중·일 청소년 바둑대회’를 개최했고, 2017년에는 오송에서 아마바둑의 축제로 일컬어지는 내셔널바둑리그를 개최한바 있다.

또 2014년에는 충북도, 충북바둑협회, (사)한국바둑방송, (사)충북국제협력단과 후원협약을 체결하고 한·중·일 청소년들의 바둑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충북도는 바둑의 대중화와 인재양성에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었다.

특히 충북바둑협회와 충북도교육청은 공동으로 2016년 청주 남성초, 원평중, 상당고를 바둑 특성화학교로 지정하고 각 학교에 바둑부를 공식 창단, 인재양성을 약속했었다.

원평중은 남녀 5명으로 바둑부를 정식 창단한다고 밝혔었고 상당고는 향후 원평중 출신을 특기생으로 뽑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3개 학교는 2km내외에 위치, 엘리트 바둑선수 육성을 위해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쉽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충북도 및 충북도교육청의 바둑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바둑의 축제라 여겨지는 내셔널바둑리그엔 지원금 부족으로 선수들이 대회참가를 포기한 상태이고, 바둑 특성화학교로 지정된 3개 학교엔 선수양성은 고사하고 바둑부조차 없는 상황이다.

 

지원금 없어 전국규모 아마바둑대회 불참

 

충북바둑협회 측에 따르면 바둑은 지난 2015년 전국소년체육대회와 전국체육대회 종목으로 지정받은 후 최근 스포츠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충북도의 지원은 미비한 상황이다.

협회 임원을 맡고 있는 A씨는 “2012년부터 아마바둑의 축제로 불리며 매년 열리고 있는 내셔널바둑리그에 충북선수들은 지원금이 없어 참여하지 못했다. 충북팀이 해체됐고 충북선수들은 다른 지역 팀으로 흩어져 타 지역 이름을 걸고 출전했다”고 말했다.

내셔널바둑리그는 지난 1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개막식을 갖고 서울, 경기, 인천 등 12개 시·도에서 1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앞으로 8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지역 팀들은 기업 또는 시도의 지원을 받고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내셔널바둑리그 팀은 사실상 전국체육대회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북의 경우는 내셔널바둑리그 팀이 해체됐고 충북의 선수들이 이미 타시도의 선수로 영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충북도 지원금 1500만원에 바둑협회 지원금, 참가자들의 자부담 등 3000여만 원을 보태어 대회에 참가했었다. 하지만 이번 년도엔 도저히 여건이 안 돼 참여하지 못했다. 도에 지원금 증액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결국 대회 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 한 관계자는 “도에 등록된 체육종목만 해도 60종이 넘는다. 바둑만 특혜를 줄 수 없다”며 “바둑협회 측에서는 출전을 포기한다는 연락을 해 와서 올해 지원금은 전액 삭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둑은 사교육의 영역?

 

바둑 특성화학교도 현재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현재 남성초, 원평중, 상당고에는 바둑 선수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남성초, 원평중에 따르면 모두 충북도교육감배·충북도지사배 대회 참가학생의 행정적인 지원만 할 뿐 바둑관련 활동은 없다는 것. 상당고는 특성화고 지정 이후 아무런 활동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특성화학교로 지정받은 것은 알고 있지만 학생도 없고 지도강사도 없는 상황이다. 바둑담당 교사가 있지만 실제 바둑을 지도할 지식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훈련을 진행할 수는 없다. 배우고 싶은 학생이 개인적으로 학원에서 배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협회 측에서는 “바둑을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 배정을 도교육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아직까지도 배정받지 못했다”며 “바둑특성화 학교로 지정만 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체육계 성폭력 미투 폭로와 지나친 성적중심의 선수육성의 폐해가 불거지고, 전국체육대회 폐지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엘리트 바둑선수 양성을 위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바둑 프로선수 양성이 공교육 시스템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특히 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학교운동부지도자를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 운동부지도자를 배정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활성화된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바둑 분야 지도자를 배정한 후 선수가 없을 경우 운동부지도자의 거취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바둑은 기존의 육성종목처럼 공교육과 정상적으로 연계할 수 없는 종목이다. 공교육의 영역을 벗어난 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둑특성화 학교를 지정할 당시에는 학교를 지정해주면 협회 측에서 바둑의 대중화를 시키겠다고 해서 지정해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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