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통계청 통계 ‘불일치’ 청주시만 4161명
주민등록 직권말소 허용 법개정안 국회 계류중

한 국가의 기본통계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인구통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민등록제도에도 불구하고 인구통계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 실제 거주인구와 주민등록상 거주인구의 불일치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자체가 주민등록직권말소를 통해 이같은 불일치를 해소시켰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부작용을 이유로 직권말소 제도 자체를 폐기하면서 인구통계 자료의 오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따라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7년 제한적인 직권말소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계류중이다.

 

청주시 전경 / 사진=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지난 2018년말 기준 청주시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83만7700여명이다. 하지만 주민등록만 해놓고 거주하지 않고 있는 거주불명등록자는 4161명으로 전체 0.5%에 달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인구통계의 0.5%는 신뢰할 수 없는 오차범위라고 할 수 있다. 거주불명등록제도는 주민등록상 거주사실이 불분명한 사람도 사회안전망 등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09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 이전에는 각 지자체가 무단전출 사실을 확인하면 직권으로 주민등록을 말소시켰다. 주민등록이 말소되면 당연히 인구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직권말소를 없애고 거주불명등록제가 시행되면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서 제외됐던 무단전출 말소자 45만여명이 거주불명자로 일괄 등록됐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생존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주민등록 인구와 통계청 인구의 통계 간 차이가 발생했다. 또 거주불명자가 유권자에 포함되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6년 10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통계상 전국 100세 이상 노인은 1만7188명에 달했다. 총인구 대비 100세 이상 노인 비율이 0.029%(1만5180명)였던 1년전과 비교해 무려 2000명 이상 증가한 것이었다. 통계상 심각한 의문점이 드러났다. 전체 100세 이상 노인 중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무려 1만2438가구에 달한다는 점이다. 결국 100세 이상 노인의 72.4%가 주민등록상 단독 세대를 구성한 ‘홀몸 노인’이라는 것이다. 100세 이상 노인 대부분이 가족의 뒷바라지를 받지 않고 홀로 지내고 있다는 통계는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다.

사망신고 지연 통계 오류

하지만 주민등록상 해당 주거지에 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주민은 지자체가 ‘거주 불명’으로 등록하는데, 문제는 행방 불명자로 일컬어지는 거주 불명 등록자를 주민등록 인구에 포함시키면서 통계의 왜곡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행자부 통계상 2016년 8월 충북도의 경우 100세 이상 노인은 465명이다. 이들 중 주민등록지에 실제로 거주하는 것이 확인된 노인은 38%, 177명이 전부다. 나머지 남성 98명, 여성 190명 등 총 288명이 거주 불명 등록자다.

거주 불명자 가운데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사망했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아 생존한 것으로 통계에 잡힐 수도 있다. 결국 행자부가 발표한 100세 이상 인구와 100세 이상 1인 세대 가운데 거주 불명 등록자가 상당수 포함된 셈이다. 실제로 청주시의 2018년말 거주불명등록자 4161명 가운데 90세 이상 초고령자가 177명에 달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10월 2일 노인의 날에 만 100세 고령자에게 증정하는 장수지팡이 '청려장'에서도 통계의 오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100세 노인을 시·군·구별로 파악해 지급하는 것인데 해마다 지급하는 청려장 개수와 주민등록상 100세 노인 수에서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지난 2016년 주민등록상 100세가 된 노인은 전국적으로 2552명이다. 그러나 복지부가 증정한 청려장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58.3%. 148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064명은 주민등록상 거취가 확인되지 않는 거주 불명 등록 고령자인 셈이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청주시 상당구 4개 동사무소가 장수수당을 부당지급한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지급 대상 노인이 사망했는데도 다음달 치 장수수당을 지급한 사례가 4개동 49건에 달했다. 청주시 조례에 정한 장수수당은 주민등록상 1930년 12월31일 이전에 태어난 노인들에게 매월 4만원을 지급한다.

이같은 인구통계 오류를 막기 위해 행안부는 제한적 주민등록 말소제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의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통해 사망, 실종신고, 국적상실에 해당하는 경우 직권으로 주민등록에서 말소한다는 것. 또한 현역입영자 등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지만 소재지를 확인할 수 있어 거주불명등록에서 제외되는 대상(현역입영자, 장기요양자, 수감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해서는 본인이 소명하지 않아도 거주불명자에서 미리 제외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거주불명자 중 요건에 해당하는 대상자에 대한 말소를 규정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2017년말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계류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를 전제로 주민등록 말소제 도입이 시급하다. 거주불명 등록자를 인구집계에 포함시키면 통계 오류는 해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가 거주불명등록제 실시 10년을 맞는 해인데 문제점이 있다면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국회에서 법안처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당시 이근규 제천시장이 최고령 김엄곡 할머니와 촬영한 기념사진.

제천시 121세 ‘최고령 마켓팅’ 논란
통계청, 진술의존 주민등록 의문 최고령자 발표 안해

노인 통계 오류 가운데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주민등록상 진위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5월 당시 이근규 제천시장을 비롯한 일행이 경기도 구리시의 한 노인요양원을 찾아왔다. 이 전 시장은 요양중이던 김엄곡 할머니를 만나 명예시민패를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당시 김 할머니는 1897년 11월7일 제천시 금성면 중전리 태생으로 도내 최고령자로 발표됐다. 만 119세 임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 일행은 한국 나이 121세로 적은 피켓을 들고 촬영한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 당시 영국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최고령자는 117세의 자메이카 바이올렛 브라운 할머니로 1900년 3월 10일생이었다. 제천 출신의 김 할머니보다 3년 늦게 태어난 셈이다.

충북에서는 2016년 도내 최고령자를 둘러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충북도가 주민등록상 도내 최고령자로 발표한 제천시 송학면의 당시 119세(1897년생) 고씨 할머니의 실제 나이가 80~90대인 것으로 드러난 것. 고 할머니는 혼자 지내다 건강이 악화돼 가족들이 5년전 청풍노인요양병원으로 모셨다는 것. 당시 취재결과 해당 노인병원 관계자는 “현재 시설에서 건강하게 지내시는데 호적상 나이는 잘못된 거라고 하셨다. 할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가족들도 80~90세로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결국 충북도가 최고령자(주민등록상)를 발표하면서 확인과정은 거치지 않은 셈이다. 통계청 인구조사과에 따르면 “2006년 1894년생 할머니 2명을 최고령자로 발표한 이후 공식적인 최고령자 발표는 중단했다. 주민등록상 나이는 당사자의 진술에 의한 것이라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세이상 고령자 숫자 정도만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령자에 대한 통계 신뢰성은 의문이지만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많이 사는 도시로는 충북 괴산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 지난 201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100세 인구 수가 괴산이 42.1명으로 전국 평균의 6배 이상 많았다. 이어 문경 33.9명, 장성 31.1명, 서천 31명, 남해 29명 순으로 나타났다. 시·도별로 보면 제주 17.2명, 전북 12.3명, 충북 9.5명으로 충북이 장수마을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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