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쓰지 않는 놀이공원, 옥천에 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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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쓰지 않는 놀이공원, 옥천에 문 열다
  • 최현주 기자
  • 승인 2019.04.24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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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학교, 20여가지 비전력 놀이기구 만들어
상호작용하는 놀이 통해 관계·사회성 향상
놀잇배 타는 모습. <사진제공 아자학교>

 

“이건 뭐지?”

“우와 신기하다~”

“저기 땅속에 미끄럼도 있어!”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린다. 낯선 모양, 낯선 놀이법. 분명 놀이터, 놀이기구지만 독특하다.

‘고깔모자’만 봐도 그렇다.

고깔모자는 시소와 비슷한 원리지만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아래위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소와는 차원이 다르다.

 

꼬깔모자 타는 장면<사진 제공 아자학교>

 

내가 엉덩이를 들고 발돋움을 하면 상대편이 하늘로 붕 떠오르고, 상대편이 발돋움을 하면 이번엔 내가 하늘로 떠오른다. 온전히 자신의 몸무게로, 또 상대편 몸동작만으로 놀이기구가 움직인다.

미끄럼틀도 남다르다. 일명 '터널기차'로 불리는 미끄럼 입구는 바로 땅속. 눈썰매 판을 타고 입구로 들어가면 컴컴한 땅속을 지나 어느새 반대편 구멍으로 나온다. 알록달록한 디자인과 예쁜 모양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스릴만점이다.

 

터널기차

 

여느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늑한 의자가 붙어 있는 ‘왔다갔다레일차’도 눈에 띈다.

색다름과 독특한 아이디어, 분명 여느 놀이동산의 재미를 압도한다.

 

'왔다갔다레일차' 타는 모습 <사진제공 아자학교>

우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멈추지 않는 이곳. 이곳은 ‘비(非)전력 놀이공원’이다.

 

국내 유일 비 전력 놀이공원

 

옥천군 청성면 산계리 일대에 이색적인 놀이시설이 조성돼 화제다.

‘비(非)전력 놀이공원’.

생소한 이름의 비전력 놀이공원은 쉽게 말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놀이터를 말한다.

담벼락놀이, 땅굴기차, 놀잇배, 고깔모자, 다인승그네, 회전말, 하늘기차, 꿈틀이 등 20여 가지 놀이기구가 있지만 전기를 이용해 움직이는 것은 없다.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 그것도 혼자 힘이 아닌 여러 사람의 힘이 모아졌을 때 그 재미는 배가 된다. 특히 고깔모자, 놀이배, 다인승그네, 피라미드 등이 그렇다.

비전력 놀이공원은 청성면 산계리 중에서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외딴 곳에 위치해 있다. 큰 길에서 차로 10분 이상 외길로 들어가야 보인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

도대체 누가, 왜, 이런 곳에, 이런 놀이시설을 만들었을까?

 

함께 놀아야 더 재밌다

 

'아자학교' 전경

 

아자학교.

비전력 놀이공원은 아자학교, 즉 사단법인 한국전래놀이협회(대표 고갑준)가 만들었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아자학교는 전래놀이 연구교육단체로 전국에 40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이들은 전래놀이를 연구하고 대중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나 아(我)자에 스스로 자(自).

아자학교는 이름처럼 ‘내가 스스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른 사람의 강요나 지시 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아자학교의 목적이자 철학이다.

이 철학은 놀이에서 고스란히 구현된다. 내가 좋아서 놀이를 하고 결국 이런 행동이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고갑준 대표.

 

고갑준 대표는 “우리 고유의 전래놀이 대부분은 사람간의 상호작용을 살아나게 합니다. 놀이 자체가 주체적인 활동인 동시에 이타적인 행동이죠”라고 말했다.

아자학교에서는 매월 1회씩 1박 2일 캠프를 개최한다.

캠프에서는 별보기, 산책, 달보기, 전래놀이 등을 한다. 놀이기구를 이용한 놀이 뿐 아니라 다양한 놀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을 향상시킨다.

 

놀이 통해 관계의 미학 되살릴 터

 

아자학교 회원들이 외딴곳에 독특한 놀이터를 새로 만든 이유는 한마디로 놀이를 통해 상호작용과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고갑준 대표는 “기존의 상업화된 놀이시설은 전혀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요. 상대방과 교류도 없고 그 순간만을 즐기고 끝나죠. 놀이의 원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놀이기구를 만들었어요. 이곳의 놀이기구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이 살아나고 상대방을 배려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재밌게 놀려면 상대방을 배려할 수밖에 없어요. 이곳에서 놀이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고 대표 설명에 따르면 기존의 상업화된 놀이시설은 혼자만의 놀이다. 누군가와 공유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롤러코스터도 그렇고 바이킹도 그렇다. 즐기고 난후 옆 사람이 누구인지, 누구와 함께 놀았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

기존에 있던 놀이기구가 아니다 보니 비전력놀이공원의 놀이기구는 설계도면 같은 것이 없다. 그만큼 시행착오가 많았다.

고갑준 대표는 “부시고, 다시 만들고, 부시고 다시 만들고를 수없이 반복했다”며 “어디가나 놀이기구하면 똑같은 크기, 똑같은 모양이다. 놀이터 놀이기구는 70여 년째 변하지 않았다. 천편일률적인 놀이기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이어 "자연과 벗하여 재미있게 놀길 원한다면 누구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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