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홍원상 기자]
“환경미화원 11년은 내 인생의 생명줄이었고, 가장 진솔한 삶을 체험하는 터전이었다. … 여름에 파리 떼가 윙윙거리는 토사물을 치울 때면 속이 울렁거려 나도 함께 토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불결한 것들을 치우고 돌아보는 거리의 청결은 상쾌하게 나를 지탱해 주는 근원이 되었다.” (김재학씨의 글 중에서)

우리 곁에는 하기 싫어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맡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땀흘려 일하는 환경미화원이 그들이다. 최근 수원시 영통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운전원 등 50여명은 더럽고 고단한 일터에서 겪은 좌절과 슬픔 그리고 웃음을 담아낸 체험수기집 ‘나 이렇게 살았다’를 발간했다.


환경미화원들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주위로부터 느껴지는 무시 또는 멸시라고 한다.

“몇년 전 일입니다. 새벽 청소를 하고 있는데, 손주뻘밖에 안돼 보이는 아이들이 제게 담배를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임희봉(林喜鳳·61)씨는 “처음엔 너무 황당해서 무슨 말부터 해야 할 지 몰랐다”며 “아무리 환경미화원이 무시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재학(金在學·56)씨는 “주민들에게 쓰레기 분리수거를 부탁하면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욕설을 듣기 일쑤”라고 답답해했다.

어두컴컴한 새벽녘에 동료들이 뺑소니차에 힘없이 쓰러지고 목숨을 잃을 때면 이들의 허탈한 마음은 한없이 무너진다.

“한 동료가 새벽에 가로(街路)를 청소하다 음주운전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만 하다가 호강 한번 못 해보고 눈을 감은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김석태(金碩泰·55)씨는 “남들은 지저분하다고 기피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일하던 동료들이 1년에도 여러 명씩 사고로 숨지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이들이 환경미화원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데는 무더운 날씨에 시원한 청량음료처럼 고단한 몸과 마음을 한순간에 풀어주는 고마운 이웃이 있기 때문이다.

임웅순(任雄順·47)씨는 “매년 추운 겨울날이면 ‘새벽에 식사도 제대로 못 했을 것’이라며 죽을 쑤어서 건네주던 아주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고마워했다.

책 발간에 뒤따르는 주위 반응도 이들의 힘겨운 삶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오창문(吳昌文·48)씨는 “처음엔 쑥스러워서 가족들 몰래 글을 썼다”며 “나중에 가족들에게 책을 보여주니, ‘밖에서 이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며 펑펑 울었다”고 소개했다. 임희봉씨는 “책에서 ‘돼지껍데기에 소주 한잔을 더 먹으려고 동료들끼리 신경전을 벌였다’고 적었더니, 요즘엔 ‘돼지껍데기 사주겠다’는 전화가 줄을 잇는다”며 털털한 웃음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곽문한(郭文漢·52)씨는 “제대로 되지 않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골목길 이중 주차로 청소를 좀 더 깨끗이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골목길 주차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업무량이 두 배 이상 많아집니다. 작은 부분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준다면 환경미화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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