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청을 연두 순방한 이시종 지사가 충북선 고속철도 '제천 패싱' 우려에 반발한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지사는 "정부는 제천역 경유를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고, 솔직히 제천 봉양역 경유도 쉽지 않지만 도는 최우선 순위로 (봉양역 경유를)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21일 오전 예정대로 제천시청 앞에 도착한 이 지사는 제천 역전시장 상인 등 시위대 200여명의 제지를 뚫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들은 '제천은 죽었다'라고 쓰인 현수막으로 제천시청 정문을 가로질러 막은 뒤 차에서 내려 도보로 시청사에 진입하려는 이 지사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시민과 경찰, 공무원들이 뒤엉켜 일부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10여분 동안의 몸싸움 끝에 겨우 시청사에 들어갔으나 격앙된 일부 시민은 시청사 안까지 따라 들어와 "청주로 돌아가라"라고 소리치며 분을 삯이지 못했다.

  이 지사는 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도민과의 대화에서도 "제천을 소외한다는데 (자신은)남쪽 끝 영동부터 최북단 제천·단양까지 모두 신경쓰고 있다"며 "고속철도 제천 경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민과의 대화에서도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인데 왜 제천을 배제하느냐, 처음부터 정부에 제천역 경유를 요구했어야 한다, 봉양역만 경유하면 제천역과 봉양역 모두 망가진다" 등 충북선 고속철도 제천 경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답변에 나선 이 지사는 "철도 사업을 정하는 것은 국가이고, 충북은 민원인 입장"이라면서도 "봉양역도 경유하지 않으면 제천으로서는 엄청난 손실이 될 것"이라고 동의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 수서역과 청주 오송역 등을 예로 들면서 "봉양역을 서제천역으로 바꾸면 제천은 2개 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서 "봉양역을 정부가 꼭 반영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도는 어떤 방식으로든 봉양역 경유를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사의 도민과의 대화 질의응답 시간은 애초 10분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에 관한 질의가 이어지면서 그는 답변에만 30분을 넘게 할애했다.

  미리 준비한 파워포인트 화면을 통해 사업 추진 경과와 전망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했다. 이 지사는 "(봉양역 경유를 위해)제천시민의 응집된 힘이 필요하다"며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도민과의 대화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정부가 충북선 고속화 사업 예산을 1조5000억원에 맞추려고 하고 있어 연결선 등 추가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그러나 도는 오송·원주 연결선과 봉양 경유선 중 봉양 경유선 우선 반영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충주에서 원주로 바로 가면 빠르고, 제천은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하면서 "제천역 경유 제안은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충북도는 제천 봉양역 경유 추진 실행계획을 제시했다.

  도 이창희 균형건설국장은 수시 브리핑에서 "제천역 경유는 정부를 설득하기 어렵고 실현 가능성과 강호축 건설 취지, 예산 등을 고려할 때 도가 제안한 봉양역 경유가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봉양 경유선이 반영되도록 도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 지사가 제천 연두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도의 입장을 정리해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국장은 "제천~봉양은 6㎞, 경주~경주역은 15㎞"라면서 "(제천역보다)다소 불편하더라고 봉양역을 새로운 발전 축으로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은 조치원~제천 봉양 129.2㎞ 충북선 철도 중 오송~제천 구간 78㎞를 1조5000억원을 들여 시속 230㎞로 고속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고속철도 노선이 철도교통의 중심지 제천역을 경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천 봉양역 경유 불확실성 또한 커지면서 제천 시민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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