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홍일 의원의 빈소에 조문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제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홍일(71) 전 의원이 20일 별세했다.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던 김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서교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각계 조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23일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발인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고인의 장지는 광주 국립 5·18 민주묘역이다.

김 전 의원의 별세 소식과 함께 생전에 고인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청주인사 2명이 회자되고 있다. 해방 직후 시의원부터 지방자치 부활이후 도의원 2번을 역임한 고 박학래 의원이 첫번째 주인공이다. 고 박 의원은 평소 정치인 DJ를 지지해 민주당원으로 1971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적극 도왔다. 40대 기수론으로 민주당 단일후보가 된 DJ는 박정희 정권의 부정선거로 인해 95만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선거 결과에 놀란 박 전 대통령은 6개월만에 10월 유신을 선언했다. 결국 군사 독재정권의 영구집권 음모에 포위된 DJ는 첫 미국 망명 길에 오르게 된다. 이때 미국 망명에 앞서 당시 청소년이었던 큰 아들(고 김홍일 의원)을 청주에 사는 고 박 의원에게 맡겼다.  고 박 의원은 당시 자신이 운영하던 청주 남문로1가 제일여관에서 8개월간 고인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돌봐주는 등 각별한 관계였다.

고 박학래 도의원

고 박 의원의 차남 노영씨(59)는 "그때 아버님이 남주동에 목욕탕이 딸린 숙박업소도 운영하고 계셨다. 지역 사업가 고 곽모씨가 부탁해 그 여관에서 한동안 고인이 은신하고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버님이 생전에 DJ 대통령 당선과 노벨평화상 수상식 때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신군부에 쫓기던 고인은 결국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이란 덫을 치고 나선 중앙정보부에 체포돼 극심한 고문을 당했다. 디스크 증상으로 시작된 고문 후유증은 고인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당선 전 고인의 치료를 위해 중국행을 안내한 사람이 바로 청주 출신인 조흥연(73)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다.

조 전 부총장은 한국인으로 중국 군부의 최고 자리에 오른 청원 출신 고 조남기 장군의 조카다. 고 조 장군과 연결고리를 통해 중국통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지자체의 중국 교류에도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조 전 부총장은 "DJ 대통령 당선 한해전쯤 고인을 침술로 유명한 중국의 한 병원으로 안내한 적이 있다. 중의학 대가라는 분이 머리에 직접 대침을 시술했는데 고인이 한번 맞고 나더니 사양했다. 그래서 국내에 계시던 이희호 여사님께 연락드렸더니 '어른들 생일 걱정하지 말고 치료에만 전념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고 2000년에 파킨슨병이 악화해 거동이 불편할 정도가 됐다. 생전에 감히 DJ 면전에선 말을 못했던 동교동계 인사들의 불만을 뒤에서 다 들어주고 도닥여 주던 고인의 넉넉한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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