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세척 오니 농지외 매립 가능, 청주 청용리 주민불안
도내 5개 시군 음식물퇴비 매립 민원발생, 업체는 무혐의

현행법상 조건부 매립이 허용된 무기성 오니, 음식 폐기물(퇴비)이 농촌지역의 새로운 집단민원 대상이 되고 있다. 잔존물 처리 및 재활용 취지로 매립을 허용했으나 농지 및 지하수질 오염의 우려가 높아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중간처리업체가 땅 소유주에게 뒷돈을 주고 성토용으로 매립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음식폐기물의 경우 단속 지자체에서 사법기관에 고발해도 퇴비로 인정해 무혐의 처리되고 있다.

 

청주시 가덕면 청용리 석회석 폐광산 매립작업 현장. 무기질 오니를 붓고 흙으로 성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청주시 가덕면 청용리 일대에 대형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마을 논 한 가운데 지름 10m, 깊이 20m가량의 구멍이 뚫렸고 농사용 마을 저수지에 물이 마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원인 조사를 벌인 결과 인접한 석회석 광산에서 40년간 채굴작업을 하면서 개미굴 처럼 연결된 갱도가 붕괴되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석회석 광산은 2년전 폐광돼 방치되면서 입구에 수심 30m의 거대한 지하수 호수가 형성돼 있었다.

광해관리공단은 피해 복구와 함께 추가 붕괴 우려지역에 대해서는 감정평가를 통해 농지와 주택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지반침하 피해 농민이 홧병으로 돌연사했고 종적을 감췄던 광산주는 자살한 변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6년이 지나 청용리 주민들의 상처가 아물어 갈 무렵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폐광된 석회석 광산 일대를 2018년 매입한 A업체가 대규모 매립 작업을 시작한 것. 하지만 매립토는 골재처리 업체에서 세척과정을 거치면서 나오는 무기성 오니에 일반 흙을 섞은 것이었다. 주민들은 골재 세척과정에 화학약품(폴리아크릴아마이드)이 사용되기 때문에 마을 주변 지하수질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지난 25일 청용리 폐광산 매립현장을 확인한 결과 하단에는 골재세척 오니를 채우고 상단은 흙으로 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용2리 최영학 이장은 “우리 2, 3구 주민들은 폐광 매립작업을 하는 줄도 몰랐다. A업체에서 청용1구 쪽 땅을 비싸게 사서 진입로를 내고 작년 10월부터 덤프트럭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골재 오니는 농지에는 매립을 금지시킨 사업용폐기물이다. 저런 걸로 호수까지 메우면 수질오염은 불을 보듯 뻔한 거고 결국 생활용수는 물론 농작물에도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업체는 작년초 폐광산 일대 개발행위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청주시 상당구청에 성토를 위한 ‘폐기물처리 재활용 신고’를 마쳤다. 성토재로는 골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기성 오니로 명시했다. 무기성 오니란 하수준설토, 정수장 오니, 토사세척 오니 등 유기성분 함유량 7% 이하인 오니를 말한다. 일반 흙을 혼합해 토목공사장(개발지) 성토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시도별로 조례에 따라 농지 성토를 허용한 곳도 있으나 충북도는 불허하고 있다. 하지만 청용리 폐광산은 잡종지이기 때문에 무기성 오니 매립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구청 ‘3차례 시료검사 이상없다’

 

상당구청 담당자는 “그동안 민원 신청과 방송취재 등으로 3차례에 걸쳐 청용리에 매립된 무기성 오니 시료를 채취해 도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의뢰했다. 3번 모두 매립이 금지된 지정 폐기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별다른 조치를 내릴 수 없었다. 앞으로 호수 매립이 시작되면 수질검사를 통해 오염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한 성토가 완료되면 2년간 3개월에 한번씩 지하 침출수 수질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A업체측은 “골재세척 과정에서 나온 무기성 오니를 농지 성토재로 인정한 지자체도 많다. 하지만 주민들의 수질오염 우려를 덜어드리기 위해 농사용 관정을 설치하려 한다. 우리도 정기 수질검사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청용 2,3구 주민들이 위치를 정해주면 공사를 시작하겠다. 앞으로 개발사업에 수년이 걸릴텐데 우리가 오염 폐기물로 사업중단되는 일을 자초하겠는가?”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농지업무편람에서 “무기성 오니는 농작물 경작에 부적합한 성분이므로 농지개량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명시했다. 이에따라 용인시는 지난해 12월 무기성오니의 농지 성토재 사용을 제한하는 조례 개정안을 고시했다. 무기성 오니를 농지·저지대·연약 지반 등에 성토재로 이용할 수 있다는 기존 조례 시행규칙 11조(폐기물의 재활용 기준)에서 농지를 제외시킨 것.

이같이 성토 대상에서 농지를 제외시키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청주 외곽지역에는 농지 불법 매립이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서원구 석판리, 흥덕구 학천리, 사인리 일대 농지에 골재 오니가 집중적으로 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가 불법매립을 적발하더라도 매립량을 크게 줄여 원상복구는 시늉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인근 세종시도 지난 2월 부강면 등곡리 일대 농지에 수천t의 골재업체 무기성 오니를 매립한 업체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 및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자체가 일반화된 농지 불법매립을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단속과 엄정한 법적처벌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량비료 형사처벌 가능해져

 

골재 업체의 무기성 오니 보다 더 심각한 생활민원은 음식물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재활용 퇴비(비료)다. 충분히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출돼 농지 매립되면서 악취와 환경오염에 대한 민원발생이 늘어나고 있다. 업체를 출고한 시점부터 퇴비는 폐기물이 아닌 비료에 해당되어, 폐기물관리법을 적용하기가 애매하다. 특히 비료관리법 상 비료에 대한 안정화도, 이물질함유량, 적정살포량 등 구체적 기준이 없어 과잉공급(폐기물 매립 의심)에 따른 관리 및 처분도 어렵다

지난 1월 충북도 조사결과 옥천, 진천 등 5개 시군에 매립된 불량 음식물 비료는 1만5천t에 달한다. 옥천군은 지난해 교동리에 우량농지를 조성한다며 40m 높이(25t 덤프트럭 230대 분량)로 성토한 매립현장이 언론에 집중보도됐다. 동이면 세산리 등 농지에도 5천여t을 매립시켜 옥천군이 고발조치했으나 비료 생산업체는 결국 무혐의 처분되고 말았다.

증평군은 최근 연탄리 인근 밭 3300여㎡를 임차해 음식물 쓰레기로 추정되는 물질 8000∼1만 루베를 매립한 행위자를 폐기물관리법 및 산지관리법(산림훼손)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증평군은 악취민원이 계속되자 3월초 굴착기를 동원해 확인결과 음식물 퇴비가 3∼4m 깊이로 매립돼 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청주시 소재 B업체가 생산, 공급한 음식물폐기물 재활용 비료(퇴비)였다. B업체는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서 생석회 등을 이용해 재활용 비료를 만드는데, 사용자에게 산물(비료를 포장하지 않고 트럭 등으로 농지에 직접 공급)형태로 비료를 공급해 왔다. 이 업체는 증평을 비롯한 도내 민원 발생지에 문제의 비료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증평의 경우 재활용 비료를 매립한 행위자가 B업체로부터 t당 2000원에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증평군에 확인 결과 B업체에 대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농지나 임야를 단순 임차한 임차인들이 다량의 음식물쓰레기 비료를 농지나 임야에 무단으로 매립,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민원이 잇따르자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이 비료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생산업자 등이 비료를 포장하지 않고 공급하는 경우 종류·공급 일자·공급량의 지방자치단체 사전 신고, 오염우려가 있는 비료공급 제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경우 목적 외 공급·사용제한, 생산·유통·보관의 환경오염 방지 등 관리의무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이밖에도 부숙도·염분 등 기준에 미치지 못한 불량비료 제한, 사전신고 불이행과 환경오염 방치에 책임이 있는 생산업자 등은 수거·폐기 등의 조치와 이를 어길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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