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일선 투입…1㎞까지 호스 끌고 들어가
6~10개월 기간제…토‧일 불끄면 평일 무급휴가
지난해에는 10개월…올해는 6개월 단기근로게약

그들은 영웅이었다. 산불현장에 소방호스를 끌고 최 일선에 제일먼저 투입되는 바로 그 사람. 탈진한 소방대원의 물집 잡힌 손을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존경과 경외심을 느낄 즈음, 또 다른 영웅인 특수진화대는 투명인간에 불과했다.(사진출처 : SNS캡처)
그들은 영웅이었다. 산불현장에 소방호스를 끌고 최 일선에 제일먼저 투입되는 바로 그 사람. 탈진한 소방대원의 물집 잡힌 손을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존경과 경외심을 느낄 즈음, 또 다른 영웅인 특수진화대는 투명인간에 불과했다.(사진 : SNS캡처)

 

“많은 분들 염려 덕분에 무사귀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산속에서 밤새 산불을 끄는 건 거의 우리 비정규직 산림청 특수진화대인데 언론에 나오는 건 대부분 정규직 소방관이 더군요. 소방관 처우가 열악한 문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저희 산림청 계약직 노동자들은 훨씬 더 열악합니다. 마스크를 써도 불길이 거세지면 연기를 많이 마시고 아찔한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까맣게 불탄 나무들처럼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속도 까맣습니다 ㅠㅠ”(9일, 산림청 특수진화대원 A씨가 SNS에 올린 글)

‘산림청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란 존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전혀 몰랐다.

그들은 영웅이었다. 산불현장에 소방호스를 끌고 최 일선에 제일먼저 투입되는 바로 그 사람. 탈진한 소방대원의 물집 잡힌 손을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존경과 경외심을 느낄 즈음, 또 다른 영웅인 특수진화대는 투명인간에 불과했다.

존재만 몰랐던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일당 10만원에 불과한 6~10개월짜리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지난 6일, 자신의 산림청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에 근무하는 직원 A씨가 올린 글을 계기로 산림청 국유림관리소에서 근무하는 ‘산불재난 특수진화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수진화대는 산림청 산하 각 국유림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산불진화 전문요원이다. 이들이 맡은 제1업무는 이름 그대로 산불진화다.

국유림관리사무소가 이들에 대한 채용공고를 내면서 공지한 임무 내역에 따르면 재난방지등 산림보호가 가장 중요한 업무다.

산불이 발생할 경우 국‧사유림 상관없이 산불현장에 투입되고 진화에 나선다. 기계화산불진화시스템을 운영해 산불을 진화하고 문화재, 고압전지역, 국가주요요시설 등 접근 난이지역에도 제일먼저 투입된다.

산불이 날 경우 반드시 산불진화현장으로 출동해야 한다고 채용공고에도 명시 돼 있을 정도로 현장투입 및 산불진화를 우선하는 업무다. 산불진화대는 현재 각 국유림관리사업소별로 10명이고 불이 많이 나는 곳은 20명 단위로 운영된다.

 

죽을지도 모르는데…일당 10만원

 

자신을 강원도 정선국유림관리소에 근무한다고 밝힌 B씨는 특수진화대는 2016년에 생긴 산림청 비정규직이라고 밝혔다. B씨에 따르면 특수진화대는 산불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출동한다.

소방헬기가 필요없는 소형산불은 특수진화대가 진압한다. 대형산불에 소방헬기가 출동해 물을 뿌리더라도 특수진화대가 출동한다. B씨는 소방헬기가 물을 뿌린 자리에도 특수진화대가 현장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그는 “산불을 끄려면 산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10명 1개조로 물 호스를 끌도 들어가야 불은 끈다. 깊은 산속에 불이날 경우 1㎞ 이상 연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약 좀 쳐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호스 끄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요즘 넓은 밭에 호스 끌면서 농약치는 일당이 15만원이 넘는다”며 “밭과 산의 지형 차이를 생각해 보면, 특수진화대란 건 이름만 거창하지, 죽을지도 모르는 일 시켜놓고 일당 10만원 주는 비정규직 일자리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산림청 공무원 C씨도 SNS에 특수진화대를 소개하는 글을 남겼다. C씨는 “산불 신고도 다른 화재처럼 거의 119로 들어온다”며 “소방대의 소방차가 제일 먼저 출동한다”고 밝혔다.

C씨는 “호스가 짧아서 소방관들은 산 속으로 들어가진 못한다”며 “주택 주변은 소방관들이 커버한다. 깊은 산 속에 난 불은 진화대란 이름이 붙은 산림청이랑 지자체 비정규직이 들어가서 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방) 헬기로 물을 붓는다고 불이 다 꺼지는 게 아니다. 숲이 울창한데 바닥까지 물이 닿겠냐?”며 “불 다 끈 거 같아도 남아 있던 불씨는 바람만 불면 다시 살아난다”며 특수진화대가 현장에 투입되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형이 작년부터 강릉에서 특수진화대 일을 한다. 잦은 출동, 하루에도 몇 번씩 산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피로, 김밥 같은 거 먹으면서 산 속에서 밤을 새고 해 뜨면 또 물 호스를 끌고 다닌다”고 안타까워 했다.

 

근무여건 어떻길래?

 

특수진화대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각 국유림관리소 채용공고에 명시된 근무조건에 자세히 드러나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보은국유림관리소의 <2019년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모집공고>에 따르면 이들의 근무기간은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로 단기 계약직이다. 한마디로 6개월 짜리 기간제 비정규직이다.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주5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1일 근무당 10만원의 일당을 지급한다. 주휴수당과 같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수당만 있고 나머지 기타 수당은 없다. 근무지까지 출퇴근 비용은 노동자가 부담해야 하고 이 과정에 필요한 중식비도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산불 진화 때문에 토요일이나 일요일 근무하거나 연장근무를 해도 별도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않아도 된다.

공고에 따르면 공휴일 및 시간외 근무시 평일 휴무로 대체한다. 또 비가 많이 오는 기간 관리소가 휴무를 강제해도 별도의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무급휴무가 된다.

지난 3월 한달기간을 환산해서 보면 이들이 일할수 있는 기간은 20일. 일당이 1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200만원에 주휴수당을 합한 금액이 이들이 받을수 있는 월급인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등 세금과 4대보험료를 제할 경우 채 200만원도 되지 않는다.

영덕국유림관리소 <2019년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모집공고>도 동일하다. 근무기간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짜리 단기계약직이다.

이같은 근로조건은 지난 해보다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덕국유림관리사무소의 <2018년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모집공고>에 따르면 계약기간은 10개월으로 올해의 6개월보다 4개월 가량이 더 길었다. 하지만 2019년 들어서면서 4개월이 오히려 감축됐다.

산림청 공무원 C씨는 “어제 강릉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얀 하이바(방탄모) 쓴 군인들이 민가 주변에 대기하는 걸 봤고 오늘은 군인들 고생했단 기사를 읽었다”며 “위험한 일은 다 이렇게 힘 없는 사람들이 한다. 힘 없다는 표현이 웃기지만 실제로 그렇다”며 씁쓸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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