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학술단체 WRL·오믹스 논문게재 충북연구자 52명
융합·기초의학분야, 충북대·교통대 교수 및 연구자참여
해외실적 중시, 미국 대학 연구진 신뢰풍토에서 비롯

<사진출처 뉴스타파 홈페이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가짜학회 및 학술지인 WRL, 오믹스에 논문을 게재한 충북연구자는 모두 52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해적 학술단체 오믹스(OMICS International) 산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1876명의 연구자를 발표한 가운데 충북에서도 16명의 연구자가 20편의 논문을 오믹스에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믹스 이외에도 뉴스타파는 2018년 9월 21일 ‘가짜학회 네트워크 월드리서치라이브러리(World Research Library, 이하 WRL) 한국데이터’를 공개했는데 WRL에 논문을 게재한 충북 연구자는 36명이었다. 

충북연구진 52명이 가짜 학회 및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이다. 

지난 3월 14일 ‘뉴스타파’는 ‘가짜학회 오믹스 학술지 투고학자 데이터’를 통해 오믹스 산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국내 연구자가 1876명(2011년~2018년 3월)에 달하고 게재된 논문 수도 총 534건이라고 발표한바 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인도계 학술단체 오믹스(OMICS International)는 전세계 질 낮은 연구자들을 유혹해 온 대표적 해적 학술단체다.

정상적인 논문 출판문화를 해치고 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2016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공식 제소된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교육부 등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가짜학술단체 와셋(WASETㆍ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과 함께 조사대상으로 올랐다.

 

주로 융·복합, 의학 및 기초과학분야 가짜학회 논문게재

 

충북에서 WRL에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는 주로 융·복합 분야, 오믹스에는 의학과 기초과학분야 학자들이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오믹스에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는 주로 충북대 의대 외과교수들로 논문 한 편당 4~5명이 공동저자로 함께했다.

충북대 의대에서는 모두 10명의 교수 및 연구자로 이들은 주로 2015년~2016년 사이에 논문을 게재했다.

충북대 의대 이외에도 오믹스에는 충북대 간호학과, 중원대학교, 한국교통대 교수도 논문을 게재했다.

WRL에는 충북대 융·복합 분야 연구진과 한국교통대학교, 한국교원대학교, 청주대학교 교수도 있다.

일부 연구진들은 BK21 플러스 사업단으로부터 1인당 100만 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고 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K대학 A교수는 산학협력단 연구장려금 명목으로 6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대의 한 교수는 “전공이 융·복합 분야이다 보니 다양한 학회에 참여할 수 있다. 석·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비로 BK21 플러스 사업단에서 1인당 100만 원 가량 받았다. 학술대회엔 발표자만 참가했다. 가짜학회라는 뉴스보도 후 WRL에 연락해 봤지만 더 이상 연락이 안됐다. 가짜학회라는 사실을 안 직후 받은 금액은 모두 반납했다”고 말했다.

 

“몰랐다” VS “연구자라면 꼼꼼히 따져봐야”

 

가짜학회 및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도 피해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WRL에 논문을 게재한 충북대 A교수는 “학회에 가입하라는 메일이 왔다. 검색해본 결과 별 문제가 없어보였다. 논문을 게재하고 발표까지 했을 당시에도 문제가 있는 학회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며 “일부매체에서는 눈먼 돈을 받고 부실한 논문을 게재한 것처럼 보도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B교수도 “지원금이 얼마나 된다고 문제가 있는 학회에 논문을 게재했겠나. 전혀 몰랐다. 정말 문제가 있는 교수도 있겠으나 모두 다 똑같은 잣대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C교수도 “학술지들은 연구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한다. 메일이 오면 일단 의심을 하지만 인덱스랑 아카이브에 올라온 자료들을 보면 미국, 영국 학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터키의 와셋, WRL에 이어 오믹스까지 국내 연구진들이 가짜 해외학술단체들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 학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연구실적을 중시하는 학계 풍토와 외국 연구진 실적을 무조건 믿는 분위기가 만연돼 있다는 것.

이와 관련 D교수는 “검색을 해봤더니 참여하고 있는 사람의 대다수는 미국 유명 연구자였다. 외국 저명대학에 있는 사람이 등록된 학회면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자라면 좀 더 꼼꼼히 살펴보고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맞다. 무조건 실적을 쌓으려는 풍토, 해외실적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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