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이전, 민간공항 활성화 22년째 ‘공염불’
김종대 의원 “민군융합형 국가항공산업 유치 적기”

한국 공군의 최정예 전투기인 스텔스 F-35A 2대가 지난달 29일 청주 공군기지에 도착해 17전투비행단이 간략한 전달식을 개최했다. 미국 록히드마틴사로부터 총 40대를 구입키로 한 F-35A기의 첫 인도에 대해 언론보도는 찬양 일색이다. 중국·일본·이스라엘에 이어 4번째로 스텔스 전투기 보유국이 됐고 적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으로 북한을 압도할 최강의 전략무기로 소개했다. 하지만 청주국제공항의 최정예 전략무기 모기지화 상황에 대해 청주시민들은 혼란스럽다. 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전용공항 전환이 필수적인데 오히려 군사용 시설이 강화되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북도, 청주시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청주공항 F-35A 모기지화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유일하게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F-35A 도입에 따른 청주공항 정비클러스터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2008년 청주공항 인근 주민들의 군비행단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

2013년 국방부는 국내 전투기 노후화에 따른 차세대 전투기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미 보잉사의 F-15SE, 록히드마틴사의 F-35A, 유럽 EADS사의 유로파이터 등 3개사에서 신청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유로파이터는 서류상 하자를 이유로 F-15SE는 스텔스 기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배제됐고 록히드마틴사와의 단일 수의계약으로 변경됐다. 결국 2016년말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이 확대되면서 F-35A 선정에 ‘비선실세’가 개입됐다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F-35A가 청주시민들에게 회자된 것은 지난 2015년 청주공항 모기지론이 사실로 확인되면서다. 국방부는 2015년 7월 차세대 전투기 F-35A를 청주17전투비행단에 배치하기 위한 격납고 건설 입찰 공고를 냈다. 2018년말부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전투기 F-35A 40대의 격납고를 짓는 2360억원 규모의 사업이었다. 당시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고 대우건설이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예비역 장성 출신을 영입한 로비정황 등으로 심사위원들이 중도에 교체되는 등 난맥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일부 언론에 공군이 청주비행장 지하에 급유를 위한 송유관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보도됐다. F-35A 급발진을 위한 급유시간을 대폭 줄이고 연간 13억 3000만원에 달하는 수송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충북도가 손놓고 있는 사이에 청주공항은 F-35A기의 모기지가 됐고 새로운 격납고에 이어 지하 송유관까지 설치될 경우 공군비행단 이전 명분은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예정대로 F-35A 40대를 전부 들여올 경우 청주공항 민항수용능력(SLOT)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해외노선 증설이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지난 3월 29일 청주 17비행단의 F-35A 최초 도입 환영행사.

F-35A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주거지역과 인접한 청주공항은 공군전투기 소음으로 비행장 인근은 물론 북이면까지 지속적으로 민간 피해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F-35A 모기지화에 따른 소음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신예 기종이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덜하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2017년 공군 국감에서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F-35A의 크기와 엔진 소음 등을 질문하자 이왕근 공군참모총장은 “(F-4, F-5와)동체는 유사하다. 소음도 엔진이 하나라 그렇게 차이는 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최신예기라서 소음이 작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공군참모총장의 국회 답변은 ‘(과거와)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에 대해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원회측은 “공군 17비행단은 민간 공항 개항 당시부터 이전약속을 한 바 있다. 수원, 대구 모두 다 이전을 추진하는데, 왜 충북도만 침묵하는 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지역사회와 아무런 협의없는 F-35A 모기지를 결정하고 군사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F-35A를 비롯한 청주 17비행단을 충주 19비행단과 통합해 이전하고 충주비행장과 인접한 충주기업도시에 군수 정비기지를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주국제공항은 행정수도의 관문공항으로 청주에어로폴리스에 항공정비, 부품단지 등 민간 MRO산업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청주공항을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F-35A의 모기지로 삼는다면 청주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오랜 숙원인 공항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F-35A의 청주기지 배치에 따른 정비 클러스터 조성을 제안하고 있다. 김 의원은 “F-35A의 경우 정비의 70%가 기체정비가 아니라 시스템 정비인데 항공 IT 소프트웨어 전문 엔지니어를 투입해야 정비가 가능한 기종이다. 청주는 1주일에 약 190편 민항기도 운행하기 때문에 민간항공과 군용기의 전자시스템, 소프트웨어 정비는 청주가 정비기지가 돼야 한다. 청주에 종합항공센터를 조성하면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F-35A 정비 중 기본적인 정비는 군이 담당하고 전자부품 및 시스템 정비는 민간 업체가 맡는 방식이다.

하지만 F-35A 구매계약 과정에서 경쟁입찰을 수의계약을 바꾸면서 록히드마틴이 제안했던 조립생산 라인을 한국내에 건설하고 그 생산품을 수출하겠다는 당초 제안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입찰방식을 고수한 일본은 자국내에서 최종 조립과 검사까지 수행하고 기술 이전은 물론 정비기능도 맡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종대 의원은 “우리나라는 F-35A 정비 권한이 없다보니 부품정비는 일본에서, 기체와 엔진 등의 정비는 호주에서 각각 받아야 한다. 향후 20년 동안 무려 10조원의 정비 비용을 외국에 지불해야 한다. F-35A 정비를 해외에서 진행해야 하는 까닭에 전투기 가동률도 낮아질 뿐더러 막대한 돈도 해외로 나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 공군 전략자산의 부품정비를 일본에서 받는 것은 국가안보에도 우려할만한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민간항공 해외정비율 53% 달해

 

지난 2월 한국 방산업체 컨소시엄(Team ROK)이 미국 국방부로부터 F-35A의 구성품 지역 정비업체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 컨소시엄의 연매출은 미미한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종대 의원은 “방사청과 복수의 업체의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Team ROK의 연매출은 100억원 정도로, 청주 17전투비행단에서 운영할 F-35A 40대의 연간 유지비 약 1500억원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 방위산업이 개념설계, 개발, 생산, 정비, 성능개량을 포괄하는 제조업의 본질을 회복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F-35A 40대가 청주 17비행단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단순히 과거를 답습해 군정비창으로 해결하지 말고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유관부처가 협의해 국가항공산업 항공방위산업의 전략을 ‘민군융합형’으로 완전히 새롭게 짜야한다”며 국방과 경제를 접목하는 방식의 대안을 제시했다.

김 의원이 국토부와 국방부의 자료를 검토한 결과 2017년 국내민간 항공사의 해외정비율이 53%에 달했다. 국내 민항사의 항공기 정비비 2조5300억원중 53%인 1조3000억원이 싱가폴과 몽골로 빠져나갔다. 몽골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싱가폴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항공정비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2025년 국내 민항사의 항공정비 수요를 4조26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민항기 종합정비기지(MRO)를 조성하지 않으면 최소한 연 2조5000억원이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의원은 “현재 도입하고 있는 F-35A의 수명기간은 20년이고 총 40대 운영비로 20년 간 10조원을 지출해야 한다. 2025년이면 민항기와 군용기를 합쳐 세계 5위의 항공기 수요국이 된다. 그런데 국내 항공 산업은 15위로 우리보다 산업 수준도 낮은 인도네시아, 남아공, 스페인에 비해서도 뒤처져 있다. 그동안 지역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청주공항 종합항공정비센터 건립을 가시화시킬 좋은 기회라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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